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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수를 만나다

어제까지 시랑헌의 시급한 문제인 식수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의 절반을 끝냈다. 전반부 작업은 2톤짜리 저수조 위치를 정하여 시랑헌과 본 집터까지 배관과 매설작업이 포함됐다.
오늘부터는 정상 부근의 옛 우물터로 올라가 암반수가 분출되는 지점까지 굴착하고 암반수만을 오롯이 집수하는 일부터 저수조까지 배관과 매설하는 후반부 작업이 시작된다. 굴착기 작업으로는 5일째이며 나를 포함하여 4명의 작업자들이 작업을 시작한지 3일째 되는 날이다.

매설될 400ℓ 집수통을 보호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었지만 나는 집수통이 들어갈 큰 맨홀을 구입하여 집수통을 맨홀 안에 넣고 땅속에 매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와 집사람은 담양까지 가서 1.8톤이나 되는 맨홀을 우리 덤프트럭에 싣고 시랑헌으로 돌아와 해머드릴로 맨홀의 적당한 위치를 정하여 천공하고 집수통을 서클캇터를 사용하여 필요한 위치에 구멍을 뚫고 호스 연결단자를 연결하였다.

굴착기가 맨홀을 옛 우물터로 옮기고 집수통을 비롯하여 배관을 위한 부품 및 공구, 40mm 급수관 100m 짜리 3롤, 암반수 집수에 필요한 PVC 파이프 등을 트럭에 싣고 덤프트럭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이동하였다. 시랑헌으로부터 약 250여 미터 올라온 지점이다. 이곳부터는 자재를 직접 손으로 옮기거나 굴착기로 옮겨야한다

지하 8m 까지 굴착하여 잡은 암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부품을 싣고  자동차로 접근 가능한 지점까지 올라간 덤프트럭
▲ 암반수에 접근하여 작업하기 위한 부품들 지하 8m 까지 굴착하여 잡은 암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부품을 싣고 자동차로 접근 가능한 지점까지 올라간 덤프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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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동네 공동 우물로 사용한 지하 암반수
▲ 암반수 옛날 동네 공동 우물로 사용한 지하 암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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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우물터에 도착하여보니 우리가 밑에서 배관하는 동안 김 기사가 지표로부터 약 8m 하부까지 굴착하여 암반수가 분출하는 지점까지 땅을 파 놓았다. 암반수는 바위의 갈라진 틈을 따라 나오고 있었다. 8m 깊이는 위에서 보면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의 깊이이다. 김 기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김 기사의 위험을 감수한 작업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암반수의 분출량은 새끼손가락 정도의 굵기로 솟아나고 있었으나 출구를 봉쇄하여 집수하기 시작한 다음날 아침에 다시 가 봤더니 한길이 넘는 연못이 되어 있었다. 그런대로 일반 가정집의 사용량으로 충분할 것 같다. 암반수로부터 약 2m 떨어진 곳에 집수통을 넣을 맨홀이 놓여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요즈음 신선한 음용수를 확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하수 개발업자들은 아예 음용수를 개발하겠다는 계약은 엄두도 못 내고 생활용수 개발을 위한 계약을 하고 있다. 음용수의 타당성을 판정하기 위해 분석하는 성분의 종류는 50여 가지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하는 반면 생활용수는 7~8가지 성분분석만으로 합격증을 받는다.

만일 시랑정 암반수가 음용수로 타당하다는 판정을 받는다면 나는 꼭 급수관을 시랑헌 입구까지 연결하여 산동~고달 간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음용수 합격통지서가 붙은 우물터를 제공할 것이다.

기타 지표수가 유입되지 않고 암반수 만을 받기 위한 암반수와 집수통 연결작업
▲ 암반수와 집수통연결 기타 지표수가 유입되지 않고 암반수 만을 받기 위한 암반수와 집수통 연결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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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리터 프라스틱 집수통을 지하 8m 하부에 연결하고 매설해도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할 맨홀
▲ 집수통을 보호할 맨홀 400리터 프라스틱 집수통을 지하 8m 하부에 연결하고 매설해도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할 맨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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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톤용량의 저수조까지 배관 및 매설작업

100mm PVC 관을 이용하여 40mm 급수관으로 지표수 유입 없이 암반수만 집수되도록 설치하고 골재로 주위를 쌓고 그 위를 비닐로 덮은 다음 시멘트로 봉쇄하였다. 100mm PVC관과 맨홀을 연결하면 암반수가 바로 집수통을 통해 흐르므로 배관 및 매설작업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40mm 급수관 배관과 매설 작업이 완료되어 저수조에 연결할 때까지 암반수가 급수관으로 흐르지 않도록 물길을 옆으로 돌려놓았다.

맨홀에 집수통을 넣고 암반수와 연결할 준비가 완료된 장면
▲ 맨홀과 집수통 맨홀에 집수통을 넣고 암반수와 연결할 준비가 완료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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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인건비는 재료비나 공구 구입비에 비하여 너무 높다. 몇 일간 3~4명의 인부를 고용하여 작업하다보니 실감난다. 그 중에도 설비 인건비나 석공의 인건비는 특히 높은 편이다. 이런 일들은 계획을 잘 세워 작업기간을 최대한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해본 경험이 없고 해당분야에 대해 무지하면 그들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그들이 제시하는 방법대로 응하는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상책이 아니었구나 하는 일말의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지하 8m에 매설할 집수통에 연결될 급수관은 절대로 누수가 되어서는 않된다. 모든 책임을 져야할 내가 연결할 수 밖에 없었다.
▲ 40m 급수관 연결작업 지하 8m에 매설할 집수통에 연결될 급수관은 절대로 누수가 되어서는 않된다. 모든 책임을 져야할 내가 연결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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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통과 40mm 급수관의 연결 부분은 8m 지하에 매설된다. 만일 잘못 연결하여 물이 새는 경우 그 보수 공사를 생각하면 연결작업의 책임이 매우 막중하다. 책임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서로 눈치를 보며 나서지 않는다.

결국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어려워 보이던 작업이었지만 실재로 달려들어 급수관 연결작업을 하다보니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7년 동안 계룡산 상신리 단독주택에 살면서 우물 때문에 속을 썩이며 고생한 작업경험과 그 때 사용한 파이프렌치를 비롯한 수도관 연결공구들을 다뤘던 방법이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250m 아래에 있는 저수조까지 급수관을 연결하고 매설하는 작업
▲ 40mm 주 급수관 매설 250m 아래에 있는 저수조까지 급수관을 연결하고 매설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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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수통과 배수관을 연결을 끝내고 저수조까지 40mm 배수관을 배관하고 매설하는 작업차례이다. 굴착기의 본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인력 500명의 일을 굴착기 한대가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1m 깊이와 70cm 폭의 터널이 순식간에 파진다. 연장거리 250m 정도 되는 길이 하루에 파고 매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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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조까지 배관하고 연결한 다음 다시 암반수가 분출하는 상부로 올라가 집수통으로 물길을 유도하고 내려오니 저수조에 비록 약간 흙탕물일지라도 암반수가 고이기 시작한다. 저수조 통에 물이 가득 차면 넘쳐흐를 관을 연결하고 나니 그 어렵고 심난해 보이던 암반수를 얻기 위한 작업의 끝이 보인다.

40mm 주 급수관을 저수조에 연결하고 1시간 가량 지나자 2톤 저수조에 암반수가 고이기 시작했다.
▲ 급수통으로 모이는 암반수 40mm 주 급수관을 저수조에 연결하고 1시간 가량 지나자 2톤 저수조에 암반수가 고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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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설된 하부에는 음용수로 사용될 25mm 급수관이 연결되어 시랑헌으로 암반수를 공급하고 남은 물은 상부에 노출된 40mm 관을 통해 시랑헌 정원의 가느다란 폭포수가 되기위해 위로 넘쳐 흐를 것이다.
▲ 일단계 작업이 끝난 저수조 매설된 하부에는 음용수로 사용될 25mm 급수관이 연결되어 시랑헌으로 암반수를 공급하고 남은 물은 상부에 노출된 40mm 관을 통해 시랑헌 정원의 가느다란 폭포수가 되기위해 위로 넘쳐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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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김 기사가 집수통을 매설하고 급수관을 매설한 주위를 다듬으면 암반수를 얻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 끝날 것이다. 시랑헌 난롯가에 앉아  집사람이 내놓은 오리훈제 특별메뉴에 소주잔을 들면서 건배를 드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밝다. 나는 물론 집사람, 김 기사, 석공, 시랑헌지기 박씨아저씨, 권씨 모두 열심히 일한 결과이다. 나는 적은 돈이지만 인센티브도 잊지 않고 챙겨드렸다.

오늘 이후 시랑헌에 다니면서 대전부터 공수하는 물통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집터 아래에서부터 들고 올라오는 20리터짜리 3통을 올리는 악몽 같은 추억은 보름날 달집태우기와 같이 태워 공중으로 흩뿌렸다.

오늘까지 굴착기는 7일 나를 포함한 4명의 작업인부는 5일 동안 암반수를 얻기 위해 치룬전투 같았던 푸닥거리가 끝났다. 이제 음용수로 합격판정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시랑헌의 암반수로 목을 축일 축복을 간절히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집터에서 300m 상부에 위치하는 암반에서 분출하는 지하수를 음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필자가 수행한 작업 과정을 소개하였습니다.



태그:#암반수 , #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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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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