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금남면 용포3리(이장 김동빈) 마을회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마을잔치가 있었다. 이 마을에 사시는 장남손 할아버지의 100세 생신잔치가 동네잔치로 열린 것.
장 할아버지는 1909년 1월 12일생(음력)으로, 올해 꼭 100번째 생신을 맞이하셨다. 이를 축하하고자 용포3리 노인회(회장 황광주), 부녀회(회장 김영희), 새마을지도자회(회장 양현모), 동계(동계장 최성욱), 각 마을 반장 등이 모두 자발적으로 나서 장 할아버지의 생신상을 장만해 드린 것이다.
이 자리에는 최준섭 군수를 비롯, 강기찬 노인회장, 진영은 군의원, 유영주 금남면장 등 기관장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장남손 할아버지의 100세 생신을 축하하고 만수무강을 빌었다. 또한 금남면 덕진풍물패가 함께 하여 흥겨운 풍물놀이로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다.
생신을 맞은 장남손 할아버지는 "내가 왜 오래 살아 이런 걱정을 끼치는지" 하시면서도 "이렇게 마을에서 잔치를 해주니 참 고맙고 내마음이 좋다"고 즐거워하셨다.
평소 밥을 좋아하고 젊어서부터 소식을 하셨다는 장 할아버지는 술은 아예 안 드시고 병원에는 가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시다.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적게 먹는 것이 비결"이라고 하신다. 주변 마을 사람들은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고 스트레스를 안 받은 분"이라며 "복을 타고나신 양반"이라고 말한다.
장 할아버지는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로 혼자된 따님과 같이 생활하는데 큰아들은 병원에 있고 작은아들도 몸이 안 좋아 걱정이라며 "자식들에게 폐가 안 되야 하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신다. 또한 잔치상을 마련해 준 용포3리 황광주 노인회장과 이규근 총무에게 "너무 욕봐서 어떡하냐"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러 오신 양순석(95) 할아버지는 "이 동네같이 욕보는 데가 없다. 동네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양반이 있으니 잔치도 해주고 참 좋다"고 칭찬하며 "노인네가 편안히 살다 가게 돈이나 많이 지원해주라고 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장 할아버지도 "아쉬운 건 돈이지" 하시며 "돈이 있으면 구경도 다니고 다방에도 가고 얼마 안 남은 인생 재밌게 살다 가고 싶다"고 하신다.
한편 용포3리 노인회 황광주 회장은 "연기군에서 100세를 넘긴 할아버지는 장 할아버지가 최초로 대단한 일이다. 우리 용포3리는 남자노인이 70명, 여자노인이 95명 사는데 90세를 넘긴 분이 30분 가량 되는 장수마을"이라며 "우리 마을 노인분들은 경우가 다 똑바른 분들"이라고 동네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마누라를 둘이나 보내고 살만큼 살았으니 세상 떠나도 원이 없다"는 장 할아버지는 풍물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풍악놀이에 쑥스러워 하며 아이처럼 천진한 웃음을 웃으셨다.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 묻어나는 순박한 웃음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동네 주민 모두와 함께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