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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분노를 폭발시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표출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태도 때문이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이명박 편들기'도 한 몫했다.

 

손학규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든다는 미명 하에 규제 부처를 늘리고 민생지향 부처를 줄인다는 점에서 졸속 개편이지만, 기본 틀에 원칙적으로 동의해주고 협조했다"며 "마치 우리가 전면 반대하고 발목잡는다고 하는 것은 신정부의 잘못된 일방적 선전"이라고 지적했다.

 

"여론몰이 계속되면 개편안 처리 협조 못해"

 

그는 이어 "인수위가 백년대계를 개편하는데 1월 21일에 (개편안을) 제출해서 25일까지 처리해달라는 것은 무모하고, 앞뒤 가리지 못하는 자세"라며 "9·11테러 났을 때 미국에서는 국토안전보장부 신설 논의를 시작한지 일년이 걸려 확정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골방에서 만든 안건을 갖고 처음에는 토론 없이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이 신정부의 추진력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이라며 "협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신당에 대한 자세는 정말로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손 대표는 전날(12일) 이명박 당선인과의 전화통화 과정을 설명하며 이 당선인을 직접 겨냥했다.

 

"어제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는 나와의 면담에 대해 아무런 계획없이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 당선인이 나에게 전화한 것을 두고 마치 내가 만나주지 않으니 전화를 했다고 흘리고 있다. 이 당선인은 통화 말미에 '당선인과 야당대표가 전화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 없이 (주호영) 대변인을 통해서 (나를) 설득했다고 일방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 진정성이 전혀 없다."

 

손 대표는 이어 "이런 여론몰이가 개편안 처리의 기본태도가 된다면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며 "대중 영합주의에 불과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10일 전소된 숭례문을 언급하며, 서울시장 재직시절 숭례문 개방을 추진한 이명박 당선인을 꼬집기도 했다.

 

"숭례문 불타는 것을 5시간이나 지켜보면서 국민 마음이 얼마나 상했을까, 생각해 보라. 근본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생각해야한다. 대중 인기를 생각하는 경박한 정책이 숭례문 화재를 불러왔음을 깊이 생각해야한다."

 

손 대표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에 대한 부담은 우리가 더 크다"며 "우리에게 아무리 중요한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부담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언론이 사설을 통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동아일보>는 이날 '이명박 정부인가, 손학규 정부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신당은) 오직 어떻게 하면 여성, 어민, 농민 표를 한 표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하는 총선 전략밖에 없는 듯한 태도"라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 때문에) 손 대표가 과연 정부조직개편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정신이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신당 대변인은 "모욕적인 표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의 논평보다도 더 심한 사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당의 대표를 인신공격성 표현으로 폄하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형평성과 균형조차 반영되지 않는 일방적 사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발목잡기'라는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명박 당선인의 일방적 밀어부치기에 대한 모욕감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밀린다면 향후 경부운하 등의 문제를 처리할 때 또 다시 이 당선인의 독주를 막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손 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도 '총선에 미칠 영향, 발목잡기로 역풍을 받지 않느냐'는 우려가 많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정부가 아무리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선출됐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공약인 대운하를 통과시켜줘야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잘 안다. 백년지대계를 다루는 문제이니 만큼..."이라고 못을 박았다.

 

 

강재섭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경숙 "개편안은 협상 대상 아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화가 났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신당측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발목잡기'를 넘어 '발목 부러뜨리기'라는 것.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도 해도 너무하고,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어떻게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는 이어 "저도 조금 도움이 될까 생각해서 손학규 대표와 어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감감 무소식"이라며 "10년동안 여당을 했다는 분들이 대선 결과와 국민의 뜻을 모아서 일해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성토했다.

 

"새 정부 출범에 기왓장 한 장이라도 거들어서 놓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내겠다고 노골적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단순히 발목잡기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발목 부러뜨리려는 심산 아닌지 의심스럽다. 행여 저분들의 행보가 나름대로 총선에 득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역지사지 자세로 이제 통크게 협조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촉구한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신당의 협상 태도를 '총선용'이라고 몰아부쳤다.

 

"새 정부가 각료도 없는 채 출범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신당이) '그렇게 해도 좋다. 그러나 우리는 양보 못하겠다' 이런 식으로 강하게 나가고 있는 것은 뭣 때문이겠나. 해수부는 어민 이해관계 얽혀있기 때문에 그쪽 표를 의식, 농진청은 농민 표를 의식해서 결국 총선에서 도움받기 위해 정략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전날(1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던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전 간사단회의에서도 "세계 정치사에 정부 출범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협조하지 않는 사례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경숙 위원장은 "정부가 출범을 해서 그 다음에 평가를 받으면 되지, 출발도 못하게 하는 데 대해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다수당으로 국정 운영을 책임진 신당 지도자들은  이제 미래지향적,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지, 정파적이나 다른 이해관계로 따져서 협상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명박 당선인은 전날 손학규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화가 잘 안 되면 (통일부까지 폐지하는) 우리의 원안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며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태그:#손학규 대표, #이명박 당선인, #정부조직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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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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