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그녀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그 많은 굴곡을 감내해야만 했다.
마리암. 그녀는 정식 딸이 아니었다. 일종의 첩의 딸이었다. 그럼에도 마리암은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다. 엄마는 남자에 대해서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서 손가락질을 한다”며 조심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마리암은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아버지가 사는 곳에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어떤 대우를 받았는가. 돌아오는 것은 매몰찬 반응이다. 그럼에도 마리암은 그곳에서 고집을 피운다.
그 사이 엄마는 그녀가 자신을 버린 줄 알고 자살을 한다. 하루 사이에 마리암이 겪어야 했던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아버지의 정실부인들이 마음대로 마리암을 시집보낸다.
마리암을 데려가는 사람은 사는 곳에서 650km 떨어진 곳에 있는 라시드라는 남자였다. 그는 마리암을 어떻게 대하는가. 중동에서 여자란 남자의 소유물이었다. 버리고 싶으면 버릴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때리고 싶을 때는 때릴 수도 있었다. 폭행을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마리암은 외딴 곳에서 시체처럼 살아간다. 그녀가 남자였더라도 이렇게 됐을까?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는 그녀, 그녀의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라일라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랑하는 남자 또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구사일생으로 마리암과 라시드의 도움을 얻어 살아났지만 라일라가 갈 곳은 없다. 그때 라시드가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거래를 해온다. 그것은 자신의 또 다른 아내가 되라는 것이었다.
라시드의 아내가 된 라일라는 아이를 낳는다. 마리암과 다르게 유산을 하지 않고 낳았는데 그 아이는 딸이었다. 딸!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라시드는 구박을 하고 저주를 퍼붓는다. 그 앞에서 라일라와 마리암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없다. 때리면 맞고 욕하면 삭히는 것 뿐이다. 그곳의 여성들은 그렇게 살아야만 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주요 인물인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이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남편이 때리면 맞아야 하고, 여자끼리는 외출할 수도 없다. 잔혹한 곳이다. 여자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죽을 죄를 지었다는 것과 같은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여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여자는 하나의 짐승에 불과했다.
마리암과 라일라, 두 명의 여성은 그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도 그녀들은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다. ‘도전’을 하고야 만다. 계기는 라일라였다. 라일라는 라시드의 돈을 조금씩 훔쳐 모은다. 그리고 탈출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라일라는 아이와 함께 마리암을 설득한다. 마리암은 살면서 그런 것을 꿈꿔본 적이 없었기에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대로 사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고 동참하기에 이른다.
그녀들은 성공했던가? 아니다. 너무나 무기력하게 실패하고 만다. 그녀들을 붙잡은 경찰을 향해 그녀들은 말한다. 살려달라고, 이대로 돌아가면 맞아죽을 거라고. 그러자 경찰은 “남자가 자기 집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건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라는 말을 할 뿐이다.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은 누가 보상해주는가. 없다. 그것은 법이 보장해주고 있다. 모든 것은 남자의 권리일 뿐이다.
비극적인 삶을 감내해야 했던 그녀들의 삶을 그린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가슴 아픈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은 절망을 향해 달리지 않는다. 그녀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리하여 운명을 마주하고 껴안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기에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모진 세월을 감내한 끝에 가슴을 파고드는 격정적인 감동을 만들어주고 있다. 슬픈 서사시였건만 그 끝은 어느 소설보다 아름답게 끝내고 있는 것이다.
찬란한 태양만큼이나 찬란한 그녀들의 삶을 그린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분노하게 만들면서도 슬픔에 젖게 만들고, 또한 감동하게 만들면서도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이런 소설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소설이란 바로 이런 소설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