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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장기면에 위치하고 있는 영평사를 찾았다. 영평사는 장군산 아래에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장군산은 예전에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할 때, 청와대가 들어설 곳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풍수가 뛰어난 곳이다.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룡이라 하여 기운이 세찬 명당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 위치한 영평사는 조치원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조그만한 절이다. 대한 불교 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 말사로서 6동의 문화재급 전통건물과 3동의 토굴을 갖춘 대한민국 전통사찰 제78호의 수행도량이다.

 

큰길을 벗어나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자 영평사 입구로 보이는 일주문이 반갑게 맞이한다. 일주문은 네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는 일반적인 건물 형태와는 달리 일직선상의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어 일주문이라고 한다.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을 이러한 양식으로 세운 것은 하나 된 일심(一心)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차를 세우고 천천히 절 내로 걸어 들어갔다. 널 다란 절 마당을 중심으로 장군산 아래에 대웅보전이 높게 자리하고 있다. 진리로 가득찬 집이라는 의미의 법당은 어느 절을 막론하고 그 중심이 되는 전당으로서 대웅전이라고도 한다.

 

 

대웅전 좌측으로는 우리 민족 고유의 토속신앙 대상인 칠성, 독성, 산신을 모신 삼성각과 일반 신도들이 참선하는 직묵당이 있다. 그리고 우측으로는 주지스님이 찾아오는 이들에게 수행을 지도하매 정진하는 곳으로서 설선당이 있다.

 

대웅전을 내려와 절 마당에 서자 보통 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의 조각상이 직묵당 앞에서 나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들의 모습은 저마다 지은 표정이 장난스럽고 천진난만하다. 마치 어린 꼬마들이 모여 소꿉장난을 하는 듯하다.

 

 

그 꼬마 조각상들을 지나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자 마당에 가득히 줄지어 있는 항아리들이 눈에 띈다. 장독대는 언제 보아도 정겹고 마음이 풍요롭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뒤꼍에 장독대가 있었다. 그곳에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이 담겨져 있는 곳으로 우리에게 항상 맛있는 밥상을 제공하던 어머니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보물 창고였다. 그러기에 언제나 장독대를 바라보면 고향에 들어 선 것처럼 푸근하다.

 

 

장독대 담장 너머로 멀리 산 위를 바라다 보았다. 파란하늘에 닿은 장군산의 능선이 성곽처럼 길게 이어지며 영평사를 포근히 에워싸고 있다. 산의 장군과 같은 세찬 기운은 산 아래로 흘러 법당마루에 모여들며 영평사를 보살피고 있는 느낌이다.

 

장독대 옆길을 따라 영평사 맞은편에 있는 산길로 올라갔다. 작은 개울 건너에 연못이 있고, 그 뒤로 영평사가 넓게 펼쳐 있다. 산길에서 내려다보는 영평사는 여느 절과는 달리 도심의 광장에 와 있는 것처럼 마당이 매우 커 보인다. 절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마당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할 수 있을 만큼 넓다. 마당은 잔디로 되어 있고 그 마당엔 한 그루의 나무도 심어져 있지 않았다.

 

 

매년 가을엔 이곳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지나가는 보살님한테 여쭈어 보았더니 이제는 매우 규모 있는 산사음악회가 되어 멀리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음악회는 산사 주변의 구절초가 절정에 이르는 영평사 구절초 축제 기간(9월 말~10월말)에 열리는데, 성악가를 비롯하여 이름 있는 통기타가수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산사음악회라!  말만 들어도 근사하고 멋있는 풍경이다. 더구나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아름답고 아늑한 산사에서 열리는 음악회, 어느 도심에서도 느낄 수 없는  멋진 음악회일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절들은 대부분 풍수가 뛰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도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산사를 많이 찾고 있다. 영평사의 산사음악회처럼 다른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있었으면 한다.

 

요즘은  기존의 고정관념의 벽을 헐어버리는 많은 변화가 곳곳에서  일고 있다. 드럼이나 기타와 같은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공간을 일반사람들에게 제공해주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춤과 노래까지도 주민들에게 무료로 지도해주는 기관들이 늘어가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고 본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여가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와 같은 갈망을 충족시켜줄 문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올 가을엔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를 꼭 찾아오리라 다짐을 하면서 산길을 돌아 천천히 내려 왔다.


태그:#산사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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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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