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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광주박물관 전경 넓은 터에 아름다운 한옥식 건물이 있다.
▲ 국립광주박물관 전경 넓은 터에 아름다운 한옥식 건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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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있는 도시는 참 행복한 것 같다. 토요일(2일) 큰 맘 먹고 애들과 함께 국립광주박물관으로 향했다. 조그만 지역박물관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생각보다는 넓은 터에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주차장에 내려서니 작은애가 청와대 같다고 한다. 정말 청와대 분위기가 난다. 매표를 하자마자 애들은 뛰어 들어간다. 정문 우측으로 멋있는 오층석탑이 서있는데, 애들은 그것엔 관심 없고 마냥 넓은 길이 좋은 것 같다.

광주 장운동 오층석탑 복원한 탑이라지만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있다.
▲ 광주 장운동 오층석탑 복원한 탑이라지만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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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게 하늘로 솟은 광주 장운동 오층석탑(光州 長雲洞 五層石塔)은 1982년 논 개간 중 일부만 발견 된 것을 정밀실측을 통해 본래의 형태를 추정하여 복원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한낱 탑 부스러기에 불과할 뻔한 것을 이렇게 아름답게 복원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주변에 파손되어 방치된 많은 문화재를 이렇게 복원한다면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건물은 콘크리트로 만들어 졌는데도 하얀색과 검은색의 조화로 고풍스런 멋을 풍겨내고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니 국보 제103호인 중흥산성쌍사자석등(中興山城雙獅子石燈)이 있다. 이 석등은 기구한 운명을 말해주는 듯 사자의 용맹스러움도 잃어버린 채 박물관 로비를 지키고 있다.

국보 제103호 중흥산성쌍사자석등 석등을 사자가 받쳐들게 한 옛 장인들의 기개가 전해져 온다.
▲ 국보 제103호 중흥산성쌍사자석등 석등을 사자가 받쳐들게 한 옛 장인들의 기개가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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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석등은 원래 전라남도 광양시 중흥산성 내에 있었으나, 일본인이 무단으로 반출하려 하여, 1918년 경복궁에 옮겨 놓았다가 경무대, 덕수궁,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쳐 1990년 이곳 국립광주박물관에 옮겨져서 복원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이 신세를 못 면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오랫동안 햇볕을 받지 못해서인지 사자의 혈색이 나지 않는다.

1층 불교미술실에 들어서는 순간 작은 아름다움에 빠져 들어갔다. 그곳에선 탑의 사리갖춤에서 나온 아름다운 금속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광주 서5층석탑 사리갖춤, 보림사 탑에서 나온 탑지와 사리갖춤, 그리고 폐사지에서 나온 금동불상 등등. 특히, 순천 매곡동 석탑에서 나왔다는 불상들의 섬세한 손 모양에 한참동안 넋을 잃었다.

탑에서 나온 사리갖춤 들 보림사 석탑, 광주 서5층석탑, 순천 매곡동 석탑 등
▲ 탑에서 나온 사리갖춤 들 보림사 석탑, 광주 서5층석탑, 순천 매곡동 석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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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매곡동 석탑 유물 지장보살, 아미타불, 관음보살로 손가락 모양이 섬세하다.
▲ 순천 매곡동 석탑 유물 지장보살, 아미타불, 관음보살로 손가락 모양이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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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터에서 나온 유물 왼쪽이 광주 원효사 불두 유물, 오른쪽이 담양 서봉사터 나한상
▲ 절터에서 나온 유물 왼쪽이 광주 원효사 불두 유물, 오른쪽이 담양 서봉사터 나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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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에서 취합한 여러 가지 조각품들은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머리만 일렬로 세워 놓은 광주 원효사 출도 유물들은 무거운 느낌으로, 해학적인 웃음을 짓고 있는 담양 서봉사터 나한상들은 잔잔함으로 다가온다.

2층 유물실로 올라서니 최근 안도에서 발견된 조개 팔찌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뼈까지 있어 조금은 섬뜩한 느낌이 든다. 이 지역의 구석기에서부터 선사시대까지의 유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태양의 빛과 신을 부르는 소리’라는 특별전시실에서는 국보 제143호인 화순 대곡리 출토 청동유물 특별전을 하고 있다. 신을 부르는 방울소리를 상상해 본다. 모형이라도 방울 소리가 들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선사실 화순 대곡리 출토 청동유물을 비롯한 선사시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 선사실 화순 대곡리 출토 청동유물을 비롯한 선사시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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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관에는 마한(馬韓)시대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나주지역에서 출토된 옹관묘의 웅장함에 놀란다. 묘의 크기가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커다란 옹기를 만드는 일은 지금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당시의 기술력이 놀랍다.

어두운 전시실 중심에는 마한이 독자적인 제국이었음을 알려주는 국보 제295호인 금동관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마한이 단순한 부족국가가 아니라 고대국가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려주지만 역사적인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한국사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이렇게 기록보다 더 확실한 유물이 있는데도...

조금 아쉬운 안내판 마한시대 유적이 일본 구주지역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하는 안내판
▲ 조금 아쉬운 안내판 마한시대 유적이 일본 구주지역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하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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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설명을 접한다. 고대사회에서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문명이 발달했다고 볼 수 없었을 것인데도 장고형고분이라든지 마한시대 많은 유물들을 일본 구주지역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확실한 고증이 거쳐지지 않았을 것인데 추측성 설명을 그리 성의 없이 써 놨는지 무척 서운하기만 하다.

도자기 전시실 아름다운 청자부터 백자까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 도자기 전시실 아름다운 청자부터 백자까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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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실에는 도자기 유물이 너무 많아 다 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오랜 시간을 관람한지라 조금은 지쳐 있는데다 다 보고 싶은 욕심은 괜히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청자 장고의 아름다움, 분청사기의 강렬한 그림. 청화백자 대접에 그려진 파란 물고기는 바로 튀어 나올 것 같다.

눈길을 사로잡는 청화백자 대접 잉어가 팔딱팔딱 살아있는 것 같다. 저기에 무엇을 담아 먹었을까?
▲ 눈길을 사로잡는 청화백자 대접 잉어가 팔딱팔딱 살아있는 것 같다. 저기에 무엇을 담아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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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특별전으로는 ‘불서(佛書)로본 스님의 일상’과 ‘사호(沙湖) 송수면(宋修勉)의 회화세계’가 진행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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