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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1일 밤 숭례문 앞에서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 "언제든지 사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11일 저녁 8시 15분경 불에 탄 숭례문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유네스코 회의로 유럽 출장 중 숭례문 화재 보고를 받고 곧바로 귀국했다. 그는 숭례문 방문에 앞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참석해 큰 질타를 받았다.

 

그는 숭례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취재진과 만나 "참담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5시간 동안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는데, 너무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며 "참담하다, 재임 3년 6개월 동안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국보를 망신창이로 만든 것은 죽을 때까지, 무덤에까지 가져가겠다, 부끄럽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임해서 해결될 문제라면 오늘이라도 사임하겠다, 그게 내 자신에게도 홀가분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뒤처리가 더 (중요한) 현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자를 문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제가 문책을 당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부끄럽고 면목 없다"

 

▲ 파리에서 급거 귀국한 유홍준 "국민께 사죄드린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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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의 요청으로 방재작업이 늦어져 숭례문 전소가 이어졌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밝혔다.

 

"숭례문에서 연기가 나던 10일 밤 9시 15분께 보고를 받았다. 화재 발생 30분 후 상황에서 불을 끄기 위해 숭례문의 일부를 파손해도 된다고 했다. 방재 작업을 소방 당국에 위임한 것이다. 전쟁 때도 반파됐지만 복원했고 이번 화재 보고 받을 당시 1/20만 포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노력했지만 적심 구조 때문에 결국 진압하지는 못했다."

 

이번 사고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총체적으로 문화재청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각 문화재 관리는 지자체에 이관됐다, 숭례문 관리는 중구청이고 불을 끄는 곳은 서울소방본부였다, 그렇지만 나라의 국보를 망친 책임은 문화재청이 져야 한다. 뒷수습은 제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 처장이 행정 경험이 없어서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문화재안전과도 만들고 낙산사 화재 이후 그 쪽에서 예산을 많이 배정했다"며 "제 부덕의 소치, 무능의 소치라고 하면 간단할 수 있지만, 방재 시스템의 예산이 눈에 보이는 것만 치중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초동대처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유 청장은 "창경궁 화재 때는 한 시민이 화재 발생 8분 만에 소화기로 진압했다, 이번에는 시민이 소화기를 든 게 아니라 소방차가 출동했다"며 "초기 대응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방당국이 제대로 판단을 못했다, 전기톱이 들지 않았고, 숭례문의 구조는 적심 구조인데, 겨울 야간에 기왓장을 드러내야 했는데, 1개에 20kg로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또한 "사실 우리가 적심 속에서 연기가 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해서 알려줬어야 했는데, 그건 우리가 잘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어쩌다가 적심 족에서 불이 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숭례문 관리를 맡고 있는 중구청의 관리 소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 광장을 만들 때 중구청은 숙직 시스템으로 숭례문을 관리했다"며 "경비업체에 맡긴 이후 중구청에서 숙직시스템을 없앴는데, 이걸 유지해야 했다"고 밝혔다.

 

숭례문 화재 가상훈련도 했지만...

 

취재진은 유 청장에게 총제적인 방재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유 청장은 "그동안 준비한 많은 것들이 묻혀서 아쉽다"고 말했다.

 

"수원 화성 서장대 화재는 방화였고, 낙산사는 산불이었다. 모두 일반적 화재가 아니었다. 누전이나 관리부실이 아니었고, 숭례문은 방염처리도 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준비했는데 다 묻혔다.

 

2007년 4~5월에 숭례문 화재 가상훈련도 했다. 2006년 정밀실측도도 만들었고 원래 세콤에서 30만원에 부실하게 관리되던 것을 KT텔레캅으로 옮겼다. 일반적 화재에도 잘 준비했지만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준비하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일 오후 2시 문화재 위원회 건축 사적 분과 합동회의가 열리는 데, 그곳에서 부재의 몇%를 다시 쓸 수 있는지, 개축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층은 30% 정도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는 강릉, 삼척 쪽 150만평의 소나무 숲에서 광화문 복원과 같은 육송을 가져와서 복원할 것이다. 3년 정도 걸릴 텐데, 오세훈 서울 시장과 만나 광화문 복원과 어울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숭례문 화재, #유홍준 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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