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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사랑을 상징하는 매화. 이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매화는 다 알고 있듯이, 한자'매(梅)'와 '화(花)'의 합성어로, 사군자(매, 난, 국, 죽(梅,蘭,菊, 竹)) 중 하나다.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전령사이기도 하다.
 
 
도심의 쌈지공원에 매화 꽃이 활짝 피었다. 공원에 앉아 매화꽃을 감상하는 한 아저씨가 보인다. 아저씨가 앉아 있는 의자에는 시가 새겨져 있었는데, 아저씨는 매화를 쳐다보다가, 시를 읽고 그러다 다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쳐다본다. 그 모습은 마치 먼 곳에 있는 매형(梅兄)을 불러와 술을 한잔 하고 싶은 듯 보였다. 매화삼매에 빠진 듯 고독한 그 모습, 왠지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아득한 옛 선비 처럼 운치가 있었다.
 
 
그러나 돌아서 아저씨 넓은 등을 쳐다보니 약간 쓸쓸해 보인다. 쓸쓸한 그 아저씨 등을 잠시 지켜보다, 문득 '매화 전설' 생각났다.
 
옛날 토기를 구워파는 '영길'이란 총각에겐 매화꽃처럼 아름다운 약혼녀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몹쓸병에 죽고 만다. 영길은 매일 무덤에 와서 울었다. 어느날 보니 매화나무 한그루가 돋아 있었다. 영길은 매화나무를 약혼녀의 혼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가지고 와서 자신이 만든 그릇에다 심었다. 세월이 흘러 그는 늙고 매화나무는 자랄 대로 자랐다. 
 
영길은 내가 죽으면 이 매화나무를 누가 돌봐 줄까 슬펐다. 그러나 이제 영길도 눈도 어둡고 누가 돌봐 줄 사람도 없는 불쌍한 노인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은 영길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자, 그의 집을 찾았지만 그의 집엔 아무도 없고, 영길이 만든 그릇만 방안에 있었다고. 그것을 열자 휘파람새가 날아갔다고 한다. 지금도 매화꽃이 피면 휘파람새가 따라다닌다고 한다.
 
 
매화나무는 잎사귀가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매화를 '빙기옥골'이라 하여 천진하고 순결한 처녀에 비유한다. 매화의 다섯 잎사귀는 다섯의 상서로운 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를 운수를 예측하는데 사용하였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매화는 몸종이나 시녀와 기생 등의 이름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매화는, 시가 새겨진 돌의자에 앉아 매화향기에 취해 있는 그 아저씨처럼, 남성들이 좋아하는, 옛 '선비의 꽃'이기도 하다. 조선 세조 때의 성삼문의 호는 매죽헌(梅竹軒)이다. 성삼문이 매죽헌이란 호를 지은 것은 단종에 대한 연군의 뜻을, 눈속에 피는 매화로 표상하고, 대나무의 절개의 뜻을 더하여 충신의 의지를 상징한 것이라고 전한다. 옛 선비들은 매화를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많이 재배하였다고 한다. 

 

'도연명의 정원엔 소나무, 국화, 그리고 대나무뿐/ 매형(梅兄)은 어찌하여 여기에 들지 못했나./ 내 이제 매형까지도 아울러서 풍상계를 만드니,/ 절개와 맑은 향기 흠뻑 알겠네.' 

<절우사>-'이황'

매화는 상서로운 꽃. 매화꽃 피면 정말 멀리서 그리운 벗에게 편지 한 장 올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도심 한 가운데 매화나무를 심은 뜻은, 그리움을 잃고 사는 현대인에게 잊혀진 벗과 고향을 떠올리게 함이리라.
 
매화는 고금을 통하여 묵객들에게 청상(淸償)을 받아왔다고 한다. 매화를 노래한 시인 또한 너무 많다. 매화를 처로 삼았던 '임화정'처럼 여성들보다는 확실히 남성들이 매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돌아가신 박종화 선생은 "매화는 겨울의 애인"이라고 이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매화도 한철 국화도 한철'이라고, 모든 것은 때가 있음을 이르기도 한다. 매화 향기가 짙어서 천리 밖의 숱한 묵객을 불러 모으는 매화 향기처럼, 고결한 인품의 선비 정신이, 매화 나무 그늘에서 새삼 그립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시를 뿌려라.
'광야' -이육사

태그:#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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