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15일 4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2월의 제주도는 봄이 완연하다. 제주도는 언제 찾아도 아름답지만 특히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2월 여행이 좋다. 짧게는 2박3일에서 길게는 6박7일까지 이미 10여 차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2월에 떠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필자는 서귀포의 위미동백나무군락에서 만난 동백꽃을 첫손가락에 넣고 싶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 39호로 지정되어 문화재적 가치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100여년 생 동백나무 수백그루가 길게 늘어선 가운데 붉은 동백꽃을 길가에 뚝뚝 떨어뜨린 채, 나그네를 맞이하는 단아한 자태에서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위미 동백나무군락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03번지 외 6필지로 위미항 인근 해안가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이정표가 없어서 찾아가기에 그리 쉽지 않은 곳이지만, 다행히 네비게이션에 등록되어 있어서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다.
서귀포시청에 따르면 위미리 동백나무숲은 황무지를 옥토로 가꾸기 위하여 끈질긴 진념과 피땀어린 정성을 쏟은 현맹춘(1858∼1933) 할머니의 얼이 깃든 곳이다. 현할머니는 17세 되던 해 이 마을에 시집와 해초깨기와 품팔이를 하며 어렵게 모은 돈 35냥으로 이곳의 황무지를 사들인 후 모진 바람을 막기 위해 한라산의 동백씨앗을 뿌렸고, 이는 오늘날 울창한 동백숲을 이루게 되었다. 동백은 나무에 쭉 늘어서서 토해내는 붉은 빛도 인상적이지만, 바닥에 떨어져서도 한동안 색을 잃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봄꽃의 여왕이라 할만하다. 어른 키만큼의 돌담 위로 쭉쭉 뻗어올라 각선미를 뽐내는 동백나무가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채 붉은 빛을 한없이 토해낸다. 그 동백꽃길 아래로 이 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는 모습이 여유롭다.
동백나무군락을 한바퀴 돌다보니 주차장이 있는 뒤쪽에는 나무 맞은편의 도로 옆에 전신주가 길게 늘어서 나무와 붙을듯이 마주하고 있어 다소 아쉬웠다. 바람이 심하게 불 경우 나뭇가지 끝이 전신주나 전선에 걸려 소중한 문화재인 나무가 훼손되거나 정전이 될 위험이 있어 보인다. 동백나무 옆으로 나란히 서 있는 전신주는 문화재 보호 측면이나 미관상 땅속에 묻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동백나무군락을 따라 계속 걸어가자 동백나무 뒤로 바다가 보인다. 동백숲 뒤로 수평선이 펼쳐진 풍광이 일품이다. 이곳은 아직 꽃이 별로 안 피어서 아름다움이 조금 덜 했는데, 2월 마지막주나 3월 초가 되면 바다와 어우러지는 꽃잔치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동백숲이 끝나는 바닷가 한켠에는 세천동체육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멋진 휴식공간을 내어준다. 동백숲을 돌아다니는 내내 지저귀는 다양한 새소리에 머리가 한결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제주 위미해안에서 동백꽃과 함께 성큼 다가온 봄기운을 느끼며 내내 행복에 겨운 포만감을 느꼈다.
[추천맛집] 중문관광단지와 재즈마을펜션 사이의 도로변에 자리한 제주 향토음식전문점 ‘덤장중문점’에서 이번 여행의 세끼를 해결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두 번 놀란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서비스에 비해 가격수준이 그리 높지도 않다. 전복모듬회, 돔베고기, 갈치구이 등이 나오는 배부른상(12만원)이 있는가하면 보말국(6천원), 갈치국(7천원) 등 저렴한 식사도 다양해 부담이 없다. 중문관광단지 인근에는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이 드문데, 이곳에서는 오전 8시부터 아침식사가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제주공항 인근의 용담2동에는 덤장 제주점이 있다.
[추천숙소] 중문관광단지에서 5분거리인 서귀포시 상예동의 재즈마을펜션은 필자가 이번 제주여행에서 이틀을 묵은 곳이다. 펜션공동체 마을로 ‘더 왈츠’, ‘노래하는 산호’, ‘시네마천국’, ‘재즈하우스’, ‘샤갈의 마을’ 등 5개의 테마로 저 마다의 색깔을 갖고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바비큐장, 배트민턴장, 포켓볼장, 감귤체험장, 컴퓨터실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여름에는 수영장도 운영하고 있어 나그네의 훌륭한 쉼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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