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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과 KBS <추적 60분>이 한반도 대운하(이하 대운하) 검증에 나섰다. <PD 수첩>은 지난 12일 '현지보고, 독일 운하를 가다(연출 임경식)'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운하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는 독일 MD운하를 직접 취재했다. <PD수첩> 대운하 방송이 나간 다음 날, KBS <추적 60분>에서는 '물길탐사, 경부운하 540㎞를 가다’(연출 이재정, 류종훈)가 방송됐다. <PD수첩>이 해외 취재를 통해 대운하의 경제성을 집중적으로 짚었다면, <추적 60분>은 경부운하의 실제 뱃길을 탐사하며 환경·건설주체·대운하 주변 지역의 투기 열풍 등 대운하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두루 짚었다. 15일 대운하를 취재한 임경식 PD와 류종훈 PD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가장 논쟁이 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운하 문제를 다뤘다"는 두 PD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운하에 대해 잘 모른다"며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대운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저널 편집자주>

 

한반도 대운하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임경식 PD(이하 임) "대운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면서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문제다. 비용편익만 해도 100원 당 5원이라는 주장과 230원이라는 주장이 있는 등 그 격차가 매우 크다. 다른 부분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되나 고민했다. <PD수첩>에선 운하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이 당선인 측이 독일 운하를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해 독일 현지 취재를 했다. 독일 운하를 통해 이익을 보거나 운하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특히 이 당선인 측이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로 '경제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고 싶었다."

 

류종훈 PD(이하 류) "문제의식에 대한 출발은 비슷하다.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니만큼 한번 짚어보기로 했다. 무엇을 어떻게 짚을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대운하 관련 뉴스나 자료에서 뱃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대운하 관련 토론 프로그램, 뉴스도 많이 봤는데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었다. '현장'이 빠져 그런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해 배를 타고 직접 현장에 가본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

 

"겨울이어서 많은 제약이 있었다. 얼어있는 강을 보여주는 것이 혹시 운하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겨울에도 배가 다녀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를 들어야 된다고 판단했다."

 

"독일에서도 실제 겨울에 60일 동안 얼음이 얼어 운하를 운행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다. 화물선을 타고 가다 얼음이 얼어 3주 동안 갇혀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운하는 물이 얼면 운행을 못 한다. 겨울에 취재한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은 의도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물이 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다. 물류라는 건 여름, 겨울이 없는 건데 그런 부분에 대해 프로그램을 통해 적절한 지적을 했다고 생각한다."

 

"홍수만 문제가 아니라 결빙으로 인한 자연의 제약이 많을 것이다. <PD수첩>에서 독일 운하를 취재한 내용을 보니 결빙으로 인한 운행 제한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하는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구간 전체가 정지된다."

 

"<PD수첩>에 대해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는 쪽의 반론이 없어 편향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반도 대운하 추진단 쪽에서 인터뷰에 전혀 응해주지 않았다. 대운하와 관련해선 추부길 당선인 정책기획팀장으로 일원화하겠다고 말해 추 팀장의 인터뷰 부분만 방송에 나왔다. 독일 내에서 취재할 때도 부정적 입장에 대해선 오히려 많이 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대운하와 관련해 그만큼 좀 더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

 

"<추적 60분>에 대해선 줄타기 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은 정책 사안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현장을 충실히 보여주고,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판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뱃길을 제대로 찾아가기 위해 인수위원회 쪽에 길을 안내해주면서 쟁점에 대해 설명해줄 인사를 섭외했고, 홍보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반대 입장도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간상의 제약도 있고, 배를 타고 가며 찬반양론을 듣다보니 논쟁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번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는

 

"찬반 양측을 막론하고 현장에서 많이 들은 말 가운데 하나가 '여기 이런 것도 있었네요' '몰랐어요'였다. 양측 모두 배를 타고 가며 운하가 지나갈 길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운하의 전 구간을 공사하면 생길 문제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측 인사들도 이번에 배를 타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5일 동안의 뱃길 탐사가 첫 시도였고,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논쟁이 될 만한 부분에 대해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제목에 '~에 가다'가 붙는다. '가다'는 문제적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보다 르포 형식으로 일단 현장에 가보고, 그 느낌을 시청자들이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 후에 얘기가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문제제기다. 대운하 찬반 양측 모두 결국 공감하는 건 한반도 대운하가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 될 거라는 점이다. 그런 사안에 대해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국민들도 대운하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안 다음 찬성이든 반대든 할 것 아닌가."

 

향후 대운하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대규모 토건 사업인 대운하에 대해 의사 합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번에 뱃길 탐사를 하며 논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올 정도였다. 일부에서 '반대 여론을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말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 건설한다, 안 한다를 떠나 반대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 자체에 좀 더 노력을 쏟아야 한다. 여론 수렴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결정은 이러한 토론을 거친 후의 문제다."

 

임: "대운하가 과연 경제성이 있는지 좀 더 면밀하게 봐야 한다. 또 경제 논리로 푼다고 하면 대운하 관련 자료가 모두 공개돼야 한다. 단, 찬반 양측 모두 자료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대운하와 관련해 찬반 주장의 격차가 크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이 내용을 부풀리고 있다는 뜻이다. 양측 주장의 접점을 찾을 수 없어 사람들은 너무 혼란스럽다."

 

"현장에서 보면서 찬반 양측의 논리가 점점 더 세련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논리가 서로 정교해지다보니 가끔 운하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짐을 나르겠다는 건데 관광·친환경 운하·지역개발 효과 등 점점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운하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유람선을 띄우자고 운하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자는 건데 과연 대운하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 기본부터 따져 나가는 게 필요하다."

 

"동의한다. 방송에서 했던 마지막 멘트가 '운하는 운송 수단이 기본인데 관광 효과를 기대한다면 굳이 540㎞의 물길을 뚫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관광 효과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에 운하를 만들려던 이유가 물류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국운을 융성시키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첫 지점으로 돌아가 논의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하면 그 다음에 환경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는 논의를 또 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방송에서 시간 제약 때문에 문화재 보호 문제 등 여러 쟁점이 빠졌다. 이 당선인 측 주장대로 순수한 의미의 민자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게 짚어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건설사들이 설문 조사에서 '특별법이 없으면 투자 안 하겠다' '물류수입보다 개발운영권을 바라보고 있다' 등의 속내를 드러냈다. 건설사들이 뭘 바라고 투자하는 건지, 민간기업이 나중에 철수할 경우 누가 부담을 질 것인지, 이런 부분은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기 때문에 우리 삶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추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대운하 관련 토론을 보며 재밌었던 게 기술적으로 된다는데 상식적으로 왜 안 된다고 얘기하느냐고 했던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기술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하면 그 다음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논의가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기술적으로 해결된다는 전제가 있더라도 중요한 것은 배가 다닐 수 있는지, 무엇이 다닐 것인지, 경제적으론 이익이 되는지 그 논의로 돌아가야 한다."

 

류: "객관적으로 보고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언론인이 역할을 해야 한다. 계속 갈등을 부추기고, 공격을 위한 공격, 방어를 위한 방어가 되면 안 된다. 결국 우리나라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고 돈이 들어갈 문제기 때문에 생산적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

 

임: "<PD수첩> 방송에서 '바다로 가지 왜 운하로 가냐'는 독일인의 말이 나왔다. 이런 것은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다. '왜'라는 질문에 대해 충실하게 답할 필요가 있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사람이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당선인을 지지하는 사람도 대운하에 대해선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있다. 대운하에 대해 앞으로 좀 더 많은 얘기를 해보자."

 

두 PD는 대담이 끝난 후 서로의 프로그램을 본 소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임 PD는 "뱃길 탐사라는 <추적 60분>의 기획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며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 한국 상황이 어떤지 잘 다뤄줬다"고 평가했다. 또 "의도하진 않았지만 둘이 굉장히 다른 측면을 보여줬다"며 "<PD수첩>이 독일 취재를 통해 물길이 어떤 건지 보여줬다면, <추적 60분>은 한국에서 물길이 가능한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류 PD도 "두 프로그램이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었다"며 "우리도 독일 운하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분량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빠졌는데 <PD수첩>에서 잘 다뤄줘 두 프로그램을 같이 본 사람들은 대운하를 이해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대운하, #PD수첩, #추적60분, #PD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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