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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나의 세포를 흔들어 깨웠다. 세속에 찌든 감성을 자극했다.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 너무 많았을까. 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과 함께 길을 걸었고, 그들의 순수한 감성에 젖어 들었다.

 

세상과의 소통. 그들은 이를 위해 길가로 나왔다. 취재하러 가는 내내 무척 궁금했다. 왜 그들은 영하 10도의 칼날 같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왔을까.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인 나는 ‘이명박 운하’를 막기 위해 나선 그들과 함께 논두렁길을 같이 걸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그들을 느끼려 했다. 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100일의 도보 순례에 나선 것일까. 도보 순례 첫째날, 그들의 육성을 들어 보았다.>       

 

 이필완 목사, 양재성 목사, 수경스님, 도법 스님, 최상석 신부, 홍현두 교무, 최종수 신부 등 4대 종단 성직자 및 환경운동가 20여명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이 1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전망대를 시작으로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100일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이필완 목사, 양재성 목사, 수경스님, 도법 스님, 최상석 신부, 홍현두 교무, 최종수 신부 등 4대 종단 성직자 및 환경운동가 20여명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이 1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전망대를 시작으로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100일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 권우성

 

도법스님 "21세기 가치 지키려고 길을 나섰다"

 

"21세기의 가치는 부문별한 개발과 성장의 가치가 아니다. 개발이라도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자는 것이 21세기의 가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 사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 사회이고, 그 첫째 조건이 지구 생태 환경, 우리나라에서는 한반도 생태 문제이다.

 

대운하는 가장 중요한 첫째 조건의 운명을 말살시키는 행위이다. 이 가치는 특정 정치인,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좌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우리 민족 전체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사항인데 소수 사람들이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 21세기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걸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양재성 목사 "이명박 운하는 신성모독죄"

 

"지금 보면 경제 가치가 마치 가장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항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 막아야 한다. 생명을 죽이면서까지 경제를 말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구가 병들어 죽으면 백날 경제가치를 외쳐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는 경제가치 말고 생태가치를 이야기 할 때이다. 

 

(장로인 이명박 당선인이) 종교의 가치를 아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자연은 하나님의 몸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자연을 무시하고 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거대한 창조 질서에 도전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정확히 말해 신성모독죄다. 하나님의 땅, 우리 민족의 땅, 후손들이 이어나갈 땅인데 이를 특정세력 마음대로 파헤치고, 뒤엎는다는 것은 오만한 모습이다."

 

최종수 신부 "눈 앞의 밥그릇이 아니라 미래 가치를 봐야"

 

"얼마 전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신부님 배가 산으로 가요. 운하를 만든다고 하는 것은 배가 산으로 가는 일 아닌가요?’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런 것이다. 자연의 순리라는 것이 있는데 대운하를 얘기하는 것은 순리를 어기고 거꾸로 간다는 말이다. 이러한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생명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돈, 자본, 성장논리에 묻혀서 천시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명이 없으면 돈, 자본도 없다. 미래를 보는 넓은 안목을 가지고, 눈앞에 놓인 당장의 밥그릇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도 볼 줄 아는 넉넉한 시각이 필요하다." 

 

이필완 목사 "경제가 최우선이라는 괴물... 참회하자"

 

"경제가 최우선이라는 이런 괴물 같은 일반화가 난무하게 된 지금의 현실에 대해 우리 종교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먼저 우리가 참회하고, 진심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로 길을 걷게 되었다.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경제다. 사실 나는 경제에 대한 것은 잘 모른다. 그렇다 치더라도 한반도 대운하 문제는 경제로 풀 문제가 아니다.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생명과 자연의 문제는 이념과 사상을 떠나 개발론자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모두의 문제이다."

 

 깃발을 앞세운 도보순례단이 애기봉전망대에서 출발하고 있다.
깃발을 앞세운 도보순례단이 애기봉전망대에서 출발하고 있다. ⓒ 권우성

문정현 신부 "대운하가 무섭다"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사실 이건 경제 논리인데,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일이다. 가치가 다 깨지면 인간사회는 뭐가 되냐. 무섭다. 무서울 따름이다.

 

옛날 어른들께 배고파도 옳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통탄스럽다. 대운하라는 문제도 이러한 모습의 연장선상 아닌가."

 

이진형 산돌학교 교사 "경제적으로도 남는 게 없는데..."

 

"사실 단장이 아버지다.(웃음)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다 보니 생명, 생태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개인적인 소신도 대운하 반대고, 가르치는 아이들도 많이 반대를 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러 왔다. 기본적인 철학을 가진 작은 걸음들이 모여 마침내는 큰 강물을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

 

생태 가치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경제 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나 사실 대운하를 따져보면 경제적인 면을 봐도 전혀 실속이 없는 사안이다.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도 남는 것이 전혀 없는데 생태와 자연을 무시하면서 까지 대운하를 추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김민중(산돌학교 고2) "돈보다 자연이 우선"

 

"아직 어려서 큰 의미는 잘 모른다. 그냥 동네에서 좋은 일 한다기에 참석했다(웃음). 돈보다는 사람과 자연이 우선이지 않겠는가. 자연이 있어야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어야 돈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대운하 공약은 앞뒤가 뒤바뀐 공약인 것 같다."

 

이원규 시인 "이번 싸움은 장기전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18세기 쯤 되는 발상이다. 19세기도 아니다. 전제군주제, 봉건제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국무총리를 격하시킨다든지 일인체제하 줄세우기, 밀어붙이기 등 18세기의 일인왕체제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불도저식 개발논리의 표본이 한반도 대운하다. 다양성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더불어 살기를 원하지 않는 천박한 논리일 뿐이다. 이번 행사는 강과 만나는 기회이다. 강을 받아 모시는 기회이고, 생명을 모시는 기회이다. 우리가 조용히 반성하고, 참회한 다음에 액션을 취할 생각이다. 이 싸움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다."

 

유재언 석탄3리 노인회 회장 "물 가두면 좋을 수 있겠나"

 

"난 개인적으로 90% 이상 대운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당장 실업자는 적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물이 깨끗해진다? 하지만 식수 문제는 확실히 나빠질 것이다. 물을 가두면 좋을 수가 있겠나. 민간자본으로 한다고 해서 국가 자본 안 쓸 수도 없을 것이다.

 

개발지역 주민 혜택 돌아간다고 반길 사람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좋아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실제 원주민들은 보따리 싸서 나갈 일밖에 없다. 국민들의 여론 수준 다 수렴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어쨌든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문제인식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성급하다."

 

권운택 김포예총 회장 "운하, 달갑지 않다"

 

"난 운하는 달갑게 생각 안한다. 대운하라는 전제, 그게 사실 타당한건지 의문이다. 난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수치에는 어둡지만 운하 소리 들으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조그마한 국토를 반으로 가른다? 이러한 생각 맘에 들지 않는다. 운하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조그만 국토 하나 보존도 못하고 쪼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보 순례 현장에 등장한 '박스맨'들
도보 순례 현장에 등장한 '박스맨'들 ⓒ 송주민

 

환경정의 토지정의 센터 김성연 팀장은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재미있게 대운하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 이러한 이벤트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환경정의 박스맨'들은 "지난 4일에는 명동에서 광화문까지 박스를 쓰고 거리 행진을 했고, 5일에는 강남버스터미널 앞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퍼포먼스를 벌였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많은 대학로와 같은 곳에 찾아가 거리행진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녹색대학 허병섭 목사
녹색대학 허병섭 목사 ⓒ 송주민

진입로로 가는 긴 행렬 속에는, 100일간의 순례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오늘을 포함하여 앞으로도 중간 중간 순례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신도와 종교인들도 많았다.

 

화계사(주지: 수경스님)에서는 이날 40명의 신도들이 일일순례에 참여했다. 이 중 한 신도는 "생명이 살아야 내 몸도 사니까, 생명이 바로 생명이니까 이 운동에 동참한다"며 참여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순례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녹색대학 허병섭 목사는 "강물은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흐르게 되어 있는데, 대운사 사업은 강물이 남북횡단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 나아가 민족의 생명줄이 차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또한 "운하건설은 지금 잘 살겠다고 후손들을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는 용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송주민, 홍현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대운하#순례#종교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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