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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운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불교,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성직자들이 오는 2월12일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시작해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등 600㎞에 달하는 거리를 100여일동안 순례한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의 참가자이기도 한 양재성 목사(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이 당당뉴스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다. 수경 스님도 <오마이뉴스>에 관련 글을 보내온 바 있다. [편집자말]
경부운하 구간 중 하나인 영강의 하류 부근.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강이라기보다는 자갈밭에 가까웠다. 2007년 촬영.
 경부운하 구간 중 하나인 영강의 하류 부근.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강이라기보다는 자갈밭에 가까웠다. 2007년 촬영.
ⓒ 오마이TV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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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라. 그 피조 세계 전체와 그 안에 있는 모든 모래알들을 사랑하라. 동물들을 사랑하고 식물들을 사랑하며 모든 것을 사랑하라. 당신이 모든 것을 사랑하면, 당신은 모든 것 속의 하나님의 신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피오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서)

환경재앙으로 지구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국제간 기후조정위원회(IPCC)의 발표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이 소중한 지를 일깨워 주는 하나님의 메시지다. 실제 지구 생태계 문제는 지구 생존의 문제가 되었고 인류가 해결해야 할 최대 핵심과제가 되었다.

숲의 상실과 사막화, 공해로 인한 각종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의 대멸종, 인구증가와 경제개발로 인한 지구생태계 파괴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깨뜨려 지구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그 지구재앙의 주범은 인간이며, 인간의 탐욕이다.

그러기에 환경문제는 인간의 문제이며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 욕망에 대한 절제 없이는 생태계 파괴는 지속될 것이며 재구재앙은 현실로 닥쳐올 것이다.

이 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6월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6월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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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는 인간을 나그네·순례자로 그리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나 40년이나 광야를 걸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간다. 믿음의 선조인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안정된 땅을 버리고 낯선 땅으로 길을 떠난다.

이것이 인류가 하나님과 깊이 만나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 그렇다. 인간은 원래 길 위의 존재이다. 길을 걷는 존재이다. 여기에 신비가 있다. 인간이 어디에 정착하면서부터 소유하기 시작하였고 탐욕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는 길을 걸을 때만이 생태적 삶을 살 수 있다. 순례는 적게 소유하고 적게 쓰고 그렇게 함으로 지구 생태계에 가장 적게 부담을 주는 길이다.

우리는 나그네요 순례자이다. 우리는 잠시 이 땅에 머물다 갈 뿐이다. 영원을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순례자라는 자각이다. 한 순간도 자신이 순례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순례자의 이상은 현실에서의 안일과 행복이 아니다. 진리와의 합일, 하나님의 그 영원하신 품이다. 순례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 길 떠남이 인간의 본연의 자리이다.

내일(12일 오후1시, 김포 애기봉) 우리는 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순례를 시작한다. 또한 모든 인류가 그 길을 찾기를 소망하면서 길을 떠난다.

이 땅은 누구의 것인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은 누구의 것이며 삼천리 금수강산은 누구의 것인가? 이 땅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물론 땅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권자의 것도 아니며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것도 아니다. 이 땅은 피조세계를 지으신 하나님의 것이며 우리 후손들의 것이다.

이 땅은 우리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야 할 생명의 터전이며 이 강은 생명의 젖줄이다. 그러기에 이 땅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인류는 강에 기대어 문명을 만들었고 강을 끼고 삶을 살아왔다. 그러기에 강은 인류의 어머니이며 생명의 젖줄이다. 성경의 첫 대문인 창세기도 동산엔 네 개의 강이 흘러 생명을 먹였다고 증언한다.

강은 흐름으로 주변 생명체들을 먹이고 살렸던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이 수려하고 물이 맑아 강은 식수원이다. 물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식수이다. 식수원에 배를 띄운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망측한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식수원에 운하를 만든 나라는 없다.

생태가치 부수는 것은 신성모독행위

우리는 지난 50여년을 경제개발이란 미명하에 강산을 다 파괴하였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는 얻었지만 생태계가 파괴되고 공해물질의 범람으로 금수강산은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데 수단인 경제가치가 본질인 생명가치를 앞질러 정신문명의 퇴보와 천박한 물질문명을 양산하였다.

시대적 가치 체계의 변화 없이는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 가치를 수단으로 놓고 생명을 담은 생태가치를 우선순위로 하는 새로운 가치체계를 세워야한다. 이제 생태가치를 부수고 깨뜨리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이며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도전하는 신성모독 행위이며 국민을 무시하고 후손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오만불손한 작태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민주 공화국이며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우리나라의 주인이 누구인가? 국민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향후 5년 동안 국민의 큰 심부름꾼일 뿐이다. 국민의 의견을 여쭈어 그 뜻을 겸허히 받들어 자자손손이 살아갈 터전을 잘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우리는 생명·생태가치가 이 시대의 중심 가치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생명의 근원인 강을 새롭게 인식하고 강을 모시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인류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생명을 키워온 강, 생명의 어머니인 강을 모시고자 한다. 생태가치를 이 시대의 중심 가치로 세워지길 바라며 순례에 오른다.

우리는 100여일을 걸을 것이다. 긴 장정이며 긴 시간이다. 걸으며 기도할 것이다. 지난 세월 생태계에 고통을 주었던 삶을 참회할 것이다. 더 이상 개발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지구 생태계가 망하는 것엔 무심한 사람들의 마음이 깨어나도록 기도할 것이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 생명세상을 열자고 호소할 것이다. 우리는 걸으며 다양한 생명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강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많은 생명체들이 없이는 인류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걸으며 기도하겠다, 순례하며 참회하겠다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부산본부)은 지난해 11월 오후 낙동강 하구 염막지구를 찾아 경운기를 몰고 시위를 벌였다. 이 곳은 지난 6월 이명박 당선인이 방문해 삽으로 뻘을 뜨면서 운하가 건설되면 수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던 장소다.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부산본부)은 지난해 11월 오후 낙동강 하구 염막지구를 찾아 경운기를 몰고 시위를 벌였다. 이 곳은 지난 6월 이명박 당선인이 방문해 삽으로 뻘을 뜨면서 운하가 건설되면 수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던 장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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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강·남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을 만날 것이다. 우리는 두루미·기러기·청둥오리·물오리·까치, 박새 등 수다한 철새를 만날 것이다. 또한 송사리·피라미·모래무지·붕어·물방개, 소금쟁이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갈대·나무·들꽃, 드넓은 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그 생명들이 우리를 살리고 있었음을 확인하고는 뜨거운 마음으로 껴안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들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이 그 작은 피조물을 사랑하는 길과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그 피조물 뒤에서 환하게 웃고 계시는 하나님을 뵙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다만 이 순례가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문제인 생태계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단초가 되길 빌 뿐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의 질서를 거슬려서는 큰 일 나는 것으로 알고 자연에 겸허했다.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순환의 삶을 살았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고 밥은 똥이 되고 똥은 밥이 되는 삶을 이어왔다. 이제 잃어버렸던 길을 다시 찾아 걸어야 한다. 그 길을 걷는 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며 인류를 구원하는 길이다.

길은 처음 그 길을 걸은 사람들이 있어 생긴 것이다. 우리는 우리 선조들이 걸었던 생태가치로 이어진 생명의 길, 생명평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 이 길만이 인류가 살 수 있는 길이며 지구 생태계를 구할 수 있는 길이다.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으면 30억 명의 식수가 문제가 된다고 한다. 만년설이 조금씩 녹아 강을 따라 흘러 그 강에서 30억 명이 식수를 얻었던 것이다.

불교·천주교·원불교·기독교 성직자 10여명이 함께 길 나선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일순간에 녹아내림으로 홍수피해는 물론 더 이상 물을 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수십억 명의 환경난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인류는 그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불교·천주교·원불교·기독교 성직자 10여명이 함께 길을 나선다. 각자 추구하는 신은 다르지만 그 중심엔 생명존중사상이 있다. 생명에 대한 눈뜸이 없이 어찌 시대를 새롭게 할 수 있겠는가? 생명을 들여다보라.

모든 생명은 신비로 가득하며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생명의 신비를 알고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길이 종교의 길이 아닐까? 우리는 사랑의 마음 하나 가지고 순례를 시작한다.

하나님과 땅과 대자연이 베풀어준 은혜에 비하면 내가 나눌 사랑은 너무나 적다. 하지만 사랑은 나룰 수록 더 커진다는 진리를 믿기에 이 작은 사랑의 행보로 개발주의 광풍을 잠재우고 인간의 탐욕을 버리고자 한다.

또한 우리의 산천을 있는 그대로 존속시켜 지구생태계를 살리고 우주를 구원하게 되길 기도한다. 그 희망으로 이 길을 나선다. 하나님과 대자연이 우리와 함께 함을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순례단>
성직자 : 단장 - 이필완 목사(당당뉴스 발행인)
개신교 : 이필완 목사(단장),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김민해 목사(월간 풍경소리 대표), 차흥도 목사(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원장)
불교 :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도법 스님(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연관 스님(조계종 종립선원 봉암사 수좌), 지관스님(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
성공회 : 최상석 신부(성공회 환경연대 사무국장)
원불교 : 홍현두 교무(원불교 천지보은회 홍보실장)
천주교 : 최종수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지리산생명연대 : 이원규 시인, 박남준 시인 등



태그:#100일 순례단, #양재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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