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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발렌타인데이’라는 날이 있었습니다. 초콜릿을 파는 가게는 젊은이들로 붐볐습니다. 저의 여식인 슬비와 예슬이도 부산을 떨었습니다. 이런 홍역은 3월에 들어 있는 ‘화이트데이’ 때도 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블랙데이, 빼빼로데이, 다이어리데이도 있다는데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또는 친구끼리 서로 마음을 주고받고 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국적불명의 날들을 챙기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것을 등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2월 21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음력 1월15일로 보름 가운데 가장 큰 보름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날을 설날과 함께 새해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뜻 깊은 날로 여겨왔습니다.

 

지신밟기, 당산제 등 이때 행해지는 세시풍속놀이를 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정월대보름과 관련된 세시풍속놀이가 우리나라 전체 세시풍속의 4분의 1을 넘습니다. 농경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이 날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세시풍속놀이는 여유와 풍류 그 자체였습니다. 저마다 고유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이 놀이엔 생활의 지혜와 삶의 애환이 서려 있습니다. 한 해의 번영과 가족, 이웃간 복을 비는 간절한 마음도 녹아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개인주의가 깊이 뿌리내리면서 그 멋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한복도 명절 때, 그것도 고궁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차림으로 변했습니다. 소득 수준은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지만 우리 생활은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느낌입니다.

 

아이들도 짬이 생기면 컴퓨터 게임을 합니다. 그것의 특성상 혼자서 즐깁니다. 그게 더 편한 탓입니다. 공동체놀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이지만 우리네 공동체는 이미 무너지고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잊혀져 가는 우리의 세시풍속 놀이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이맘때 하는 세시풍속놀이도 다채롭습니다.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며 흥겹게 놀아주고 축원해 주는 지신밟기가 우선 꼽힙니다. 액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며 달집을 만들어 태우는 달집태우기도 볼만합니다.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당제와 당산제, 풍어제도 있습니다. 짚을 이용해 암줄과 수줄을 만들어 마을별로 줄을 당기는 줄다리기도 재미있습니다. 희망의 상징인 솟대를 세우며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모두가 우리 전통의 공동체 놀이문화입니다.

 

정월대보름 전날 논이나 밭두렁에 불을 놓아 태우는 쥐불놀이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여기에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고 해충의 알을 태워 없애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타고 남은 재가 다음 농사에 거름이 되어 곡식을 잘 자라게 하는데 이만한 지혜가 없습니다.

 

더 있습니다. 구멍을 뚫은 깡통에 나뭇조각을 넣고 불을 붙여 돌리는 깡통 돌리기, 연날리기,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집에서 해보기 번거롭다고 낙심할 일도 아닙니다. 박물관 같은 곳에서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다양한 세시풍속놀이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 세시풍속놀이를 익히고 즐기는 것은 생생한 현장학습이 될 것입니다. 우리 전통의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 첫걸음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놀이현장을 찾아 즐기기 어렵다면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불깡통 하나 만들어 돌려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세시음식인 밤, 호도, 땅콩 등으로 부럼을 깨며 1년 동안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지기를 비는 것도 색다른 체험입니다. 오곡밥을 해먹으며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겠습니다.

 

그 사이 아이들의 동심이 토실토실 여물어 갈 것입니다. 어른들도 새록새록 묻어나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눈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쁘게만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이번 정월대보름엔 짬을 내서 가족과 함께 세시풍속놀이를 즐겨보고 세시음식을 챙겨보는 시간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태그:#정월대보름, #세시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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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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