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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선정과 관련 탈락 대학과 지역의 반발이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 교육분과 위원을 맡고 있는 김승용 조선대 교수가 대통령께 편지를 보낸 뒤 이를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주>

저는 조선대학교 교수이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교육과 문화분과)이며, 광주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용입니다. 직전에는 조선대학교 기획조정실장으로 로스쿨 준비로 학교재정 540억을 투자결정하게 한 당사자입니다. 

 

오늘은 청와대에서 대통령님을 마지막으로 뵈어야 할 날이지만 학교의 명운이 걸린 상황이라 구성원들과 함께 이 글을 쓰며 학교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오늘 제가 기가 막힌 기사를 접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스쿨 왜 그런가 했더니 기가 막힌 사연이 공개되었습니다. 그것도 본인이 전북 익산에서 총선 출마(민주신당)하며 자랑스럽게 밝힌 내막입니다.  

 

총선 출마예정인 청와대 홍보특보의 변칙작업

 

내용인즉, 전북 모 대학 소재지 익산에서 총선 출마하는 대통령홍보특보가 청와대 내 로스쿨 관련 임시TF에 들어가 이번 로스쿨 결정에서 전권을 행사했던 법학교육위원 중 한 명을 전북 익산 출신으로 밀어넣었다는 것입니다. 

 

또 '1도 1로스쿨' 정책에 맞게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3개 대학이 배정되도록 한 후 그 이전에 선정기준에 들어있지도 않았던 최근 5년간 사시합격자 수를 익산 모 대학에 유리하도록 25점짜리 선정기준으로 삽입하였다 합니다.

 

그 결과 광주 전남에 1곳, 전북에 2곳이 로스쿨에 선정되도록 치밀하게 유도하였고, 이를 차기 정부 출범 이전 현 정부에서 관철시키기 위해 사업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다 보니 졸속으로 추진하다 난관에 봉착하게 된 사건입니다.

 

말하자면 개인의 총선전략 차원에서 로스쿨을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특정대학에 유리하도록 선정기준 변경, 자기사람으로 평가위원 선정, 지역안배 왜곡 등을 자행했다는 자기자랑입니다.

 

그 동안 숱한 의혹이 쏠렸던 사실, 즉, 로스쿨이 본래 취지였던 ‘미래 인력양성’ 사업이 왜 '과거 기득권 강화' 사업으로 전락되었는지, 인구수가 2배이고, 광역자치단체 2개인 광주 전남이 왜 전북에 비해 1/2로 축소되었는지, 경상남도는 300만이 넘는 인구수를 가졌는데도 왜 한 곳도 선정되지 못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원칙과 상식의 상징이었던 청와대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조선대학교는 1700평 교육동 신축하고, 1700평 로스쿨 도서관 마련하고, 가족생활이 가능한 500명분 기숙사  신축하고, 600평 전용식당 마련하고, 교수 연구기금 50억, 취약계층을 위한 장학기금 300억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저렇게 로비와 반칙으로 쉬운 길 갈 때, 조선대 신임총장은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까지 조선대출신 의사들 찾아다니며, 1의사-1장학생 결연 장학금으로 108억을 추가로 모금하고 다녔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자녀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등록금과 생활비(기숙사) 완전무료 장학생을 위해 방방곡곡을 뛰어다녔다는 것입니다.

 

남들은 청와대 홍보특보 한 사람의 로비에 매달리고 있을 때, 시골스럽고 우직한 저희 조선대학교는 가난한 살림살이 헐어 지방대 최고의 설비와 교수진, 사회적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408억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로비와 반칙이 승리하고 저희 대학은 탈락되었습니다. 이게 제가 존경하고 따랐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정부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음험한 반칙이 원칙과 상식을 짓밟고 그걸 공으로 자랑하는 사회가 바로 대통령님의 산하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발설한 당사자는 직전까지 대통령 홍보특보였으며, 이러한 사실은 전북도의회 기자실 간담회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고, 현재 네이버 등 포털사이투에 윤승용 이름의 기사에 버젓이 떠돌고 있습니다.

 

국정 농단한 공직자 책임 묻고, 로스쿨 선정절차 다시 시작해야

 

결과적으로, 홍보특보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와 교육부, 로스쿨 등이 국정을 농단한 일개 대통령 홍보특보의 선거수단으로 전락하였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코미디 같은 사건입니다.

 

특히 익산 모 대학은 얼마 전 대통령님께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함으로써, 이러한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신청서를 제출한 대학 소속 교수들이 평가위원으로 들어가고 그 대학들이 전체 선정되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말문마저 막힙니다.

 

이들은 로스쿨 선정문제로 여론이 들끓자 당연히 보존되어야 할 로스쿨 심의서류까지 폐기하려는 작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레임덕을 틈타 무법천지가 판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엔 이 기사를 보고 믿기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청와대 홍보특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기가 막혔습니다. 어쩌다가 원칙과 상식에 충실했던 참여정부가 일개 홍보특보가 교육백년대계를 개인 입지 수단으로 악용하며 망신창이 만들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것은 로스쿨 이전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할 사안입니다.

 

따라서 현 로스쿨 선정절차를 당장 중지하시고, 본인 스스로 고백한 국정농단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여 청와대·교육부·법교위 관계자들의 책임부터 엄히 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고백한 내용이므로, 자신이 자랑한 그 내용들이 청와대 로스쿨 임시 TF 회의록에 기록되어 있는지, 법학교육위원회에 전북익산 출신이 들어갔는지, 그가 과연 제대로 평가했는지, 그 평가 결과를 반드시 조사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이는 몇 개 대학 문제가 아니라 임기말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사리를 위해 국정을 얼마만큼 농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희대의 비리사건이기 때문에 그 전말이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그런데도 최종 책임자인 교육부는 서둘러 이를 기정사실화 하여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청와대에서 로스쿨 평가결과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자, 임기 말 대통령을 능멸하듯 서둘러 덮고 기정사실화하려는 작태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봉에 급급한 교육부장관과 법학교육위원회에 대해서도 시시비비를 반드시 가림으로써, 다시는 임기 말 고위공직자들이 레임덕 틈새에서 국정을 농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응징해야 합니다.  

 

특권과 반칙을 미워하고 원칙과 상식에 충실하셨던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님을 믿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비록 며칠 남지 않았지만 반칙이 패배하고 원칙과 상식이 결국 승리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만 보여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8. 2. 1.

 

조선대학교 김승용 드림


태그:#로스쿨, #조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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