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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영도의 원래 이름은 ‘절영도’라 한다. 절영도란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가 빨리 달리면 그림자가 못 따라올 정도라 하여 끊을 절(絶), 그림자 영(影)을 붙여 절영도라 불렸다고 한다. 현재의 ‘영도’라는 지명은 ‘절영도’라는 옛 이름에서 ‘절’자가 빠지면서 생겨난 줄임말이라 추정한다.

 

이곳은 신라시대부터 선조 중기까지는 목장으로 말을 방목한 것으로 유명하며 또한 일본강점기에는 ‘마키노시마’라고 불렀다는데 일본말로 ‘말먹이는 목장의 섬’이란 뜻이라 한다. 영도에는 고신대학교와 해양대학교, 태종대공원 등이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부산 영도 한가운데 우뚝 솟은 있는 봉래산(해발 395미터)에 올랐다. 영도 봉래산은 ‘봉황이 날아드는 산’이라는 의미로 영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날도 전날처럼 날씨가 맑고 화창했지만 제법 쌀쌀하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남양산IC에서 부산 구서IC로 빠져 나와서 부산도시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문현동, 직진하면 연안여객터미널이 나온다. 우리는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영도를 잇는 부산대교로 직진해서 신선동 쪽으로 해서 목장원에 도착했다.

 

 

영도는 부산시내와 일본 강점기 때 세운 영도대교와 그 뒤에 만든 부산대교로 육지까지 연결되어 있다. 영도는 섬으로 되어 있어 차를 타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서든지 바다를 끼고 한 바퀴 빙 돌면 원점으로 오게 된다.

 

목장원 위에 차를 대고 곧장 임도로 이어지는 산행 길로 진입했다. 11시 50분이었다. 바람이 많이 분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갈림길을 만났다. 오른쪽으로는 태종대 중학교와 고신대학교가 있는 쪽이다. 우리는 왼쪽 길로 올라간다. 직진코스로 산 정상까지 가는 길이다. 체육시설 앞 약수터에서 물을 담고 또 걷는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은 바람이 높이 분다. 숲에는 바람 소리, 바다에는 뱃고동 소리가 사이좋게 들린다. 모천약수터에 도착(12:20). 많은 사람들이 물을 담아 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곳엔 모천 약수터 외에도 몇 개의 약수터와 체육시설이 보인다. 복천사, 산제당, 목장원, 백련사 등으로 갈라지는 사거리를 만났다. 오후 1시다. 50분이 소요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봉래산 정상 도착, 1시 5분이다. 봉래산은 봉우리가 크게 조봉(할아버지를 뜻함), 자봉, 손봉이 있다. 우리는 봉래산 주봉인 조봉에 온 셈이다. 조봉 바위 앞에 초로의 여인이 가만히 서서 바위 앞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채로 소원을 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말 없는 바위 앞에 무엇을 빌고 있는 것일까. 우린 사거리에서부터 정상까지 계속 바람을 타고 왔는데 봉래산 정상도 역시 바람이 높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영도 시내와 부산 시내 전망이 좋다. 봉래산 정상에서는 오륙도와 해양대학교가 있는 조도, 부산항과 부산대교, 남포동과 자갈치시장, 그리고 멀리 광안리가 보일 듯 말 듯하다. 뒤쪽으로는 송도해수욕장과 다대포해수욕장, 그리고 송도와 영도를 잇는 남항대교가 멀리 보인다. 오륙도는 다섯 개의 작은 섬인데 물이 차오르면 여섯 개로 보인다고 해서 오륙도라 한다.

 

 

봉래산 정상에서 전망을 조망한 뒤 능선길을 타고 자봉을 거쳐 손봉으로 출발한다. 능선길 따라 손봉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 바다가 계속 우리를 따라온다. 봉래산은 산 전체가 원추형으로 되어 있어 사면이 아주 가파른 편이다.

 

특히 손봉에서 다시 목장원까지 직진코스로 내려가는 길은 넘어지면 금방이라도 저 아래로 굴러 떨어져 내릴 것처럼 급경사다. 오죽했으면 등산을 갔다 온 날 저녁에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니 자꾸만 절벽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다 깨다 했을 정도다.

 

 

손봉으로 향해 가는 길 좁은 능선에서 영도가 섬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실감한다. 양쪽으로 바다가 보이고 숲을 흔드는 강한 바람소리에 뱃고동 소리가 간헐적으로 섞여든다. 저만치 손봉이 보인다. 손봉의 맨 끝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손봉에 도착(1시 45분), 여기서는 고신대학교, 오륙도, 해양대학교, 영도시내와 부산시내 등이 훤히 보인다. 푸른 하늘과 바다는 영도를 에두르고 멀리 멀리 펼쳐져 있다. 봉래산 정상 표시석 외에 자봉과 손봉은 표시석이 없어 눈어림으로 읽는다.

 

바람이 몹시 분다. 도무지 추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바람이 덜 닿는 곳 양지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먹고 서둘러 일어선다. 바람이 여전히 거칠고 높다. 바위 위에 서 있으면 바람에 날려갈 것 같다.
 
출발했던 목장원 쪽으로 곧장 내려간다. 길은 급경사로 가파르고 돌길이다. 바다는 내려오는 길 내내 눈앞에 펼쳐진다. 먹장구름 뒤에 숨었던 햇살이 바다와 숨바꼭질을 한다. 겨울 바다는 시리도록 푸르다. 겨울바다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시가 있다.

 

겨울바다

-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서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것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작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햇살이 두꺼운 먹장구름 뒤에 숨었다가 잠시 내비치면 회색빛으로 물들었던 바다 한 곳이 열리며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눈이 시리다. 구름 뒤에 숨었던 해가 나오자 따뜻한 기운이 절로 퍼진다. 겨울 산행에 햇볕은 참으로 고맙다. 내려오는 길은 산과 바람을 등지고 걸어서 조금 따뜻하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추위에 있어 엄살이 심한 편이다. 경사가 높은 내리막길로 곧장 내려와 임도를 만났다. 오후 2시 45분이다.

 

임도는 봉래산 중턱을 빙 둘러싸고 복천사, 목장원, 고신대학교까지 이어져 있으며 벚나무로 조성되어 있다. 직진코스인 등산로를 버리고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바람을 바로 앞으로 받으며 걷는 임도에서 얼굴을 강타하는 매서운 바람은 나를 더 움츠러들게 한다. 눈만 내놓는 안면모라도 쓰고 올 걸 그랬나? 칼날 같은 강한 바닷바람에 양쪽 볼이 얼얼하다. 이곳은 매서운 겨울 추위를 지나 따뜻한 계절에 찾으면 더 좋을 듯하다.

 

봉래산은 산이 크게 높지 않고 금방 오를 수 있으며, 어디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든 정상으로 이어진 길을 만날 수 있도록 길이 쉽게 나 있다. 아울러 임도가 산 중턱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가족 산행으로 아주 좋은 코스인 것 같다. 곳곳에 체육시설과 약수터가 있고, 무엇보다도 등산하면서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를 함께 볼 수 있어 좋은 산이다. 산보다는 바다가 더 마음에 오래 남는 곳이라고나 할까.

 

목장원 도착, 오후 3시다. 다른 때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산행을 마쳤다. 하염없이 펼쳐진 푸르른 영도바다를 옆에 끼고 가다가 다시 부산대교를 건너 집으로 간다. 부산 영도 봉래산에서 높이 부는 칼바람과 뱃고동 소리 귀에 들려오는 듯하고, 두고 온 바다가 눈앞에 하염없이 펼쳐진다.

 

* 산행수첩 : 산행 - 영도 봉래산(395미터), 일시 - 2008. 2. 9.(토) 맑음.

* 산행코스 : 영도 목장원-모천 약수터-봉래산 정상-자봉-손봉-임도-목장원


태그:#영도 봉래산, #자봉, #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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