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 몰입 교육’을 추진 중인 가운데, SBS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이 ‘완전 영어 방송’을 감행해 청취자들과 시민단체로부터 반발을 샀다.
<이숙영의 파워FM>은 지난달 29일 “이틀 뒤 영어 몰입 방송을 하겠다”고 예고한 뒤, 31일 전체 방송 2시간을 영어로만 진행했다. 청취자 연결, 조간브리핑 등 기존 꼭지들은 영어로 방송하고, 청취자 문자 소개 등 일부 꼭지만 우리말로 진행했다.
1일자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영어 몰입 방송’으로 청취자 문자 참여는 5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일부 청취자들은 “우리말을 가다듬지도 못하고 영어우상주의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대표 신태섭·김서중, 이하 민언련)도 1일 'SBS, 영어 모르는 사람은 라디오 듣지 말라는 건가'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영어 몰입 방송을 모험삼아 실험한 것은 전파를 낭비하고 청취자를 실험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민언련은 “이날 방송은 보편적 정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상파 FM라디오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국민들도 함께 듣는 방송이다. 그런데 영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일반 프로그램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영어로만 방송을 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영어를 배우지 못했거나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라디오방송조차 듣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국민에게 보편적 접근권을 허용하고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상파방송의 기본적인 책임을 방기하고, 학력이나 계층차를 줄여 사회통합을 이뤄야 할 의무도 저버린 것이다.
민언련은 또 “‘영어 몰입 교육’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영어 몰입 방송’을 시도한 것은 SBS가 새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이어 “여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방송이 무리하게 ‘영어 몰입 방송’을 진행한 <이숙영의 파워FM>에 대해 방송위원회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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