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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나서 황량한 거리로 변한 이곳에 가와고에 상인들이 집을 지어 상가가 되어 있는 이치반가이거리
 불이나서 황량한 거리로 변한 이곳에 가와고에 상인들이 집을 지어 상가가 되어 있는 이치반가이거리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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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이틀째 되는 날, 밤새 추위와 싸우느라 자다 깨다를 반복한 나는 피곤하지만 오늘부터가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우리가 묶고 있는 숙소에서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도쿄 역을 지하철을 타게 되면 1인당 5천 엔을 내야 갈 수 있다.

일본은 지하철이 잘 발달되어 있지만 거의가 민자로 운영되기 때문에 요금도 모두 다르다. 가까운 거리를 가는 데도 터무니없이 많이 내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세 사람 모두 합치면 1만 5천 엔을 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경비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도쿄 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도쿄 역에 도착하자, 출근 시간이라서인지 지하철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오늘 여행할 곳은 도쿄의 옛 정취를 느껴 볼 수 있는 이치반가이(1번가). 가와고에역에서 내려  그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이치반가이는 1890년 가와고에 마을을 덮친 큰 불에 타 황량하게 변해버린 이곳을 가와고에 상인들이 차례로 건물을 세워 복원시켜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 길 양쪽에는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집들이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 옛날 일본인들이 살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남산 한옥마을처럼 일본 전통 가옥들이 남겨져 있다.

우리를 따라 내리신 친절한 할아버지는 안내소까지 우리를 안내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러 내려 가셨다.
 우리를 따라 내리신 친절한 할아버지는 안내소까지 우리를 안내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러 내려 가셨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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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와고에 역으로 향했다. 가와고에 역에 거의 도착할 즈음 지하철 안에는 몇몇 사람들만이 타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지도를 펼치고 가와고에 역에서 내려 이치반가이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길 안내 표지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건너편에 앉아 계시던 일본인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무슨 일일까 하고 의아해하고 있는데 말을 걸어온다.

가와고에 이치반가이(1번가)를 가느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자, 그곳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이해를 잘 할 수가 없었다. 일본에 지리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이해를 못한 것을 눈치로 아시고는 가와고에 역에 도착하자 같이 따라 내리신다. 계단을 올라 표를 내는 곳까지 오시더니 관광안내소까지 안내해 주신다. 그리고는 다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신다.

우리들을 안내소까지 알려주기 위해서 내렸던 것이다. 다시 목적지를 향해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시는 것이다. 너무나도 친절하신 일본인 할아버지를 만나서 뿌듯한 마음을 안고 안내소를 들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치반가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우리가 가는 길은 초행길이기 때문에 방향이 맞는지 걸어가면서 교차로가 나오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어봐야했다. 마침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위치를 물어보자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방향을 알려 주신다.

우리는 그분의 말만 믿고 가르쳐준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30여분을 걸었을까? 어느 시골 마을을 걷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간간이 한두 명 정도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일본 시골의 사는 모습도 우리나라의 시골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밭에는 야채들이 자라고 있고 연립주택 비슷한 곳에는 이불을 빨아 널어놓은 모습도 보인다. 낯익은 모습이 정겹다.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는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물어 보기로 했다.

방향을 잃어 버린 우리는 한적한 일본 시골 마을에서 미아가 되었다.
 방향을 잃어 버린 우리는 한적한 일본 시골 마을에서 미아가 되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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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와는 대화가 되지 못했다.  알려주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시골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와는 대화가 되지 못했다. 알려주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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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마을에서 볼수 있었던 풍경, 일본의 문화가 엿 보인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볼수 있었던 풍경, 일본의 문화가 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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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할아버지 한분이 자전거를 타고 신호등을 기다리시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뛰어가 이치반가이를 가는 길을 물어 보았다. 어쩌나? 겨우 만나 방향을 물어보려 했던 할아버지는 간신히 말을 하는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포기하고 고아가 된 기분으로 다음 사람을 만날 때까지 마냥 걸어야했다.

도쿄 역에서 출발할 때 친절한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행운을 줄 것 같은 믿음도 차츰 사라지고, 그렇게 우리는 알 수 없는 일본 시골 마을에서 하염없이 걸어야했다. 20여분을 걸었을까 마침 젊은 청년이 보인다. 우리는 구세주를 만난 듯 기뻐하며 뛰어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물어보았다. 

지도를 보며 우리가 갈 목적지를 얘기하자, 그 청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왜 이곳까지 왔느냐고 의아해 하며 다시 돌아서 가야한다고 했다. 아뿔싸! 우리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의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알 수 없는 마을에서 우리는 고아가 되어 허탈감에 빠져 버렸다. 

택시를 타볼까 했지만 시골이라서인지 택시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간신히 택시 한 대를 만나 손을 들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태워주지 않는다. 우리는 걷고 또 걷고 계속 걸어야만했다. 얼마를 걸었던지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잠깐 멈추어 다시 지도를 보니 이제는 찾아갈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10분쯤 걷자 드디어 이치반가이가 나타났다.

이치반가이(1번가) 거리에 있는 상가.
 이치반가이(1번가) 거리에 있는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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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반가이(1번가)에 도착한 우리는 이곳의 특산물인 고구마로 만든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이치반가이(1번가)에 도착한 우리는 이곳의 특산물인 고구마로 만든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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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로 만든 요리.달콤하면서도 고소했다.
 고구마로 만든 요리.달콤하면서도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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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나도 반갑다. 이곳을 오기 위해 우리는 거의 2시간 이상을 시골마을에서 헤매었던 것이다. 이곳의 집들은 대체적으로 검은색을 띠고 있다. 전통적인 토속품이나 특산물을 파는 곳을 걷다가 눈에 띠는 광경을 보고 들어갔다.

가와고에에서 많이 나는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하여 빵 같은 것을 만드는데 시식을 해보라고 부른다. 우리는 한 조각씩 먹어봤다. 따뜻하고 달콤한 맛이 특별하면서 맛나다. 그 맛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주었다.

우리는 일단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하나씩 사서 맛있게 먹고 힘을 내서 이치반가이 거리를 걸어간다.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익지 않은 고구마를 한 개 골라 가져 가라고 하는 주인의 푸짐한 인심에 감사하며 서비스로 주는 고구마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에 4번 종을 울려서 시간을 알려주는  "시간의 종"은 가와고에시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하루에 4번 종을 울려서 시간을 알려주는 "시간의 종"은 가와고에시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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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종 뒤쪽에 있는 곳에 학생들이 모여 있다.
 시간의 종 뒤쪽에 있는 곳에 학생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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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구경하며 걷고 있는데 가와고에시의 상징적인 존재의 “시간의 종”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하루에 4번 종이 울려서 시간을 알린다는 “시간의 종” 역사는 이곳의 기다인과 함께 처음부터 존재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견학을 왔는지 무리를 지어 구경하고 있다. 고생을 많이 하고 찾아왔지만 우리는 다시는 가볼 수 없는 곳,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을 구경하고 왔다는 것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다.

대단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을 한다. 배낭여행의 참맛을 느끼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끝없이 걸어야 했던 오늘 밤은 무척 피곤하기 때문에 추워서 뒤척였던 어제 밤을 잊은 채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좌충우돌 세 사람의 일본 배낭여행은 계속 이어집니다.


태그:#이치반가이(1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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