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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누군가 다리를 가격해 나를 넘어뜨렸다. 내가 쓰러지자마자 10명이 달려들어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틀어막았다. 밧줄로 몸과 다리를 묶고 눈도 가리고 어딘가에 태웠다. 공항에 내려서 보니 내가 타고 온 차는 보호소 안으로 빵을 운반하는 탑차였다."
 
1월 31일 오후 3시 30분 경 이주노조사무실에 수바수 부다토키(30·Suwash Budathoki)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1월 30일 오전 면회 이후 행방이 묘현했던 그는 이미 법무부에 의하여 네팔로 강제출국된 상태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출국과정에서 그는 몸이 묶인 채 탑차에 실려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출입국 직원 두 명과 함께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방콕에 도착했지만 출입국 직원들은 전화 한 통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고국 네팔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독방에 구금돼야 했다.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 이주노조가 그를 면회했을 때, 수바수씨는 심한 복통으로 잠을 설치고 있으며 앞이 뿌옇게 보인다고 힘없이 말했다. 정확히 진찰을 하지 않아 그것이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심각한 상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를 '보호'하고 있던 화성 외국인보호소는 외부진찰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날 면회가 그가 한 마지막 면회였다. 
 
다행히 지금 그는 네팔 현지 노동운동가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주노조 "왜곡, 은폐로 가득찬 법무부 보도자료"
 
마지막 면회가 끝난뒤, 이주노조가 수바수씨의 강제출국을 막기 위해 보호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그 시각, 보호소측은 수바수씨를 탑차에 태우고는 유유히 보호소를 빠져나왔다. 보호소에서 나오는 모든 차량의 앞을 막던 이주노조는 설마 매일 빵을 운반하는 탑차에 수바수씨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곧이어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불법체류자인 수바수씨의 강제출국이 정당한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2월 1일 서울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있었던 '야만적 강제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 저지, 이주노동조합 표적탄압 분쇄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에서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 이정원씨는 법무부의 이번 보도자료가 왜곡과 은폐로 가득차 있다며 분노했다. 
 
"법무부는 수바수씨의 혈당 수치만을 제시하면서 건강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억지나 다름없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였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 시력 저하같은 여러 증상들이 아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보도자료에는 혈당수치만 있을 뿐, 수바수씨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는 수바수씨가 출국당할 당시의 연행과정이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명확한 법무부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원씨는 화성외국인보호소 내의 의사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보호소 내에서 처방한 약이 수바수씨의 신장을 크게 해치기도 했다는 것. 
 
"보도자료에는 화성외국인 보호소에 2명의 의사가 있다고 매우 굵은 글씨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매우 떳떳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보호소가 평상시에 200명 이상을 구금하고 있는 시설이란 점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의사 단 2명이 200명 이상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을거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가 묻고싶습니다."
 
한편, 법무부는 화성외국인보호소입구에서 호송차량을 막은 이주노조측 10여명에 대하여 법적조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정원씨는 "우리가 법을 어겼을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행위는 정당했다.우리가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모임 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수바수씨를) 출국시키기 전 적어도 진료라도 받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도리다. 법을 집행하기 앞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정당한 절차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심" 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지 않는 너희를 우리는 저주한다"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법무부와 서울출입국사무소, 외국인보호소를 탓했다.
 
이주노조 자체 모금운동... 주목하는 언론은 없어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마이뉴스> 기자와 나눈 대화에서 이정원씨는 "수바수씨의 치료를 방관한 점과 출국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법무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금전적인 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했다.
 
수바수씨는 네팔로 추방당했지만 이주노조는 계속해서 그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이주노조는 수바수씨의 회복을 위해서 자체적인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러 진보단체가 모여 이주노조와 함께 '야만적 강제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 저지, 이주노동조합 표적탄압 분쇄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싸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광화문이나 여의도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하다. 기자회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진보운동진영 매체에서 온 한 사람과 <오마이뉴스> 기자만이 현장에 있었다.
 
수바수씨가 아직 보호소에 있었던 지난달 30일, 수바수씨가 외부진료를 받도록 하려면 언론사 관계자들을 더 모이도록 해서 보호소장을 압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주노조에서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는 정중히 "NO"라고 말하고, 어떤 곳은 전화로 모든 것을 취재해 갔다.
 
이정원씨가 전화를 끊고 말했다.
 
"참 기자질 쉽게 하네…." 
 
당뇨병 논란 불법체류 외국인 출국조치<법무부 보도자료 2008.01.30>

 

▷ 법무부는 당뇨병이 걸렸다는 이유로 일부 시민·노동단체가 강제퇴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법외노조인 가칭 「외국인노조」 서울 성동지부장 네팔인 S씨(30세, 남)를 ‘08. 1. 30. 오후 출국조치 계획임

▷ S씨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보호 중이던 지난 1. 4. 정기 건강검진에서 고혈당(486mg/dl) 증세를 보였으나 의료진의 당뇨식단 제공 및 약물 투여로 지난 1. 19.부터는 혈당이 정상 수치를 회복하였음

 ※화성외국인보호소에는 전문의 및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음

 

 ○금일 퇴거된 S씨는 ‘03. 3. 11.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하여 3년간 근무하다 체류기간 만료 하루 전인 ’06. 3. 10. 연수업체를 무단 이탈한 후 1년 3개월 이상 불법체류하다가 ‘07. 7. 3. 적발되었음

 -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보호 중이던 S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 단속 과정 등의 인권침해 사실을 주장하며 진정을 제기하여 보호가 장기화 되었음

  -국가인권위원회는 ‘08. 1. 28. S씨가 제기한 대부분의 진정에 대하여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하였음

※보호일시해제 신청(당뇨병 치료) 불허처분에 대한 진정은 각하 결정

 

 ○S씨에 대한 치료 경과는 다음과 같음

 -1.  4.   식후 혈당 486mg/dl (보호소 자체 정기검진)

 -1. 14. 이후  공복 혈당 150mg/dl, 식후 혈당 200 ~ 300mg/dl

 -1. 19. 이후  공복 혈당 120mg/dl, 식후 혈당 150 ~ 250mg/dl

 -1. 25. 이후  공복 혈당 110mg/dl, 식후 혈당 160mg/dl

 ※ 당뇨병 진단 기준(미국 당뇨병학회)은 공복혈당 126mg/dl, 식후 혈당 200mg/dl 이상임

 

○ 법무부는 앞으로도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하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해 나가되, 법 집행과정에서 부당한 인권침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

 

○「외국인노조」 조합원 등 10여 명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이후인 ‘08. 1. 28. 21:40부터 출국조치일(1. 30.)까지 화성외국인보호소 정문에서 S씨의 강제퇴거집행을 저지한다는 구실로 보호소를 출입하는 차량을 통제하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실이 있으며 법무부는 이와 관련한 법적 문제점을 검토 중에 있음

 
 

덧붙이는 글 | 이재덕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수바수#슈바스#SUWASH BUDATHOKI #강제출국#서울출입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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