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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마치고 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도보 순례단 전체의 모습
 아침식사를 마치고 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도보 순례단 전체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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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순례단에는 숨은 공로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밥을 준비하는 '취사병'이기도 하고, 순례단이 묵을 장소에 미리 가서 천막을 치고, 순례단을 맞이하는 선발대기도 하다. 정식 명칭은 간단하다. '지원팀', 딱 세 글자로 불린다.

-10℃ 이하로 떨어져 올 겨울들어 가장 추웠던 둘째 날(13일) 아침. 천막에서 밤을 지샜던 순례단들의 꽁꽁 언 몸을 따뜻하게 녹여준 것이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지원팀이 분주하게 준비했던 뜨거운 떡국 한그릇이 그것. 100일 도보 순례단의 든든한 도우미이자 한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인 이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순례단의 의식주는 우리가 해결

이른 아침부터 취사 준비를 하고 있는 지원팀
 이른 아침부터 취사 준비를 하고 있는 지원팀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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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순례 셋째 날인 14일 오전 8시 30분 경. 아침 식사를 마친 도보 순례단 일행은 깃발을 앞세우고, 옆으로 한강이 보이는 둑방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들이 가자마자 분주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본진 일행들이 떠나간 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다시 차에 싣는데 여념이 없는 지원팀 사람들이다.

열심히 짐을 나르고 있던 실상사 조항우씨는 "순례단의 의식주를 우리가 해결한다고 보면 된다"며 지원팀의 역할을 설명했다. 지원팀 트럭 뒤에 실린 짐은 주로 부식, 조리도구, 취침도구, 천막 등이었다.

유씨는 "서울에서 14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IMF 때 해고된 이후에 고향으로 귀농했다"며 "사실 환경에 대해 잘 몰랐는데 귀향해서 무농약, 무세제 등의 생활경험을 하다 보니 저절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기 참석하게 되었다"고 지원팀으로 참가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뒷정리를 마치고, 짐을 다 실은 지원팀은 순례단 본진이 점심 식사를 할 곳에 먼저 가 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떠났다. 이동하는 차안. 이런 저런 담소가 오고 갔다. 주로 환경과 생명, 그리고 농촌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학생인 최병진(감리교신학대 4)씨와 전북 진안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박한용씨의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생명을 다뤄봐야 사람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한 번 꼭 지어보고 싶어요."

"그래 젊은이가 참 좋은 생각을 갖고 있구만. 이번 프로그램 통해서 많은 경험 해봐. 생명, 생태 등을 깨닫는 데 참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이어 박씨는 걷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걷고 싶지, 강을 바라보며… 그래도 괜찮아. 낮은 자세로 이렇게 뒷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잖아"라며 지원팀 생활에 의의를 두었다.

편한 길 되도록 열심히 뒷바라지 할 것

도보 순례팀의 든든한 후원자. 지원팀의 트럭
 도보 순례팀의 든든한 후원자. 지원팀의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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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장소에 미리 도착하여 주변을 살피고 있는 지원팀
 점심 식사 장소에 미리 도착하여 주변을 살피고 있는 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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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팀은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도보 순례단 본진과 달리 일반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강원도 정선에서 왔다던 김욱철씨는 지원 트럭을 몰고 있었다. 김씨는 "나는 시골에서 조용히 사는 사람이다, 종교적 신념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지 고생하시는 저분들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러 왔다"고 겸손한 참가 의의를 밝혔다.

그는 "우리 지원팀이 잘해야 걷는 사람들이 걱정 안 하고 편하게 도보 순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게 다 그렇듯이 보급이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늘은 조금 덜 바쁜지 지원팀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첫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밥을 준비하던 모습과는 달리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어 보였다.

김욱철씨는 "서울 지역에서는 취사도 못하고, 천막도 칠 수 없기 때문에 성당, 절 등에서 해결해야 한다"면서 "어찌보면 우리에게 있어 서울 지역 순례는 짧은 휴가기간"이라며 농담 섞인 어투로 말했다.

어디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운하 반대' 도보 순례단에는 궂은일 마다 않고 뒷바라지 하는 지원팀이 있어서, 강물 따라 걷고 있는 순례단의 한걸음 한걸음이 더욱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 '밥차보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김희은씨의 한 마디에 이들의 마음이 잘 담겨져 있었다.

"여러분들이 끝까지 힘있게 갈 수 있도록, 편안한 길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뒷바라지 하겠습니다."

지원팀의 물자를 담당하고 있는 트럭의 모습
 지원팀의 물자를 담당하고 있는 트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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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에게 공약철회 명분 주기 위해 순례 하는 것"
[인터뷰] 이상배 도보 순례단 지원팀장

지원팀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13일, 모든 순례단원들이 둘러 모여 자기소개 할 때 그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 곳에 왔다"고 자신을 소개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자신을 내세우고 싶지 않아 했다. 떠들지 않고 그저 조용히 돕다 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인터뷰를 피하는 이상배 지원팀장을 어렵게 만나 대화를 나눠 보았다.

다음은 이상배 팀장과의 일문일답.

- 어떻게 지원팀에서 팀장까지 맡게 되었나.
"사실 나는 보이 스카웃 대장 출신이다. 이번 순례단 회의에 늦게 참석했는데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얼떨결에 팀장이 되었다. 애초에 순례는 종교인이 하고, 내가 지원팀을 하겠다는 심정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 다니시던 직장까지 그만 두시고 이곳에 왔다고 하던데.
"일을 그만 두어야지만 100일 동안 이 곳에서 일할 수 있지 않나. 또 이것 한다고 해서 회사에다 누를 끼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일 그만두고 이번 도보 순례에 참석하게 되었다."

- 이런 상황을 무릅쓰면서 까지 순례에 참가한 의의를 밝힌다면.
"이명박 당선인에게 명분을 주고 싶다. 사실 이 당선인이 잘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못하는 것은 확실히 못한다고 이야기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서는 것 아닌가? 당선인에게 운하 공약 철회 명분 주기 위해 이 순례를 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정치인들 공약 내세우고 안 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안 하는 것에 대한 명분을 주기 위해서 나섰다. 그가 쉽게 그만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참가하고 있다."

- 그렇다면 대운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사 한 번 잘못해서 우리 국토 전체가 뒤집히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백두대간 중간을 반으로 자른다는 그 자체가 옛부터 이어내려 온 우리 전통과 조상들의 사상을 잘라놓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는 명백히 사리에 어긋나는 행위 아니냐."

- 종교 지도자는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나.
"나는 불교신자다. 환경단체 등에 소속되어서 활동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으로서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 원래 뒷바라지 하는 일이 쉽지 않은 법인데 일이 고되지 않나.
"즐거운 마음으로 뒷바라지 하다 보면 고된 것은 모른다."

- 그래도 애로사항이 있다면.
"스카웃 생활할 때부터 야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야영은 한 곳에 정착하고 며칠씩 생활하는 데 반해 이번에는 한끼 먹고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하는 것이 좀 힘들다. 야외에서 생활할 때는 잘먹고, 잘싸고, 잘입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지금 우리가 이것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한 곳에 고정적으로 있으면 이러한 문제들이 습관화될 수 있지만 계속 이동하면서 생활하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참 많다."

덧붙이는 글 | * 2월 14일(목) 일정 : 강화를 가는 78번 국도상에 있는 용화사에서 출발(9시)하여 김포 신도시 예정지를 거쳐, 홍도평(김포 우리 병원 인근)으로 이동한 후 계양천을 거쳐 석골나루터 인근으로 이동한 후 점심 식사를 할 예정 이며, 오후 순례에는 행주대교 인근인 전호리 일대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14일(목) 순례는 행주대교 하단에서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 2월 15일(금) 일정 : 개화동 인근의 행주대교 하단에서 출발(9시)하여 강서지구습지생태공원을 거쳐, 여의도까지 이동할 예정입니다. 강서지구습지생태공원을 찾아오는 방법은 http://hangang.seoul.go.kr/park/p_info_gangseo4.html 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 도보 순례 일정은 날씨와 도보 속도에 따라 변동됩니다. 도보순례 지점에 인접한 상황에서 전화 확인 요청드립니다.(010-9116-8089)



태그:#대운하, #순례, #종교인, #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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