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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이명박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국정운영 워크숍'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협상 난항으로 인해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1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이번 워크숍은 당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들과 함께 새 정부의 운영방향을 논의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으나 조각 명단 발표가 늦어지면서 장관 내정자들은 아예 참석하지 못했다.

 

   이 당선인이 마무리 발언을 통해 "상당히 효과적인 회의를 했다"는 평가를 내놓긴 했지만 참석자들은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토론.단합 `강행군' = 워크숍 일정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일요일 정오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됐다.

 

   16일 첫날 워크숍은 당초 이 당선인의 인사말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지인과의 조찬 약속 때문에 30분 가량 늦으면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행사의 막을 열었다.

 

   이어 맹형규 기획조정분과위 간사가 인수위 활동경과를 보고하던 중 이 당선인이 등장하자 "먼저 말씀하시라"고 권했으나 이 당선인은 "원칙대로 합시다"며 자리에 앉았고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의 인사말까지 들은 뒤 그제야 마이크를 잡았다.

 

   이후 참석자들은 6개 분과별로 오후 11시까지 `마라톤 토론'을 벌였으며, 이틀째인 17일에도 오전 10시부터 2시간 종합토론을 진행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한 참석자는 "이 당선인과 수석 내정자들이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했고, 특히 취임 후 석 달 동안 할 일에 대해서 심도있는 토론을 했다"면서 "그러나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분야별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토론이 미진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합을 위한 자리도 마련됐다. 첫날 오후 11시 공식일정이 끝난 뒤 이 당선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소주 폭탄주'를 돌리며 격의없이 농담을 주고 받았다. 한 참석자는 "이 당선인이 우스갯소리를 많이 해 여러 차례 폭소가 터졌다"고 전했다.

 

   당초 이날 단합대회는 오후 9시부터 예정됐으나 토론이 길어지면서 취소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원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은 참석자들은 이틀째에는 해가 뜨기도 전에 집합해 대운동장을 무려 15바퀴나 도는 `극기 조깅'을 했다. 조깅에서는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이 미처 조깅복을 준비하지 못해 구두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달리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 당선인은 트랙 안쪽으로 달리는 참석자들에게 "그렇게 돌면 제대로 하는 게 아니지"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고령자인 한승수(72) 국무총리 후보자는 거뜬히 완주해 `젊은' 수석 내정자들을 머쓱케 했다.

 

   일부 수석 내정자들은 워크숍이 끝난 직후에도 통의동 집무실로 불려나가 이 당선인이 주재하는 또 다른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주말 내내 휴식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장관내정자 중 강만수 유일 참석 = 국무위원 내정자는 참석하지 않기로 한 이번 워크숍의 참석자 명단에는 장관 내정자 1명이 포함됐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위 간사가 주인공.

 

   강 내정자는 인수위 간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참석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참석 대상은 이 당선인을 비롯해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 인수위 간사단 등으로 제한됐으며, 인수위 일부 전문위원들이 업무보고를 위해 배석하기도 했다.

 

   장관 내정자들은 지난 15일 행사 통보를 받고 참석을 준비했으나 주말 내내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명환 주일대사는 워크숍을 위해 급거 귀국했으나 `헛걸음'을 한 꼴이 됐다.

 

   워크숍에는 공식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 외에 총무비서관에 내정된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청와대 살림을 책임질 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석한 인수위 간사들 가운데 일부는 오는 `4.9총선'에 대비한 `지역구 관리'를 위해 일부 일정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李당선인 '쓴소리' = 이 당선인은 워크숍에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각오를 강조하며 `쓴소리'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사말에서 "내각도 그렇고 수석도 그렇고 `내 일은 내가 챙겨서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뒤 "앞으로 정기적으로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석들은 국가 중요 정책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회의 때 메모한다고 해서 가까이 가보면 낙서를 하고 여자 얼굴 그리고 있더라"면서 "이렇게 해선 변화가 안된다. 부인이 `이 사람 많이 바뀌었네'라고 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또 "(나에 대해) 뭘 알고 싶으면 최근에 나를 만난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보라"면서 "강만수씨가 나를 잘 아는 것 같아도 잘 모른다. 오히려 김중수(경제수석 내정자)씨는 더 정확히 알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새 정부 `경제팀'의 견제와 균형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첫날밤 단합대회에서 이 당선인은 주로 가벼운 농담을 했으나 때론 심각한 표정으로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정부조직개편 협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 당선인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인수위 활동과정의 착오와 혼선에 대해 지적을 많이 했다"면서 "앞으로 5년간 고위공직자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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