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교육인적자원부의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발표가 갑작스레 이루어졌다. 아직 2월 4일 확정안 발표가 남아있지만 교육부는 예비인가 대학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탈락한 대학은 탈락한 대학대로, 선정된 대학은 선정된 대학대로 아우성이다.
예상된 결과다. 로스쿨 법 시행령의 총 인원은 2000명으로, 3870명의 신청 정원에 비하면 낙타바늘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대학들이 들인 노력과 예산을 고려해 고육지책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대학에 적은 정원을 분배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대학에서 로스쿨 발표에 불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로스쿨 예비 인가 대학이 갑작스레 발표되자 각 학교들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방 대학은 버스를 대절하여 서울로 상경했고, 예비 인가 대학이 발표된 날부터 집회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각 대학의 입장을 강경하게 보여주는 항의를 했다면, 이제는 집단적이고 법률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은 조선대가 법원에 로스쿨 심의 자료 증거보전 신청을 하였고, 3일은 단국대가 예비인가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던 지방대학들도 다시 내려가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장기전에 임할 생각으로,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바로 잡으려는 것이다.
'단순한 정원 조정, 추가 인가는 로스쿨의 본 취지 호도하는 것'1월 31일 ‘새사회연대’의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는 로스쿨 예비인가 발표 연기에 대한 로스쿨 비대위 입장을 발표하였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단순한 몇 개 대학의 개별입학정원 조정 문제나 비수도권 대학 몇 개를 추가 인가하는 문제로 간주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정치 논리라고 본다"며 "로스쿨 인가와 관련한 근본 문제는 총 정원을 무리하게 통제하려는 관치적인 발상에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로스쿨 설립 자율의 원칙, 인가 기준 충족의 원칙, 로스쿨 운영과 특성화 효율의 원칙, 로스쿨 경쟁의 원칙’라는 4대원칙을 제시했다.(인터뷰 기사 참조)
-로스쿨 비대위가 지난 31일 제시한 ‘4대 원칙’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우선 첫 번째, 자율의 원칙이다. 기본 총 정원을 정해놓고 있는 것, 교육부가 인가가 아닌 허가의 방법으로 로스쿨 대학을 지정하는 것은 자율의 원칙에 위배된다. 2000명으로 총 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3년 내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가 기준 충족의 원칙으로 로스쿨 인가 기준 원칙에 충족한다고 보는 29개 대학에게 모두 로스쿨 인가를 허락해야 한다. 만일 인가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 대학이 있다면, 교육부는 그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정확한 결과를 제시하여야 한다.
세번째, 로스쿨 운영과 특성화 효율의 원칙을 지켜 첫 해 정원 60명을 최하한으로 하여야 한다. 한 대학 정원이 50명이라는 것은 자선사업 하라는 것이다. 자선사업 하려면 정부차원의 보조금으로 국립대가 해야지, 왜 사립대가 해야 하는가. 국립대는 로스쿨 지정을 받기보다는 기초 학문을 갈고 닦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사립대와는 다른 자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네번째는 경쟁의 원칙으로 로스쿨이 진행되는 대학은 2년마다 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자격 미달인 대학의 입학 정원을 축소한다든가, 로스쿨 인가를 폐지한다든가 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과거에 잘했다고 앞으로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번에 로스쿨 인가 기준에 사법고시 합격자를 넣었는데, 이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사법고시에 대학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총 정원 2000명은 부족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최종 얼마까지 입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보는지 말해 달라."2000명으로선 로스쿨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변호사 수가 적고, 선임 비용이 비싸서 많은 국민들이 해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해 2000명의 변호사를 배출한다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소수의 입학 정원으로 운영되는 각 대학의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텐데, 이렇게 되면 꼬리를 무는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을 끊을 방법이 없다. 로스쿨 입학 정원은 3000명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법과대학 교수들의 수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번 로스쿨 선정 문제로 많은 교수들이 더 나은 대학으로 이직했다. 빠져나간 교수들의 자리를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학생들 강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2월 4일 교육부에서 로스쿨 인가 대학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한다. 예비인가 대학이 그대로 확정될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이 4대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 것 같은가?"교육부는 4일 날 발표를 확정짓지 못할 것이다. 로스쿨에 관계된 모든 대학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그만큼 합리성을 결여한 안이다. 각 대학들이 소송을 불사하고 있는데, 이는 초유의 사태다. 교육부의 결정을 모든 대학이 발 벗고 반대하기는 쉽지 않고, 흔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3월 중에 인가 대학을 발표한다고 예정했다. 이번 발표는 졸속으로 처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3월에 해도 늦지 않다."
- 법학교육위원회의 예비인가 대학 선정에 공정성이 결여되었다고 보는가?"위원회 구성부터가 메이저 대학 중심으로 되어있다. 첫 시작부터 불공평한 것이었다. 법학교육위원회가 재심의 할 때엔 위원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위원회가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왜 열심히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지고 없다. 주관적인 개입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 앞으로의 대응 방안은?"지금까지는 언론에 각 대학들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위와 집회를 열었다. 앞으로는 법적 방법을 총 동원하고, 비대위를 중심으로 공동으로 대처할 것이다."
'2000명 정원 제한은 인력규제정책 지속하는 것'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두얼 부연구위원은 KDI 정책 포럼에서 '변호사 인력 공급규제정책의 개선방향’이라는 제목의 발간자료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정원 증대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김두얼씨는 포럼에서 "로스쿨제도는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부합하도록 법조인력 육성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이지만 관계부처가 정한 법학전문대학원의 2000명 정원은 사실상 현 사법시험 하에서의 인력규제정책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며 "적정 수준의 정원 증대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학교 간 법학학전문대학원 유치 및 정원확보와 관련된 비생산적 경쟁을 심화시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고시낭인‘처럼 현행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폐해들이 법학전문대학원 입학과 관련해서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2030년까지 소송 관련 변호사 시장 예상 증가율을 기준으로 본다면, 매년 변호사는 적어도 연 3000명은 배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교육부를 향한 각 대학과 시민단체의 거친 항의가 쏟아지고, 행정소송 등 법률적 대응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월 4일 교육부가 로스쿨 선정 확정 인가 대학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이번 사건이 로스쿨 선정의 근본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김혜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