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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 없는 세상

이제 우린 뭘 믿고 살지

 

날도 춥고 마음은 휑한데

말없이 반겨주던 당신 없어

우린 뭘 기대고 살지

 

책에서 거리에서

어려서부터 수없이 봐왔던

친근한 당신 정말 사라진 건가

 

우린 벌이 시원찮아도

당신 보면 마음 든든했는데

 

이제 우린 무슨 힘으로 살지

이제 우린 무슨 긍지로 살지

 

당신이 그토록 소중한 존잰지 몰랐어

하긴 우리가 당신을 얼마나 홀대했어

 

당신 얼굴에 쌓인 육백년

기품어린 미소 새삼 그리워

 

우린 모두 죄인이야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다투다

당신 하나 지키지 못하고

 

그래 당신 우릴 용서해줘

당신께 손발이 달도록 빌게

 

당신 없인 깜깜한 세상

우리가 대신 그 어둠을 밝힐게

 

2008.02.12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밥만 먹고 살 수 있을까. 숭례문이 없는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실용이니 개발이니 국가경쟁력이니 하지만 이번 방화사건을 통해 보면 예술과 문화와 역사를 소홀히 하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음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타버린 600년 문화재를 그 어떤 돈으로나 권력으로나 명예로도 복원할 수 없다. 

우리 역사의 대표적 상징인 숭례문을 지키지 못한 건 우린 후손들에게도 큰 치욕이고 주변국로부터 조롱거리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세계10대 무역국이라 떠벌이면서 그 잘난 외국 명화 하나 전시하려고 수십억 보험금을 내면서도 국보 1호의 보험금이 일억이 안 된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비문명국이 되고 말았다.

예술과 문화 없이 정치와 경제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이게 하늘의 조상이 내린 재앙 아니고 뭔가. 아니 문화의 IMF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것이 문화를 지키지 못한 나라의 귀결점 아닌가. 경제적 효용가치를 내세워 문화적 효용가치를 무시하는 차기정권의 단기적 전시행정과 문화정책, 또 그것이 낳을 후유증을 심각하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문화의 힘을 잃으면 어디 가서 삶의 긍지와 보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600년 문화유산도 못 지키면서 알량한 눈가림경제로 뭘 살리겠다는 것인가. 하긴 이제 그 누구를 탓하랴. 우리 모두가 못난 탓이기에 처절하게 반성하고 뉘우치고 통절하게 대오각성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태그:#숭례문 화재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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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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