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다이어리'는 시각장애인기관에서 일하는 S(김수현)의 이야기다. 시각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시각장애인을 취재하면서 겪게 되는 토막 이야기들을 통해 S가 시각장애인에 대해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S다이어리가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기자 주>어느 날 S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검은 안대를 차고 흰지팡이를 흔들며 점자블록을 따라 걷고 있는 여학생을 한명 보았다.
‘검은 안대와 흰 지팡이…, 시각장애 체험 중인가?’
S의 눈길이 한동안 그 학생의 움직임을 뒤쫓았다. 흰 지팡이로 점자블록을 읽으며 잘 걷던 학생이 순간 멈칫 하며 멈춰 섰다. 그리고 흰 지팡이로 찬찬히 길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앞에 기둥이 있어 점자블록 길이 왼쪽으로 살짝 꺾여 있는 부분에서 멈춰선 것이다.
종종 장애체험 행사에 대한 기사를 보곤 한다. 경북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고3학생들에게 ‘찾아가는 시각장애 체험학교’를 신청 받아 실시한다는 뉴스도 들었다. 체험학교 수업은 안대를 착용하고 동전 구분하기와 흰 지팡이 보행, 시각장애인 안내법, 점자에 대한 설명 등 시각장애인과 관련된 다양한 순서로 진행된다고 한다.
시각장애 체험을 실제 해본 사람들은 상상했던 이상으로 힘들고 불편했다고 토로한다. 세상 모든 것이 비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일 뿐이라고….
S는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찍은 시각장애 체험 영상을 보았다. 한명은 검은 안대를 쓰고 흰 지팡이로 길을 가늠하며 가고, 뒤쪽에서 다른 친구가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학교 내에서 찍은 것임에도 검은 안대를 한 학생 바로 옆을 지나쳐 가는 자동차들이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만약 시각장애인인데,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도에서 방향을 잃는다면 어떨까? 자동차 경적소리는 사방에서 울리고, 너무 당황하여 어느 방향으로 가야 인도로 올라갈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면?
S는 상상만으로도 땀이 삐질 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 S가 해보았던 시각장애 체험은 모형으로 만들어진 ‘어둠 속의 대화’전에 참여했던 것뿐이다. 전시장은 모형으로 꾸며진 한정된 공간이었기에 위험하다는 생각 없이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만져보며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직접 거리로 나섰을 때는 많이 다르겠지?
체험 학생의 말대로 우리 사회가 모두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하여 만들어졌다면 이제라도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예전 것을 모두 고치는 것이 힘들다면 앞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라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 그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실제 거리에서 장애체험을 해 본 후 참고하도록 하면 좋을 텐데….
물론 단 한 번의 체험과 평생의 어둠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나마 우리 사회의 환경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무장애 도시구축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우리 사회 전반에 빨리 퍼져나갈 수 있게 되길 바라며, S는 기회가 된다면 거리에서의 시각장애 체험을 꼭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덧붙이는 글 | 한국점자도서관 소식지 월간 <빛이 머문 자리>에도 연재 중인 글입니다.
김수현 기자는 한국점자도서관 기획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