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다빈치, 볼테르, 뉴턴, 다윈, 슈바이처, 아인슈타인, 톨스토이, 소로우, 에머슨, 프랭클린, 달라이 라마, 마돈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채식을 한 사람들이다. 위인들은 시대를 넘어서는 비범함을 보인다.
고기 먹어보는 게 소원이던 시절을 지나 이젠 고기 굽는 냄새가 진저리나는 한국에서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2004. 문예출판사)는 큰 의미가 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살이(웰빙)에 관심을 갖는 이때,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인생살이에서 진짜 잘 먹고 잘 사는 게 무엇인지 인식 자체를 바꿔버릴 책이다.
한 열 쪽을 읽는 순간, 경악한다. 오! 이럴 수가!
책 지은이 하워드 리먼은 4대째 이어져 온 축산업을 물려받는다. 대학에서 당시 첨단과학이었던 화학농업을 열심히 배워 유기농법을 버리고 자기 농장에 도입한다. 제초제와 화학 비료로 범벅된 농작물을 기르고 성장 호르몬, 동물성 사료로 소를 키웠다. 1만 에이커의 땅, 7천 마리의 소, 당시 연간 500만 달러의 소득을 얻었으나 척추에 종양이 생긴다. 성공확률 100만분의 1인 수술이 성공하고 그는 새롭게 태어난다. 긴 사색을 거쳐 그는 유기농을 장려하고 채식주의자가 된다.
1파운드의 쇠고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16파운드에 달하는 곡물이 필요하다. 미국의 곡물 생산량 중 80%는 동물의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여전히 굶주리는 세상이지만 이러한 비효율에 눈감고 고기라는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사람이 많을 거다. 이제 아래를 읽어보기를 부탁한다. 꼭.
심장질환, 암, 고혈압, 동맥경화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현대인들은 이 병들을 두려워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한다. 하지만 이 병들을 조종하는 감춰진 진짜 살인마가 있다면 믿겨지겠는가? 리먼은 육류와 유제품이 살인마라고 지목을 하고 증거를 30년 동안 연구하여 모은다. 조목조목 따지고 성실하게 준비하여 설명하는 구절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세하게 소개하지는 않겠다.
리먼은 이러한 병들을 넘어서 소에게 벌어졌던 광우병처럼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긴 잠복기를 지나 인류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느린 뇌질환으로 치매에 걸리거나 근육기능이 마비된다. 이 병은 치명적이며 뇌 조직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인육할 때 발생하는 쿠루병과 비슷하다.
더 충격인 건, 가축 사료제조 과정과 축산업, 낙농업에서 동물사육 과정이다. 잠깐 숨 고르며 이거 한번 생각해보자. 1000원짜리 햄버거가 있다. 싸다고 먹지만 말고 곰곰 따져보자. 왜 이렇게 쌀까? 고기가 맛있다고 먹기에 앞서 이 고기가 어떻게 키워졌을지 상상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무엇을 먹고 어떤 곳에서 ‘제조’되었을까?
‘소를 한 마리 도살하면, 무게로 쳐서 그 절반가량은 사람이 먹지 않는다. 뼈와 피는 물론이고 창자와 그 속의 내용물, 머리, 발굽, 뿔 등은 사료 공장의 거대한 분쇄기로 들어간다. 병에 걸린 소나 다른 가축도 마찬가지다. 사료업은 연간 24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시장이며 연간 400억 파운드의 죽은 동물을 가공한다. LA만 하더라도 매월 약200톤의 안락사한 개와 고양이를 사료 공장으로 보낸다. 동물 관리국에서 안락사 시킨 동물과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이 여기에 추가된다.…1995년 한 해 동안 미국 전역의 도살장에서 나온 500만톤 가량의 배설물 가공품이 동물 사료로 팔렸다.… 아칸소 주의 한 축산업자는 여러 양계장 바닥에서 긁어모은 745톤의 닭똥을 구매했다. 그리고 소에게 먹여, 그의 말대로 뚱뚱보처럼 살찌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9천명이 식중독으로 죽어가며, 식중독 발생 원인의 80%는 오염된 고기다. - 책에서가격이 모조리 고기의 질을 반영하는 건 아니지만 위 글을 안다면,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고기 맛에 입은 속을지 몰라도 몸은 정직하게 반응한다. 지금 건강하신가요?
축우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오늘날처럼 대규모 목축을 하면 숲이 파괴되고 생물량이 감소한다. 세계에서 키우는 13억 마리의 소가 방출하는 메탄가스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두 번째 요인이다. 엄청난 배설물로 물은 오염된다. 동물쓰레기는 미국의 전체 인구가 오염시키는 물의 열 배 이상을 오염시키는 걸로 추정된다.
세계가 물 부족으로 허덕이는데 몬태나의 물 소비량 중 97.5%는 가축사육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서부에 있는 주들의 강기슭 지대 중 80~90%가 가축 방목으로 거의 사라졌다. 해마다 미국의 홍수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는가? 하지만 ‘이러한 재앙이 쇠고기에 대한 우리 모두의 식욕 때문에 발생했다’고 인식하지 못한다.
오늘도 가축에게 먹일 농산물 생산을 늘리자고 개척이란 이름으로 삼림이 파헤쳐지고 있다. 무한히 풍부하고 다양한 밀림을 햄버거 몇 개 더 만들자고 몇 년 안에 사막으로 만들어버리는 짓을 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은 유목민족이 가축에게 목초지를 마련해주려고 나무를 태워버리기 전에는 나무가 무성한 지역이었다는 걸 되새겨야 한다.
툭하면 수입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오고 광우병공포는 여전하며 최근에 사상 최대의 쇠고기리콜 기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내가 먹는 고기는 자연을 벗 삼아 자란 고기일 거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닌지.
육식의 피해보다 바로 이득이 되는 채식 얘기를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만큼 먹거리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채식을 하게 되면 음식을 더 고르게 되고 찾게 되면서 더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먹게 된다. 그리고 채식을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확실하다.
지은이는 별다른 노력 없이 약 60kg이 줄었고 300이 넘던 콜레스테롤 수치는 140으로 내려갔으며 위험스러울 만큼 높던 혈압도 정상이 되었고, 원기는 더 왕성해졌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해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오늘부터 채식을 해보라. 분명히 살이 빠질 것이다. 모든 것은 결국 무엇을 먹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고기에서 단백질을 공급받는다는 ‘상식’으로 단백질 섭취문제를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대부분 사람들은 건강에 해로울 만큼 과다하게 단백질을 섭취함으로써 고통 받고 있다. 균형 잡힌 채식으로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고기 씹는 맛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살코기는 썩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육식동물의 소화계는 몸길이의 세 배 남짓 밖에 안 되는데, 주로 과일과 견과류를 먹고 사는 유인원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소화계는 몸길이에 열두 배에 달한다. 육식 동물의 타액과 위액은 살과 뼈를 소화시키려고 산성인데, 인간의 타액은 알카리성이고 위산은 육식 동물의 5%에 지나지 않는다. 본능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만들어진다.
슈퍼사이즈 미(supe rsize me. 2004)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햄버거를 너무 좋아한 남자가 한 달 동안 햄버거만 먹으며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관찰한 다큐멘터리다. 남자는 촬영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생명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이전과 달라진다. 그리고 그 변화는 행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야 행운을 잡은 리먼과 달리 리먼의 친구들에게까지 행운은 따르지 않았다. 부디 당신은 이 행운, 꼭 잡기를 바란다.
‘함께 포커를 치곤하던 친구들을 생각해냈다. 아홉 명의 친구들 중에, 네 명이 죽었으며(세 명은 심장질환으로, 한 명은 폐기종으로) 세 명은 심장 질환을 겪고 있고, 한 명은 결장암과 싸우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전립선암과 싸우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건강이 좋은 사람은 나 하나 뿐이다. 심장 질환과 암은 내가 방문한 모든 가족을 덮친 것이다.’ -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