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용왕제를 지내는 것으로 용암 강다리기는 시작된다. 정월 16일에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열리는 용암 강다리기는, 충남 연기군 서면 용암리 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민속놀이다. 강다리는 충남의 연기, 공주지역에서 행해졌던 줄다리기의 우리말이다. 강다리에서 강은 줄을 지칭하고 다리는 줄다리는 모습을 지칭하는 것이라 한다.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할 무렵 아름다운 고복저수지 주변에 위치한 용암리 마을을 찾았다. 이곳 마을에서 열리는 용암 강다리기 행사를 보기 위함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인가운데 취재열기도 대단하다.

 

마을에 있는 커다란 당산나무 아래에는 하얀 제례 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돼지머리와 과일 등을 차려놓고 제를 올리고 있다. 청년들은 당산 나무 옆에서 횃불을 훤히 밝히며 서 있고, 그 나무 아래에는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풍물패가 자리하고 있다. 모두들 경건한 마음으로 제례의식을 지켜보고 있다.

 

언덕위에 자리한 당산나무는 오랫동안 마을의 안녕을 지켜온 듯 신비롭게 마을을 굽어 살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례의식이 올려지고, 풍물패의 흥겨운 풍물소리가 용암리 마을에 울려 퍼진다. 신명나는 풍물패를 따라 마을사람들이 강다리기 행사장으로 이동한다.

 

 

잠시 후, 화톳불이 훨훨 타오르는 강다리기 현장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남자, 여자 편으로 갈라 강다리기 행사가 펼쳐진다. 마을 이장님의 징소리에 따라 남과 여로 갈라진 팀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여러 갈래의 줄을 잡아당긴다. 이 강다리기는 여러 개의 줄이 연결되어 있는 색다른 줄다리기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용암 강다리기는 임진왜란 때 왜적이 우리나라에 쳐들어 와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면서,왜적에게 그저 힘없이 당하지만 말고 힘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것이라 한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강다리기는 해마다 큰 마을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 용왕제를 올리고 그 다음날에 지금의 줄다리기와 같은 강다리기 행사를 펼치는 것이다.

 

강다리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면, 왜란 중에 용암리에 쳐들어 온 왜군에 맞서 비암사 승병들이 항쟁을 하게 되는데, 왜군의 신식 무기와 수에 눌려 패하게 되어 많은 인명피해와 물적 피해를 보게 되었다. 당시 비암사 주변에서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많았지만 왜군이 우수한 도공을 모두 붙잡아 가는 바람에 도자기 생산도 중단되었다. 난을 피해 피신했던 주민들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 마을에 정착하게 되면서 전란에 대비하여 힘을 기르자며 강다리기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일제시대 동안 일본 헌병대가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서 강다리를 중단시킨 일이 발생하였다. 그러자 동네에 불화가 겹치고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주민이 죽게 되고 마을에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헌병대에 항의하여 계속 이 행사를 진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년마다 개최되는 강다리기 행사는 충남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민속행사로 1998년도 밀양에서 개최된 민속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으며,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 민속예술 전승의 모범이 되고 있다.

 

오랫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 행사를 열어왔다니 마을 주민들의 열성이 대단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예전처럼 성대히 행사를 치르기도 어렵다. 군에서 지원하는 행사 보조비도 부족하여 그저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라 한다. 앞으로는 의상도 제대로 갖춰입고 옛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으면 하는것이 마을 사람들의 바람이다.

 

이곳은 연기군의 유일한 군립공원인 고복저수지가 위치한 곳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연기군 유일의 강다리기 행사를 이웃마을서 열리는 정월대보름 축제와 연합하여 연기군 강다리 대보름축제의 형태로 만들어 체험마당으로 키워 가면 어떨까?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뜻 깊은 축제의 장이면 좋겠다.

 

예로부터 정월에 모두가 즐겼던 윷놀이, 연날리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의 놀이와 강다리기 행사가 어우러진, 다양한 체험의 장으로 구성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연기군의 전통 민속놀이로 발전시켜나가면 좋겠다.


태그:#용암 강다리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