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조각을 강행하면서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국무위원 내정자로 발표했다. 남 교수는 통일부가 그대로 남는 것이 확정될 경우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이 될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지난 2006년에 내놓은 책의 제목이 <통일은 없다>다. "분단 60년 이후 진정한 남북한 민족대화합을 위해서는 '빠른 통일'이 아니라 '바른 통일'을 이뤄야 함을 저자는 '통일은 없다'라는 도발적인 제안으로 역설하고 있다"는 게 출판사 쪽의 설명인데 그런 그가 다른 분야도 아닌 통일부 장관이 된 것 자체가 참 역설적이다. 인터넷에는 과거 그의 발언을 모은 '남주홍 어록'이 돌아다닌다. 남 교수가 썼던 칼럼이나 토론회에서의 발언을 보면 그는 북한을 대화상대가 아니라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듯한다. <조갑제닷컴>에는 지난 15일 '김정일의 천적 남주홍 장관 발탁'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려 "남 교수는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꿰뚫고, 원칙적 입장을 견지해 온 세칭 강경파에 해당한다, 이명박 정부에 희망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 북한을 아예 반국가단체에서 제외시키려는 정부의 뜻이 확고한데 어떻게 전방의 군인들에게 '때려잡자 공산당'식의 대적 의식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2004년 10월 28일 문화일보에 기고한 칼럼 '경계심 풀린 후방이 더 문제다' ) "막연히 현 상태대로 대북 현금 지원 사업인 금강산 관광을 내실없이 계속하고 북한 지도부가 사실상 '남조선의 달러박스'로 간주하는 개성공단을 조건없이 지어주면 그것은 종국적으로 북한 정권과 체제 안전에 기여하는 것이지, 결코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2004년 3월 2일 문화일보 기고칼럼 '북 인권, 정부는 침묵을 깨라') "핵 문제는 안보문제이지 외교협상 문제가 아니다. 햇볕정책에서 국방부와 통일부는 손발을 맞춰야 한다. 통일부가 '가자 북으로'하고 남북경협을 해도 국방부에서는 '때려잡자 공산당' 이래야 된다"(2004년 11월 5일, 월간조선 주최 강연에서) "조갑제·김용갑·이동복이 통일부 장관 된 것" 이명박 당선인의 대북 정책은 10년안에 북한의 1인당 GDP를 3000달러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비핵·개방 3000구상이다. 이렇게 하려면 북한과의 대화가 필수적인데 남 교수를 발탁했으니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언론본부는 "남 교수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대남 공작문서'에 비유하는 등 평소 반북 강경론을 주장해 '한국의 네오콘'으로 비판받았던 인물"이라며 "그의 기용은 미국 부시 정부에서조차 정치 일선에서 거세된 '네오콘'과 유사한 인물이 통일 정책을 장악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고위급 외교·안보 분야의 한 인사는 "대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 정책이 무엇인지 헷갈린다"며 "통일부를 없애려 했던 이 당선인이니 확실하게 버릇들여서 시작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통일문제 전문가는 "남 교수 임명은 통일부 장관에 조갑제·김용갑·이동복을 앉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는 북한과의 만남 자체를 통일전선전술에 놀아나는 것으로 본다, 이런 사람을 통일부 장관에 발탁한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과연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 근본적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 교수 발탁은 이명박 정부가 네오콘식으로 북한을 봉쇄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서 비핵개방 3000구상을 얘기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하겠다고 한다, 이 당선인 발언 자체가 모순된다"고 혹평했다. 이명박 당선인이나 인수위는 '부동산 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풀어 거래를 활성화하겠다', '아파트 값이 올라야 성공하는 지분형 아파트로 아파트 값을 잡겠다', '영어 몰입교육으로 사교육 추방' 등으로 한 문장안에 서로 모순되는 발언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남 교수 발탁은 그 결정판 아니냐는 것이다. 이 당선인의 모순 화법은 인터넷에서도 화제인데 지난 1월16일 <머니투데이>에는 "MB식 '모순화법'을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실무자들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라는 기사 실리기도 했다. "학자와 장관은 다르다" 남 교수 임명의 불똥을 직접 뒤집어 쓰게될 통일부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당혹해하지만 그래도 남 교수가 직접 실무를 맡게되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통일부의 한 간부는 "(남 장관 내정자가) 학자일 때는 아무 말이나 하지만 장관으로 실무를 하게되면 이론적으로만 따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현재 1인당 GDP가 250달러 정도로 10년안에 3000달러로 만들기위해서는 매년 25%씩 성장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는 말도 꺼냈다. 비핵개방 3000구상을 실현하기를 원한다면 남 교수같은 사람이 장관이 되어도 '설마~'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 교수가 자기 색깔은 아주 강하지만 자신의 고집대로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 "또 정치세계를 아는 분이기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원래 색깔대로만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도 남 교수의 등장을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깨려고 하는 것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서재진 박사는 남 교수의 통일부 장관 발탁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 통일부 장관을 해야 북한 1인당 GDP를 3000달러로 만들어준다고 해도 국민들의 저항이 없다"면서 "남 교수가 학자로 있을 때와 장관을 맡게되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나 이재정 현 통일부 장관같은 사람들이 국민들 눈에는 아주 위태해 보인다, 남주홍 같은 사람을 앉히면 이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던 사람들이 안심한다"며 "북한도 고도의 정치꾼들이기 때문에 남 교수를 임명한 이명박 정부의 본 뜻을 잘 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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