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하다. 생각보다 독일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다.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급 호텔인데도, 무선 인터넷 신호 세기가 겨우 안테나 세 칸만 불이 들어올 정도다. 특히 요금도 '완전' 비싸다. 이곳 인터넷 사용료는 시간 당 보통 4유로(euro)꼴이라고 가이드는 밝혔다. 1유로 당 약 1400원으로 보면, 무려 5600원이다. 고작 1~2천원에 불과한 한국의 3배를 웃도는 액수다. 정말 천지차이다. 심지어 지방에는 시간당 500원 하는 곳이 태반이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 'IT 최강국', '해커들의 가장 좋은 놀이터'라는 별명이 붙을 만하다. 때문에 이곳 사정에 따라 독일 소식을 전할 때 조금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점, 양해해주길 바란다. "따르릉~ 따르릉~" 13일 새벽 6시 정각(독일 현지시간 기준), 침대 맡에 놓인 호텔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눈을 반쯤 떠 고개를 돌려보니, 밖은 여전히 암흑이다. 함께 방을 쓴 룸메이트(방콕맨)가 전화를 귀에 갖다 대더니, 이내 수화기를 내려놨다. "이 시간에 누구예요"라고 물으니, "꼬꼬대~액~" 한다. 닭소리, 호텔에서 건 자동 모닝콜이었다. 솔직히 평소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잤다. 전날 12시간 이어진 비행으로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다. 근데, 여행이란 게 참 야릇하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도 유난히 배가 고프다. 굶는 것도 아닌데,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요동친다. 이날 아침도 딱 그랬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벌떡 일어나 2층 식당으로 향했다. 여기서 잠깐. 여기는 층수 개념이 한국과 다르다. 호텔 로비(robby)서부터 1층인 한국과 달리, 독일 로비는 '0층'이다. 한국 2층부터 1층으로 센다. 가이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직접 엘리베이터에 타보면 사뭇 느낌이 다르다. 호텔 프런트에 가려고 평소처럼 1층을 눌렀다간, 계단을 타고 한 층 걸어 내려와야 한다.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억, 또 기억해라. 음식은 호텔 뷔페식. 일단 보이는 대로 마구 집어 접시에 담았다. 노릇하게 잘 익은 베이컨을 집어 입에 넣은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으악! 짜~ 퉤퉤." 이곳만 그런 게 아니다. 전날 간 음식점도 마찬가지였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는 250년 된 '쭈덴 츠벨프 아포스텔'(Zuden 12 zw?lf apostel·'열두 제자에게로'라는 뜻)이라는 식당에서 '동그랑땡' 닮은 고기를 먹었는데, 대놓고 심하게 짰다. 그렇다고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다. 아무거나 잘 먹는 것으로 정평 난 나다. 그런데도, 어린 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고기 덩어리 2개 가운데 1개도 채 다 못 먹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짠 것을 즐기는 모양이다. 당시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40대로 보이는 아줌마들은 외려 테이블 위에 놓인 소금과 후추를 듬뿍듬뿍 더 뿌려댔다. 아주 '소금쟁이'가 따로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헛구역질이 절로 났다. 이날 아침도 음식 몇 번 집어먹지 않았는데도, 금세 혓바닥이 얼얼해졌다. 괜히 성난 혀 달랜다고, 쓰디쓴 커피만 수 잔 들이켰다. 이곳에선 특히 아무 물이나 안심하고 마실 수도 없다. 물 안에 석회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마신다. 가이드는 "독일 사람들은 보통 성인 1명이 1.5L 맥주를 마시고도 음주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맥주는 이곳 사람에겐 정 물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틀 째 지켜본 결과, 정말이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맥주를 병째 들고 마시는 이들을 거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던가. 이날 이후 우리는 현지인처럼 맥주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매 끼니마다 항상 맥주를 곁들었다. 게다가 음식점마다 맥주 맛이 달라, 골라 마시는 재미까지 있다. 독일 맥주는 종류만 6천개가 넘는다고 하니, 끼니 때마다 다른 맥주를 마셔도 4박6일 가지곤 어림도 없겠지만 능력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마셔볼 생각이다. 맥주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떼서 진지하게 얘기해볼 테니, 여기까지만. 오전 8시30분쯤, 식사를 마친 뒤, 일행은 호텔을 빠져나왔다. 오늘 일정은 3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에 위치한 '하이델베르크'를 둘러보기로 돼있다. 밖에 나가는 순간, 알싸한 바람이 몸을 마구 파고들었다. 코와 입 주위에선 숨을 쉴 때마다 하얀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버스 안에 설치된 온도계는 영상 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이드는 "이런 날씨가 전형적인 독일 날씨"라고 말했다. "독일은 습도가 높아, 옷을 많이 껴입어도 추위가 스며듭니다. 때문에 감기 걸리기가 쉬워요." 수치만으로는 영하권인 서울보다는 덜하지만, 체감 온도는 외려 더 낮은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