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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암사오와파, 제 아내 이름입니다"

귀엽게 생긴 아들, 예쁜 딸, 풍선을 들고 아이들 곁에 서 있는 아빠 그리고 아이들을 품에 안고 있는 엄마. 순수하고 순박해 보이는 가족이 눈이 띄었다.

지난 8일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개최한 외국인가족 페스티벌에서 만난 민국이네 가족이다. "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연락이 와서 시간 돼 놀러 오게 됐습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이라서 집에서 쉬고 싶을 테지만 김형진(45·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예리)씨는 서귀포시에서 제주시까지 가족들을 이끌고 먼 걸음을 했다.

옆에는 김형진씨의 아내 사랑암사오와파(34·태국 출신)씨와 아들 민국(4)이 그리고 딸 소피아(2)가 웃으며 서 있었다. 기자는 잠시 시간을 내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부탁하고 민국이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형진씨의 부인은 태국에서 왔다. 부인에게 이름을 묻자, 고개를 갸웅뚱한다. 한국말이 아직 서툰 모양이다. 그러자 김형진씨가 "사랑암사오와파, 그렇게 부른다"고 옆에서 도와주며 "아직 한국말이 서툴다"고 귀띔해줬다.

한국 남자 김형진씨와 태국 여자 사랑암사오와파씨. 그들은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지난 2004년 7월에 결혼했다. 결혼 직후, 한 달간 그 교회에서 진행하는 수련에 참석해 아내 사랑암사오와파씨는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조금 배웠다.

그 후 서귀포시 남원읍 신예리에서 줄곧 살면서 서귀포시외국인지원센터에 가서 가끔 한국어를 배운 사랑암사오와파씨. 그러나 곧 아이를 낳으면서 따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정착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 한국어가 서툴다.

 사랑암사오와파(왼쪽)씨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 김형진씨와 딸 소피아(왼쪽 아래), 아들 민국이.
사랑암사오와파(왼쪽)씨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 김형진씨와 딸 소피아(왼쪽 아래), 아들 민국이. ⓒ 양호근

"착한 내 아내, 나 만나 고생이 많아"

김형진씨는 그런 아내가 몹씨 안쓰러운 모양이다. 김씨는 "내 아내가 항상 고생이 많아요. 제일 많이 고생하고 있다"고 인터뷰 내내 아내 걱정을 먼저했다.

아내는 태국의 농촌에서 와서 그런지 착하고, 순박하다고 칭찬을 하는 김형진씨. 그는 그런 아내에게 미안하면서도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

"정말 착하고 순박하고, 우리 60~70년대 순박한 농촌 사람을 생각하면 돼요."

그렇다고 주변 친구들이 국제결혼한 것을 특이하거나 특별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가정으로 본다는 게 김형진씨의 말이다.

김씨는 "제 친구 중에는 국제결혼한 사람이 저뿐인데 별로 특별하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 좋게 본다"며 "우리 동네에 한중(韓中) 가정이 몇 가족 있는데 다들 잘 적응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도 제주도의 평범한 하나의 가정일 뿐이고, 특별하거나 특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에게는 오히려 그런 시선과 생각이 오히려 낯설고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우리나라가 다민족 국가 아닌가요. 다문화 가족은 별로 특별한 것 없습니다. 다 똑같이 밥 먹고, 생활하는 데 뭐 다를 게 있습니까." 김형진씨는 다문화 가족을 바라볼 때 그냥 우리 이웃 정도로 편안하게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태국에서 온 사랑암사오와파씨가 한국말이 서툴고, 김형진씨도 태국어를 기초적인 것밖에 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씨는 항상 아내 곁을 지키면서 말을 하는 것을 도와준다. 김씨는 특히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사투리는 어려워서 표준말로 말해주고 도와준다"고 말했다.

 남편 김형진씨가 아들 민국이를 안고 있다.
남편 김형진씨가 아들 민국이를 안고 있다. ⓒ 양호근
"감귤 농사, 용역일로 돈 벌지만..."

물론 김형진씨가 태국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김씨는 "태국어 몇 마디 못해요. 인사하는 정도밖에 못해요"라며 "일하느라 바쁘다 보니까 배울 시간도 없어요. 감귤농사 짓고, 용역일 나가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가족이 살고 있는 남원읍은 제주도에서도 유명한 감귤생산지역이지만 감귤값 하락과 경기침체로 농촌지역의 경제사정은 변변치 못하다. 용역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보지만 아이 키우면서 언어 공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었다.

김형진씨는 "아이들 신경쓸 일이 많다"며 "아무래도 애들이 어리니까 항상 신경쓰고 붙어 있어야 하니까 저보다 아기엄마가 고생"이라고 걱정했다.

그런 남편의 걱정을 들은 아내 사랑암사오와파씨는 서툰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도리어 남편을 걱정했다.

사랑암사오와파씨는 "애들 빨리 키워서 일을 해야 한다"며 "민국이 아빠 혼자 일해서 돈 버니까 얼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빠듯한 생활 때문에 이들은 아이들 교육이 가장 큰 걱정이다.

김씨는 "말을 가르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아내는 한국말을 잘 못해서 걱정"이라며 "어린이집 보내서 교육해야 할 텐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라며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형편을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씨는 "제일 필요한 것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교육을 하든지 아내를 처가댁이나 친정에 보내고 친구들 만나게 할 텐데 그게 잘 안 되는 것은 역시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교육도 시켜야 하고, 한국어 교육도 해야 하는데 제가 바쁘다 보니 그런 시간 여유를 낼 수가 없어서 저도 안타깝습니다."

"고생하는 내 아내만이라도 친정으로..."

김형진씨는 이런 현실이 사회의 불가피한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김씨는 "국제결혼은 사회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농촌 총각들이 나이가 들면 국제 결혼을 선택하게 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국제결혼 온 아내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아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외로움이 더 크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저희 애엄마를 보면 친구들 만나서 서로 교류하는 것이 어려워요. 아무래도 친구가 없어서 애기 엄마가 외로운 것 같아요."

김씨는 아내가 친구라도 많았으면 서로 만나서 정보교류라도 할텐데 그렇지 못해서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모양이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태국인이 많지 않아서 태국에서 온 이주 여성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랑암사오와파씨는 가끔 친정에 전화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그래서 김형진씨의 새해 소망은 돈 많이 벌어서 처가댁에 장인, 장모를 뵈러 가는 것이다. 결혼 후 한 번도 태국에 가본 적이 없는 민국이네 가족.

김씨는 "장인, 장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싶은데 한 번도 안 가봤으니까 참 미안하다"며 "올해에는 꼭 처가댁에 갔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정 힘들면 아이들이랑 아내만이라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집에서 한국어 가르쳐 주는 것 없나요?"


  태국 출신 사랑암사오와파씨가 딸 소피아를 안고 있다.
태국 출신 사랑암사오와파씨가 딸 소피아를 안고 있다. ⓒ 양호근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이런 다문화 가정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형진씨는 태국어를 배워서 아내와 대화를 하고 싶어도 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강의도 배울 곳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태국어를 배우는 강의나 장소가 없는 것은 아무래도 태국의 결혼 이민지가 소수니까 그런 것 같다"며 "사전 찾고 책보고 배우거나 아내가 친정에 전화할 때 옆에서 듣는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적어도 아내만이라도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내가 한국어를 배워서 제주에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집에서 아이를 보느라 외국인지원센터에 직접 가서 한국어 강의를 듣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가정집에 방문해서 일대일로 한국어 지도를 해주는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제주도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언어교육을 일대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특히 그는 "아내가 집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그렇게 해서는 잘 이해도 못하고 힘들어 한다"며 "한국어의 기초부터 하나씩 배워야 할텐데 그런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이들의 언어교육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주여성들도 편견없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육성해 다문화 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제주이주민센터에 찾아가 본 결과 다행히 오는 3월부터는 찾아가는 한글교육이 시행될 예정이다.

제주이민자센터 김정우 센터장은 "제주특별자치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위탁 받아서 2007년도 사업을 운영했었는데, 2008년과 2009년에도 사업 위탁을 받았다"며 "특히 이번에는 찾아가는 한글교육지도사와 아동양육지도사가 생겨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찾아가는 교육이 시작된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홍보일 것이다. 적극적으로 다문화 가정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홍보'가 우선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지역 총각들이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가 증가해, 다문화 가정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종교단체에서 합동 국제결혼을 주선하거나 결혼정보회사에서 국제결혼 연결을 주선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국제 결혼으로 한국으로 이주 오는 여성들이 많이 늘어났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국제자유도시 추진 사업에 따라 외국인이 무비자로 입도할 수 있는 특혜 등 제주에서 생활하는 것이 쉬워짐에 따라 이주민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주민들을 관리하는 체계는 아직도 미비하다.

김 센터장은 "제주도에서 위탁받아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목적사업에 대한 지원만 나올 뿐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일반 운영비와 관리비는 후원금 등으로 해결하는 실정"이라며 "행정당국에서 예산이 없어서 지원을 못해준다고 하기 때문에 열악한 재정으로 운영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다문화 가정을 관리하는 것은 사회단체 차원에서 하기에는 그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때문에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과 이주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교육하기 위해 제주도당국과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국제결혼#태국#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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