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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기 오연호의 기자만들기'(이하 오기만) 이틀 째였다. 오기만의 하이라이트인 ‘현장 취재’ 수업이 시작됐다.

 

오기만의 담임선생님인 오연호 기자는 학생 기자들에게 강화도에서 기사로 작성할 이야기를 취재해 오라고 했다. 정해진 취재 시간은 약 5시간. 학생들은 전부 머리를 싸매고 어디에서 무엇을 취재할지 고민했다.

 

몇 분 뒤, 그 중 5명은 ‘얼음썰매장’을 선택했다. 취재할 소재가 거의 없을 것 같은 한적한 강화도의 얼음썰매장, 그곳에서 그들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그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현장 취재했다.

 

[MISSION #1] 썰렁한 '얼음 썰매장'에서 소재 찾기

 

썰매장으로 가는 학생 기자 3명과 함께 차에 탔다. 나머지 2명은 오마이스쿨로 다시 돌아가는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차창 밖 유리로 눈이 녹지 않은 밭이 보였다. 한창 취재 생각에 잠겨 있던 기자들에게 취재 계획을 물었다.

 

차에 같이 타고 있던 박민영 기자가 말했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취재하고 싶어요" 머릿속에 아이들과 함께 썰매를 타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의 취재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기자들도 설레는 맘으로 즐거운 상상을 했으리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 이상하다? 애들이 없는데…?"

 

 

강화군 불은면 '초지썰매장'의 대자보가 나부끼는 약 3천 평의 빙판에는 있어야 할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의 예상밖이었다. 사람이라고는 우연히 썰매장에 들른 가족 4명이 전부였다. 3명의 기자들은 썰매장 옆의 비닐하우스에서 다른 기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나머지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에도,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말에는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취재하러 간 때가 평일 늦은 오후 3~4시쯤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들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서렸다. 그 당시 함께 있었던 전태영(22) 기자는 "첫 취재인데,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고 걱정됐다"며 그 당시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전태영 기자를 제외한 다른 기자들은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그곳에서 취재를 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취재를 시작하기도 쉽지 않았고, 어떤 것이든 기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썰매장을 고수한 4명의 기자들은 예상했던 아이들은 없지만, 비닐하우스 안에 모인 농민들과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전태영 기자는 그곳에서 마을 회관을 찾아가 짚신 공예가와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소재가 없다면, 언제든 소재를 찾을 수 있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MISSION #2] 비닐하우스의 농민들과 인터뷰하기

 

비닐하우스 안에는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썰매를 보관하고 라면과 음료수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피부가 검게 그을린 농민 아저씨들이 카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한창 게임이 진행 중이었기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남은 학생 기자들은, 첫 취재이기에 긴장도 되고, 혹시나 취재가 게임에 방해가 될까봐 게임이 끝난 뒤에 취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부 학생 기자들은 아저씨들의 어깨 너머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카드 게임을 구경했다. 또 다른 기자들은 썰매를 타거나, 간식을 사 먹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또 다른 취재 거리를 찾는 기자도 있었다.

 

다행히도 게임은 몇 분 뒤에 끝났다. 아저씨들은 어린 기자들을 보며 “어디서 왔어?”라고 물었다. 취재 기자들보다 오히려 대담한 모습이었다. 취재 기자들은 조심스럽게 자기소개를 한 뒤 취재 경위를 밝혔다. 그러자 아저씨들은 아들딸과 같은 기자들을 자리에 앉히고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중앙에 난로가 놓여 있는 비닐하우스는, 어느새 기자들과 농민들이 만드는 새로운 만남과 대화의 장이 되어 있었다. 기자들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질문을 던지고, 노트에 받아 적었다. 그 중에는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는 기자도 있었다.

 

그 중 3명의 기자들은 각기 다른 사람과 집중적인 인터뷰를 했다. 고현정 기자는 주민들과 술자리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오고가는 유쾌한 분위기에서, 그는 그 중 한 사람인 이씨로부터 20대 학생이자 기자로서 필요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박민영 기자는 눈썰매장을 운영하는 오씨와 마주 앉아 깊은 대화를 했다. 그는 한 손엔 수첩을, 또 다른 한 손엔 펜을 들고 인터뷰 내용을 받아 적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을 때는 시선을 오씨에게 고정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오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씨와 같은 농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이후에 기사로 옮길 수 있었다.

 

난로 옆에 앉아 있던 김용건 기자는 황씨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었다. 그는 수첩 없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건 좀 더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썰매장이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던 김 기자는 황씨와 이야기하며 강화도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눈썰매장에 남았던 4명 중 조용수 기자는 다른 방안을 택했다. 그는 여러 농민들과 이야기를 했지만, 이후 오마이스쿨의 문제점과 관련된 기사를 썼다. 그 당시 조 기자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기사로 쓰는 것이 더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MISSION #3] 더욱 기자다운 기자되기

 

어느덧 해가 지고 6시경이 되었다. 학생 기자들은 아들딸처럼 정겹게 대해주던 농민들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작별 인사를 했다. 차를 타고 오마이스쿨로 돌아가는 시간, 기자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사연으로 마음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학생 기자로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기자들에게 물어보았다. 고현정 기자는 인터뷰 초반에 농민들과의 공통점을 찾지 못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 오마이스쿨에서 취재에 대한 여러 가지를 배웠다, 하지만 취재를 잘 하려면 기술을 숙지하는 것 외에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기자들에게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아야 인터뷰 대상자의 공감을 더 수월하게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취재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김용건 기자는 "직접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취재하는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인터뷰 대상자의 이야기에 동화되면서, 정보를 더 얻고자 하는 간절함도 커졌다"고 답했다.

 

오마이스쿨에 돌아온 기자들의 모습은 많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취재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소재를 발견하고 기자로서 많은 교훈을 얻었기에 보람찼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장소에 갔음에도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이후 그들만의 색깔이 담긴 기사로 탄생시킬 수 있었다.

 

2박 3일의 오기만 수업은 그들이 기자다운 기자가 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회가 되었다. 그 중 오기만의 ‘현장 취재’ 시간은 그들이 열정과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태그:#오마이스쿨, #오기만, #현장 취재, #학생 기자,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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