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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의 효도' 정말 가슴이 찡하게 나를 울리네요.
▲ '아기 고양이의 효도' 정말 가슴이 찡하게 나를 울리네요.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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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기는 쉬워도, 사랑으로 효도하기는 어렵다

일하기 싫어하고 하루종일 빈둥빈둥 놀면서 밥만 먹고 사는 사람을 '식충이'라고 비꼬아 말한다지요? 부끄러운 이야기만 나도 어린 시절에 오빠에게 '식충이'란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겨울 방학 숙제는 방학 끝나는 날 밤, 오빠와 동생과 엄마가 내 대신 숙제를 해줘야 할 정도로, 먹는 거만 끝내 주게 챙기고, 방안에서 뒹구면서 엄마가 심부름 시키면, 오빠와 동생에게 추워서 못 간다고 다 미루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 속을 무던히 썩인 불효를 한 것입니다.

우리 나라 '전래동화'에, 게을러 터진 식충이 총각이, 효성이 정말 지극한 '아기 쥐의 효도'에 감동을 받아서 새 사람이 된 이야기 있지요. 식충이 총각은 얼마나 한심한 자식이었는지, 그 부모들이 아예 내다 버린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밀쳐 놓았는데, 하루는 혼자 집을 보다가, 아기 쥐가 눈 먼 어미 쥐에게 먹이 구해서 갖다 바치는 '효도'를 목격한 것입니다. 그 순간 총각은 '정말 나는 그동안 짐승만도 못했구나' 비로소 부모님께 지은 불효를 뉘우친다는, '전래 동화책' 꺼내서 읽을 때마다, 감동을 먹습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이 동네, 쥐가 있어야 고양이가 있기 마련인데, 쥐는 보지 못했는데, 고양이가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처의 철거를 기다리는 아파트 단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빈 가구가 많아지면서 흉흉한 빈 아파트 건물 주위의 공터와 쓰레기통 등을 돌아다니는 고양이 무리는, 사나운 야생 고양이와는 달리 순해 보이긴 합니다.

돌아다니는 고양이 무리 중에 몸집이 작은 아기 고양이가 내 눈에 자주 목격되었습니다. 녀석은 별로 귀엽게 생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털옷도 예쁘지 않았습니다. '식충이'처럼 그저 부지런히 음식 쓰레기통만 찾아 다녔습니다.

괜히 불길한 전염병을 옮기고 다니는 것 같아서, 보일 때마다 돌멩이를 던져 쫓곤 했습니다. 며칠씩 안 보이면, 그저 고양이 주인이 찾아갔겠지 뭐… 했습니다. 밤과 낮없이,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하고, 정말 고양이 울음 소리, 그렇게 듣기 좋은 음악이 아닙니다.

혹시 서울의 어느 아파트처럼 대 단지의 빈 아파트 지하실에 고양이들이 집단으로 살고 있는 것을 아닐까 ? 의구심도 들고, '에드가 알란 포우'의 추리 소설에 나오는, 벽 속에 갇혀 우는 무서운 고양이 생각이 나서, 녀석를 만나기만 하면 , 아무 죄 없는 녀석에게 신고 있는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했지요.

어머, 옷이 멋진...황금고양이... 그래도 넌 나빠...
▲ 어머, 옷이 멋진...황금고양이... 그래도 넌 나빠...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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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가지 죄목 중에 불효가 가장 크다

그런데 며칠 전 외출하고 돌아오다가, 이웃 동네의 음식쓰레기통 주위에서 먹이(생선대가리)를 물고 나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녀석도 나를 보자 놀라 움찔하는 그 순간, 번개처럼 누런 황금빛 고양이가, 녀석의 입에 문 먹이를 냉큼 가로채는 게 아닙니까? 그 눈깜짝할 찰나에 생선대가리는 노란 황금털의 고양이 입 속으로 사라지고.

녀석은 강적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황금빛 고양이에게 대들지도 못하고 꼬리를 축 내리고 걸어가기에 나도 뒤를 따랐습니다. 나 때문에 먹이를 빼앗긴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몇 걸음 떼지 않은, 쓰레기더미 쌓인 가시나무 울타리 숲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성치 않은 걸음으로 아기 고양이에게 다가왔습니다.

곧 그들은 공터로 자리를 옮겨, 서로의 귀에 대고 속삭이면서 위로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두 고양이가 암놈인지 숫놈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몸집이 큰 고양이는 다리가 성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녀석은 그동안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며 병든 고양이를 봉양 해 온 것입니다.

내 귀에는 환청처럼 두 고양이의 말 소리가 들렸습니다.

"얘야, 난 괜찮단다. 먹이를 빼앗겼다고 너무 슬퍼하지마라. 먹이란 또 구하면 되지 않니? ", 아기 고양이는 "진짜 화나요. 엄마! 정말 배가 고프죠? 정말 그 녀석은 나쁜 놈이란 말이에요. 흑흑흑"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는 마침내 아기 고양이를 달래서 다시 가시나무 울타리 숲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니 너무 가슴이 너무 찡했습니다. 새삼, 어린 날 식충이라 놀리던 오빠 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나서 눈물이 나오려 하는 것 애써 참았습니다.

이래서, '그 인간은 짐승만도 못해' 그리고 ' 효도는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생겼는가 봅니다. 생전 명절에 부모님 제삿상에 조기 한 마리 올려드리라고, 올케에게 정성을 보인 적도 없으면서, 올 명절은 꼭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살아계실 때 못한 효도를, 살아서 아무리 한다고 한들, 그건 살아 있을 때 한 것만큼은 못하겠지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니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리라.

- 김소월, '부모'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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