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음력설을 양력설보다 더 큰 명절로 즐긴다.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2007년에서 2008년으로 넘어가는 연말연시도 도시 사람들에게 큰 명절이기는 하지만 베트남 전역에서 전 국민이 지내는 음력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보통 관공서와 회사에서는 음력설에 보너스와 함께 넉넉한 휴가를 제공한다. 조상과 가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베트남 사람들은 음력설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 가려면 기차를 비롯한 웬만한 교통수단은 오래 전에 표를 준비해야 한다. 베트남의 구정 대이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게으른 나는 미리 계획을 세워 놓지 않은 까닭에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집안에서 게으름이나 피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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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력설을 반기는 현수막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베트남에서는 새해에 '충문남무이' 라고 인사를 한다. |
| ⓒ 이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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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시에 나가면 시내는 음력설 준비로 분주하다. '축·뭉·남·무이'라는 현수막이 도로와 관공서를 비롯한 큰 건물 곳곳에 붙어 있다. 베트남은 원래 한자권 국가였으나 지금은 프랑스의 도움으로 만든 그들만의 알파벳을 쓰고 있다.
'축·뭉·남·무이'라는 단어도 예전부터 써온 한자의 '신년쾌락(新年快樂)'을 현재의 베트남 알파벳으로 쓴 것이다. 길거리 곳곳에는 아치가 세워지고 가로수는 수많은 작은 전등으로 치장되고 있다. 약삭빠르고 돈벌이가 주요 목적인 백화점이나 큰 상점은 이미 현란한 장식을 끝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음력설 연휴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길거리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백화점도 선물을 사기 위한 손님으로 붐비고 있다. 음력설과는 관계가 없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도 명절 분위기에 들떠 있는 호찌민시를 사진기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호찌민시에는 매년 음력설에 열리는 꽃 잔치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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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에는 쥐의 해를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인기인 미키마우스가 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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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력설 때 열리는 꽃잔치를 위해 큰 도로를 막고 준비에 바쁘다 |
| ⓒ 이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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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니 이미 어둠이 깔렸다. 어둠의 깔리기 전의 모습과 전혀 다른 호찌민시의 모습이다. 수많은 전등으로 치장된 도로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국에서 아내와 단둘이 맞이하는 음력설, 헤어져 있는 가족들이 생각난다. 외국에 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더니, 가족과 헤어져 있으니 떨어져 있는 가족의 따뜻함이 더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