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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을까? 두바이를 떠난 비행기가 8시간 30여분 만에 그 고루한 비행을 마치고 아크라 시 타코타 공항에 착륙하고 처음 조우한 것은 연분홍빛을 곱게 드리운 꽃, 협죽도였다.

아크라 시내 타코타 공항에서 나를 반겨준 꽃
▲ 협죽도 아크라 시내 타코타 공항에서 나를 반겨준 꽃
ⓒ 차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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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죽도, 남도지방에 많이 분포하는 희고, 붉고, 노란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향기의 독풀 관목. 청량한 옥빛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달콤한 향기가 돌담이 가득한 골목을 흘러 번지며 사람들을 고혹하는 꽃나무이지만, 독소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질시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무.

그가 내뿜는 감미로운 색깔과 냄새는 그저 자신을 지키려는 것뿐인데, 해로운 꽃나무로 오해를 받는 협죽도의 억울함은 어쩌면 이 곳 아프리카를 닮았는지 모른다.

미국으로 생포되어가는 시에라리온의 노예들을 다룬 스필버그 감독의 역작 아미스타드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사전에서 Black이란 단어가 어떻게 정의되었는지 확인하며 주요 배우들 간에 오고가던 대화였다. 영국에서 만들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되는 그 사전 속에 Black이란 단어는 온통 부정적인 의미로 가득했었다. 숙소를 돌아온 나는 국어사전을 펼쳐 ‘검다’라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검다]
1. 숯이나 먹의 빛깔과 같이 어둡고 짙다.
2. 속이 엉큼하고 흉측하거나 정체를 알기 어렵다.
3. 침울하고 암담하다.
반대말 : 희다

검은 것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사회문화적 학습에 의한 것이건, 이유 없는 본능에 의한 것이건 오늘날 과학은 인류의 어머니가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확증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사의 획기적인 발견도 검은 것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바꾸는 데에는 그저 무기력하기만 하다. 내가 조우한 흑인들이 아픈 역사 속에서 받아왔던 오래된 모멸만큼이나, 검은 것에 대해 우리 안에 내재된 오래된 부정은 피할 수 없는 익숙한 관습처럼 인이 박혀 있는 듯 하다. 

나에게 주어진 일정이 길지가 않다. 불과 며칠 후면 찾아올 후원자들의 단체방문일정을 매끄럽게 조율하기 위해 꽉 짜여진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일전에 진행했던 이주노동자들의 가정방문과는 달리 이번 여행일정은 교육부, 도청, 의회, 교육청 등 기관방문이 나의 주요 노정이다.

어쩌면 이곳 주민들이 생생하게 살아가는 삶의 날것을 접할 기회를 얻는 것이 무척 힘일 들 것이다. 이러한 공식적인 일정들이 내가 가나의 속살에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지 못하게 하려면 내게 주어지는 작은 틈새로 비추이는 모든 생경한 광경에 내 시선의 초점을 모아야 했다. 이곳에서 나에게 익숙해진 습관과 관념들을 조금이라도 털어낼 수 있을까? 낯선 곳을 대할 때마다 그곳엔 무언가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가 추구되어지고 있을 것이란 나의 근거 없는 기대는 아직도 유효하기는 한 것일까?

아크라시내에서는 나무보다 더 큰 건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높은 건물을 지을만한 경제력과 기술력의 부족은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오래 전부터 터를 잡았을 법한 수백 년 수령의 나무들이 도시 곳곳에서 밀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 하늘 위로 맹금류들이 먹이를 찾아 유영하고 있었고, 때로 박쥐 떼들이 집단 비행을 하며 석양의 어둠을 채근하고 있었다.

나무보다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과 자연의 경계가 모호하기만 한 곳.
▲ 아크라 시내 나무보다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과 자연의 경계가 모호하기만 한 곳.
ⓒ 차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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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곳의 주인이 나무였음을 말하고 있는 듯
▲ 아크라 시내 원래 이곳의 주인이 나무였음을 말하고 있는 듯
ⓒ 차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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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는 사람과 자연의 경계가 아주 모호하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사람들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나무와 새들의 영역인지 애초부터 그 구획을 나누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이 곳은 사람들만을 위한 문명도시라기보다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메트로폴리탄이다. 이 도시에서만큼은 꽃과 나무와 새들도 코스모폴리탄으로 살아간다.

가나 교육부와 월드비전 본부, 그리고 국립가나대학 방문을 모두 마치고 마침내 우리가 학교를 새로 지을 대상지인 가나 북부지방으로 향했다. 아크라 시 타코타 공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 가나 최북단 지역인 가루 템페인 지역은 가나 내에서 상황이 가장 열악한 지역이다. 우리가 가는 곳은 가루 템페인 지역 내 멜 리가 마을. 이 마을에 있는 멜리가 학교를 재건축을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이번 임무이다.  

새벽 5시 30분 공항으로 갔다. 비행기로 한 시간 걸려 우선 가나 제3의 도시인 타말레 시까지 가야하고 그곳에서 네 시간 정도를 차를 타고 가야한다. 거의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라 조금만 더 가면 부르키나파소가 있다. 아크라-타말레 간 비행기는 하루 한 대만 운영하기 때문에 비행시간을 못 지키면 하루를 다시 기다려야 한다.

타말레 공항에 승객이 내리고 나면 곧바로 기다리던 승객을 태우고 아크라 시내로 돌아간다.
▲ 아크라-타말레 간 비행기 타말레 공항에 승객이 내리고 나면 곧바로 기다리던 승객을 태우고 아크라 시내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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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제 3의 도시 타말레 시 타말레 공항.
▲ 타말레 공항 가나 제 3의 도시 타말레 시 타말레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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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가량 비행기를 타고 타말레에 도착했다. 나는 다니엘의 차에 가쁘게 한 걸음으로 올라탔다. 다니엘은 북부지역 사업담당. 처음 만난 분이지만 그동안 잦은 메일 교신과 전화통화로 조금도 낯설지가 않다. 가나에 온 이후로 가장 마음 편한 대화상대를 만났다.

  
도로 옆 초원 덤불숲은 사실 다 타들어간 상태. 가나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이 도로는 한국에서 건설했다고 한다.
▲ 도로 옆 불에 탄 초원 도로 옆 초원 덤불숲은 사실 다 타들어간 상태. 가나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이 도로는 한국에서 건설했다고 한다.
ⓒ 차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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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보는 자에겐 그저 풍성한 자연인 것만 같은데
▲ 풍성한 초원 멀리서 바라보는 자에겐 그저 풍성한 자연인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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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 곳곳에서 덤불이 시커멓게 불에 타 있었고, 간혹 채 꺼지지 않은 불씨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도 있었다. 지금 가나는 건기로 작물을 경작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나 급수시설이 거의 안 되어 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로 치면 춘궁기에 해당하는 시기라 배고픔을 해결할 길 없는 가난한 주민들이 덤불을 태운다고 한다.

덤불에 불을 지피면 도마뱀이나 토끼 등 야생동물들을 손쉽게 잡을 수 있다.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해서 그 자리에서 죽는 야생동물도 있고 또 뜨거운 열기를 피해 정신없이 달아나는 야생동물을 주민들은 손쉽게 잡을 수 있다고 하니, 가난한 이들이 생존을 위해 이 위험한 대자연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불길에 타 죽어가는 야생동물들도 안타깝고 살아남기 위해 덤불 태우기를 포기할 수 없는 가난한 이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떠올리면 정처 없이 슬프기만 하다.  호기롭게 펼쳐진 초원 위의 풍성한 나무들을 보면서 이곳을 그저 먹고살 걱정 없는 풍요로운 자연의 땅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은 역시 여행자의 사치스런 관념에 불과하였다.

삶이란, 아니 생존이란 시인의 서정적인 시구에도, 문학가의 뛰어난 문장에도 더부살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생존은, 그저 생존 그 자체다. 그리고 그것은 때로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나 힘에 부치고 처절하기만 하다.

한 시간여를 지나 왈레왈레 지역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지원하는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곳. 주요 사업은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기 위해 우물을 파는 일이다. 마침 우물을 파는 기계를 실은 육중한 트럭이 사업장을 지나가고 있었다.

식수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중앙에 있는 이가 월드비전 한국 지원사업 북부지역 총 책임자 다니엘 살리푸.
▲ 월드비전 왈레왈레 사무실 식수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중앙에 있는 이가 월드비전 한국 지원사업 북부지역 총 책임자 다니엘 살리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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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건기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종일 물을 뜨러 가고 오는 게 중요한 하루 일과라고 하니, 가까운 동네에 우물을 시설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짐작할 만하다. 년 중 9개월 여를 하늘은 비를 공급해주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 없는 평지다보니 가나 중부지역의 볼타호수와 그 지류를 제외하고는 계곡이나 강줄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적은 비용으로 이들에게 안전하게 식수를 제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우물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월드비전에서는 집중적으로 우물파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왈레왈레 사업장을 잠시 들여다보고 가기로 했다. 월드비전 한국이 올해부터 시작한 가나 북부지역의 두 사업장은 아직 사무실이 없어서 새로 시작한 담당자들이 이곳 왈레왈레 사업장 사무실의 한 칸을 빌어서 사용하고 있다.

어미 염소는 웅덩이에서 목을 축인 후 나에게 눈을 힐끗 흘기며 총총히 사라졌다.
▲ 어미 염소 어미 염소는 웅덩이에서 목을 축인 후 나에게 눈을 힐끗 흘기며 총총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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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간단히 둘러보고 차를 타려고 마당으로 나오니 염소가 빗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곳의 물 사정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내 앞에서 시위라도 하려는 듯 녀석은 사무실 앞 작은 웅덩이에 괴인 물을 마시고 있었다. 새끼를 밴 통통한 어미 염소는 목을 조금 축이고는, 불안한 듯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눈을 한번 흘기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어쩌겠는가? 나의 활동이 설령 정답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망연자실 바라보기만 할 수도 없다. 그저 달리면서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달릴 뿐이다.

그렇다고 넋을 놓은 채 여기가 이상적인 세계라고 찬탄만 하는 문학적 수사놀음은 나에겐 견딜 수 없는 방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살얼음 같은 긴장 앞에 적어도 나의 행동에 주어지는 지표는, 그저 나의 열정을 더 토해내라는 것일 뿐.

그 감당하기 힘든 곡예 앞에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기 위해 오늘도 한 발자국을 고원을 향해 디딜 뿐이다. 비록 그 고원이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라 해도 상관없다. 해외 원조와 봉사라는 빛 좋은 옷을 입은 세련된 침입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적어도 이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하지 않겠는가.

드디어 가루 템페인 지역에 도착했다. 초원이 가득한 마을 한 가운데 사무실에서 메일로 받았던 몇 장의 사진에 나온 학교가 등장했다. 차에서 부리나케 내려 얼른 달려가 학교의 구석구석을 살피자, 일전에 받았던 사진을 보며 정말 이렇게까지 열악할까 의심했던 나 자신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로 구성된 학교는 흙벽으로 되어있었고 지붕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는 그나마 양철지붕으로 되어있으며, 유치원은 이엉으로 이었으나 지난 우기 때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는지 천정이 바로 무너질 것만 같았다.

어디선가 보았던 정겨운 풍경
▲ 멜리가 초등학교 어디선가 보았던 정겨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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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에는 그런대로 통풍이 좋아 제법 쓸만 하지만 우기에는 비바람이 불어 수업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 멜리가 중학교 교실 내부 건기에는 그런대로 통풍이 좋아 제법 쓸만 하지만 우기에는 비바람이 불어 수업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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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답사를 하기 위해 살짝 둘러볼 참으로 찾아간 멜 리가 초등학교. 사진에서 본 모습보다 더 초라했다. 세 동의 학교. 이엉으로 덮은 유치원과 함석으로 대충 지붕모양새만 갖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딱히 시찰이랄 것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휑뎅그렁하게 빈 교실은 구멍이 숭숭 나있어 굳이 문을 열지 않아도 학교 내부를 다 볼 수가 있었다.

교실사진을 몇 장 촬영하려는 사이에 아이들이 물려왔다. 내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 몇을 불러 사진을 찍어주자 갑자기 아이들의 무리가 들이닥쳤다. 사진이란 것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인 듯 신기해하며 내 사진기를 들여다본다.

하릴없이 나는 둘 씩 짝을 짓게 하여 사진을 찍어주고 인화하여 주기로 했다. 멀리서 바라만 보던 동네 아줌마들이 서로 아우성을 치며 부리나케 운동장으로 달려온다. 혹시 실수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겼지만 열심히 아이들을 설득하며 사진촬영을 위해 줄을 세우며 촬영을 부탁하는 담임선생님의 모습에 안도를 하고 곱게 현상하여 나누어주기로 다짐했다.
건물을 촬영하고 있던 중 학교에서 놀던 아이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른다.
▲ 멜리가 학교 아이들 건물을 촬영하고 있던 중 학교에서 놀던 아이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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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아이들이 갑자기 몰려들었고
▲ 몰려든 아이들과 어느새 아이들이 갑자기 몰려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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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주머니들까지도 금세 단장을 하고 나와 자세를 잡는다.
▲ 몰려든 아주머니들 동네 아주머니들까지도 금세 단장을 하고 나와 자세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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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새로 지을 터를 둘러보고 다음 주에 있을 기공식에 대한 의견을 나눈 후 나는 서둘러 초등학교를 빠져나왔다. 사진에 문외한인데다가 기계만 만지면 고장나버리는 마이너스 손을 가진 내 실체가 곧 들통이 나기 전에 서둘러 이 곳을 탈출해야했다. 며칠 후에 있을 운동회를 떠올리며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덤불 숲 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민 학교 간판이 너무 앙증맞았다.

우리가 탄 차가 신작로 위를 달리며 뿜어내는 황토먼지에 아이들이 뒤덮인다. 여전히 나는 저들과 경계지어진 삶을 살고 있다. 이 신작로가 자동차에게만 길을 허락해주듯이.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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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며 다니엘에게 내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니엘, 여기 정말 너무 아름답군요. 그리고 제가 살았던 고향하고 너무나 비슷하답니다!”
“정말인가요?”

“예. 제가 살았던 고향에도 넓은 초원이 있었지요. 그리고 흙집이 가득했었죠. 우리 집도 역시 흙집이었어요. 짚으로 지붕을 덮은 집이었지요.”
“지금도 그런 집에서 살고 있나요?”

“아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만. 한 25년 전에 그랬어요. 그것도 대한민국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깊은 산골에만 그랬답니다.”
“아무튼 한국은 정말 대단하군요. 짧은 시간 안에 초고속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인데 이렇게 직접 들으니 너무나 생경하게 느껴지네요.”

“그렇지요. 특히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것을 삶으로 고스란히 느끼지요. 여태 살아계신 많은 분들이 수도, 전기 이런 것이 아예 없던 시절을 겪었지요.”
“한국이 그렇게 짧은 기간에 발전할 수 있는 이유가 뭔가요? 교육?”

“글쎄요. 교육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짧은 시간에 그렇게 빨리 변하는 것이 꼭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에는 늘 그 이면이 있게 마련이지요. 우리는 빠르게 발전한 대신에 너무 소중한 것들을 동시에 내동댕이치고 말았지요.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랍니다. 단적으로 한국 사람들의 주요 사망원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뇌졸중이 주요 사망원인이고, 또한 자살과 교통사고가 10위 안에 들어가지요. 특히 자살의 경우 몇 해 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는 나라라는 불명예스러운 결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게 사실은 빠른 경제발전의 이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뭐 그 밖의 다양한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아 맞지요. 저 역시 그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진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네요. 발전은 해야 하는데 발전에 따른 상처와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라 생각해요”

느림을 사랑하는 아프리카인, 가나인들은 애초부터 속도를 사랑하지 않기에 큰 상처 없이 조화로운 개발과 발전을 이룰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나는 이런 깊은 고민을 한다는 다니엘의 대답이 나를 위해서 일부러 해준 듣기 좋은 빈말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미소를 떠올리며 반드시 그 아이들이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세련된 침입자가 되지 않기를 또 다시 다짐하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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