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25일 출범하자마자 일부 장관들의 도덕성 논란으로 인해 적잖은 홍역을 앓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남주홍(통일)·박은경(환경) 장관 후보자에 대해 공직자로서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해당 상임위의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로 해 파란이 예상된다. 국무위원 후보 검증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남주홍·박은경 후보자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국민들이 요구하는 공직자 기준에 미흡하다"며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녀 이중국적과 부동산 투기 의혹,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외지인이 살 수 없는 절대농지를 편법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통외통위, 청문회 소집 않기로... 환노위, 27일 예정대로 진행
'남주홍 청문회'가 열릴 국회 통외통위의 경우 민주당 소속 김원웅 위원장이 여야 교섭단체의 합의 없이 청문회를 소집하지 않기로 결정한 반면, 환노위는 홍준표 위원장(한나라당)이 27일 오후 인사청문회를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하는 등 대조를 이뤘다. 홍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27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노동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각각 열기로 해놓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 와서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인사 발령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이 자기가 쓸 사람을 임용한 만큼 국회에서 박 수석의 도덕성·자질을 따지는 데 한계가 있지만 대통령의 오만을 보여준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도 이명박 내각을 향한 공세에 가세했다. 이혜연 대변인은 남주홍·박은경 후보자와 박미석 수석을 겨냥해 "경위야 어떻든 투기의혹과 이중국적, 표절논란 등 평균이하의 도덕률로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할 수 없다"며 세 사람의 반성과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거여 견제론'에 힘 실어주는 대통령 인사 비판 여론 현행법상 국회에서 장관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은 최대 30일까지 사태 추이를 지켜보다가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그러나 도덕성 시비로 인해 국회 청문회도 거치지 못한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대통령도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때까지 당사자의 거취 논란이 가열되는 것이 자칫 '새 정부 발목 잡기'로 비칠 수 있지만 야당들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궁극적으로 '거여 견제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식 전날 땅 투기 의혹에 시달리던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해 '부적절 인사'를 입증한 것도 '야당발 강경론'을 부채질 하고 있다. 한편으로, 김성이 보건복지부·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된다. 김 후보자의 경우 논문 중복 게재 및 공금 유용 의혹이, 유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인이 탈세 목적으로 32억원 상당의 일본 국채를 보유했다는 의혹이 각각 제기되고 있다. 입장 바뀐 나경원 "건전한 야당 모습 보여야 할 것"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26일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표결안 처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 영국 대학의 학력 '부풀리기' ▲ 위장전입 및 양도세 탈루 ▲ 아들의 병역 특혜와 재산 편법 증여 등의 문제점들이 제기됐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인준안 부결' 당론을 밀어붙이기에 부담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총리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첫 단추부터 난관에 봉착할 것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대승적 협조를 주문했다. 노무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을 겨냥해 그 동안 가시 돋힌 논평을 주로 날렸던 나경원 당 대변인도 '건전야당론'을 역설해 정권교체를 실감케 했다. 나 대변인은 "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풍부한 국정경험을 가진 글로벌 총리의 적임자이자,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충분히 뒷받침할 인물이라는 것이 검증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일부 의혹에 대한 부풀리기로 새 정부 첫 국무총리의 인준을 거부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 대변인은 "이제 야당도 건전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하는 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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