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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한 대한민국의 목재 문화재들이여!

 

국보 1호 숭례문이 훨훨 타오르다 뭉그러지듯 무너지고 있는 것을 멀뚱멀뚱 바라만 봐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문화재 정책이다. 국보급을 포함하여 이런저런 문화재가 화마에 전소된 게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렇게 잃고도 고쳐지지 않는 게 문화재에 대한 대한민국의 인식이며 관리능력이다. 우둔한 사람도 소를 잃고 나면 외양간을 고쳐 더 이상 소를 잃지 않는 게 보통인데 대한민국은 얼마나 더 잃어야 외양간을 고치는 사후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목재건축물인 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하면 제아무리 초기 진압을 잘 해도 화상은 남게 되고, 남게 되는 화상은 결국 문화재의 손상으로 이어진다. 그러함에도 목재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이며 적극적인 방법이 외면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그 대책을 제시한다.

 

대형 화재사건이 초기진압에 실패하는 이유는 늑장출동이나 초기대응 미비와 같은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화재현장에 사람이 있음에도 초기에 진화되지 않고 대형화재로 번지는 것은 ‘국보’나 ‘보물’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중압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때문이다.

 

 

결과가 전소로 귀결될 때야 좀 더 과감한 초기진압이 필요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단계에서 화재가 진압되고, 진화과정에서 일정 부분이 손상되었다는 게 알려지면  과잉진화였느니 어쩌니 하며 구설수가 따르는 게 현실이니 적절한 진화가 어느 선인지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목재 문화재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찰도 그렇다. 사찰 건물 어느 곳에서 막 발화가 되고 있거나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볼지라도 그 작은 불을 끄기 위해 선뜻 물바가지를 끼얹을 간덩이 부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큰불이 난 것도 아니고, 국보나 문화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문화재의 일부가 손상될 수도 있는데 물 뿌리기 등을 과감하게 할 간덩이 큰 사람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어~ 어~’ 하며 가지고 있던 소지품으로 우왕좌왕 하며 번지고 있는 불을 탁탁 두드리며 진화를 시도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물바가지라도 확 끼얹어 불이 꺼지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해서 큰 화를 막았다는 칭찬보다는 그냥 살살 꺼도 되는데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느냐고 질책을 당하기 쉬운 게 소방행정의 현실이며 민심이다.

 

매일 기도를 하던 산사, 예경의 절을 올리던 법당에서 불이 막 번지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어느 누가 감히 매일 예경의 절을 올리던 법당이나 불상에 거침없이 물바가지를 끼얹을 것인가? 일반 신도가 아닌 스님일지라도 여간해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흔적이 남지 않는 진화를 시도할 것이다.

 

누가 강요하거나 책임을 물어서가 아니라 알게 모르게 형성되는 가치관, 감히 저것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는 중압감 내지는 조심스러움에서 기인하는 결과라고 생각된다.

 

잔유물이 남지 않는 가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

 

그렇다면 목재로 된 문화재에 만약에 발생할지도 모를 화재에 문화재의 손상 없이 효과적으로 진압하거나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잔유물이 남지 않는 소화가스가 분출되는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스프링클러가 화재의 초기진화에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물에 노출되면 손상될 수밖에 없는 목재 문화재의 특성상 물이 분사되는 스프링클러의 설치는 현실적으로 곤란하니 그 대안으로 하론이나 이산화탄소가스처럼 잔유물을 남기지 않는 가스가 분사되는 스프링클러의 설치를 검토해 보라는 것이다.

 

허옇게 잔유물이 남게 되는 일반소화기 역시 초기에 선뜻 사용하기엔 부담스러우니 소화기 역시 잔유물이 남지 않는 하론이나 이산화탄소가스가 충전된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그런 소화기를 비치하고 주사용자는 물론 주변사람들에게도 소화기나 스프링클러의 작동이 문화재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잔유물도 전혀 남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홍보, 교육하면 새가슴인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초기진화를 효과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한때 이런 방법을 구두로나마 제안했더니 스프링클러의 설치에 따른 현실적인 한계와 소화기 구입에 따른 경비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예산타령만 들었다. 발생하지도 않은 화재를 대비해 문화재에 손상을 줄 수도 있는 배관이나 시설이 허락되지 않을 거라는 예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국보 1호인 숭례문까지 뭉그러지는 것을 목견하고도 문화재의 손상을 염려하느라 적극적인 예방책을 강구하지 못하거나 예산타령만을 반복한다면 이거야 말로 문화재에 대한 영혼 없는 대안이며 정책이다. 

 

전소된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얼마의 예산이 소요될지는 모르지만 진즉에 이런 방법, 잔유물이 남지 않는 가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였다면 그 예산의 일부분만을 가지고도 더 많은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지킬 수 있는 항구적인 대책이 가능했을 것이다. 숭례문의 소실은 안타까워하되, 그 안타까움보다 더 큰 대책을 항구적으로 강구하라.

 

한반도대운하를 공약한 이명박 정부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재들이 더 이상 명박(命薄)한 운명이 아니길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명박하다 : [형용사] 운명이나 팔자가 기구하고 복이 없다. 


태그:#숭례문, #문화재, #하론, #이산화탄소, #잔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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