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 윤씨가 마침내 최후를 맞이한다. <서울방송>(SBS)의 대하사극 <왕과나>(극본 유동윤·연출 이종수 손재성)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왕과나>는 19일 방송에서 시어머니이자 정치적 라이벌인 인수대비의 미움을 사 사가로 쫓겨난 폐비 윤씨(구혜선 분)가 성종(고주원 분)으로부터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는 장면을 내보낸다.
성종은 좌승지 이세좌를 시켜 사약을 받으라는 교지와 함께 윤씨에게 사약을 내린다. 금부도사와 내금위 군사들이 어명과 사약을 호위하는 가운데 처선과 친정 어머니 신씨가 이를 지켜본다.
윤씨는 임금이 있는 궁궐을 향해 큰 절을 올린 뒤 "내 죽거든 건원릉 가는 길에 묻어 주오. 원자가 장차 보위에 올라 능행가시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나마 지켜보고자 하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떨리는 손으로 사약을 마시고는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두 눈을 감아도 내 눈엔 다 보여 그 어디에 있더라도/ 일 년이 흘러도 천 년이 흘러도 이 사랑은 끝이 없죠/.../ 바람처럼 내가 살다가 가는 날 그때가 되면 안겨질까/ 하늘이여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제발 내 곁에 있어줘." 비장함 속에 OST 조관우의 '천년애'가 애절하게 울려퍼지고 처선(오만석 분)의 비통한 절규가 이어진다. 카메라도 여러 각도에서 폐비 윤씨의 마지막 모습을 비추며 긴장감을 더한다.
이러한 폐비 윤씨의 사사 장면을 위해 제작진은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아침 일찍부터 강행군을 하며 6시간 공을 들여 촬영했다.
이 장면은 훗날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을 알고 폭군으로 변한 연산군(지금의 원자)의 처참한 복수극이 시작되는 계기가 된다. 무참한 살육이 벌어지는 갑자사화의 참극을 예고한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 윤소화(폐비 윤씨)를 위해 스스로 남성성을 자르고 내시가 된 김처선의 감동적인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왕과나>는 조만간 성종의 승하와 연산군의 등장으로 흥미를 더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