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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회정책수석에 내정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의 논문표절의혹을 단독보도한 <국민일보> 2월 21일자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에 내정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의 논문표절의혹을 단독보도한 <국민일보> 2월 21일자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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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의 지시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내정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의 논문 표절의혹 후속 기사가 보도되지 못한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국민일보>는 지난 21일 1면과 3면에 박 내정자가 자신이 지도교수를 맡았던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박 내정자는 "제자의 데이터를 활용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연구비를 줄이기 위해 같은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분명히 다른 연구방법론을 적용해 쓴 논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안을 취재한 <국민일보> 정치부는 이미 박 내정자와 이명박 대통령 측의 반론을 재반박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 후속 기사를 준비한 상태였다. 하지만 다음날(22일) <국민일보>의 지면에서는 해당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병준 부총리 표절의혹 보도 때와 왜 잣대가 다른가"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논문표절로 취임 13일 만에 사임을 표명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논문표절로 취임 13일 만에 사임을 표명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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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1일 고위간부회의에서 조 사장이 기사 누락 지시를 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날 밤늦게까지 설득에 나섰지만 사장의 뜻이 완강하다며 거절당했다"라고 밝혔다.

조 사장도 24일 사내 인트라넷에 "해당 기사 보류는 전적으로 개인의 양심과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으로 이번 논문표절 의혹 보도는 국민일보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누락 지시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일보> 내부에서는 해당 기사 누락이 이명박 대통령 측과 순복음교회 측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위원장은 "사장의 기사 누락 지시는 심각한 편집권 침해"라며 "우리 신문의 최고경영자의 언론관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조 사장은 해당 기사가 '남을 헐뜯고 쓰러뜨리는 성격의 기사인데다 그를 한 번에 내보내지 않고 2차례, 3차례 나눠 쓰는 것은 폭력적이라 우리의 사시에 맞지 않다'며 기사를 누락시켰다는데 그렇다면 작년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표절의혹 보도 때 <국민일보>의 사시는 무엇이었는가. 왜 잣대가 그때와 다른가."

또 조 위원장은 "조 사장의 해명대로라면 지금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내각에 대한 미담기사라도 발굴해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가 편집국에 돌고 있다"며 "조 사장의 이야기는 언론의 본령을 포기하라는 뜻"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노조는 긴급 대의원-운영위원 연석회의에서 ▲조민제 사장은 이번 편집권 침해 사태에 대한 전말을 공개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 ▲무책임으로 일관한 백화종 편집인, 정병덕 편집국장은 즉각 사퇴할 것 ▲박 내정자 관련 후속기사를 즉각 지면에 게재할 것 ▲회사는 편집권 침해 재발 방지 방안을 즉각 제시할 것 등 총 4가지 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공개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조 위원장은 "26일 오후 2시까지 답변이 없다면 다시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을 논할 것"이라 말했다.

언론노조 "이명박 대통령·순복음교회도 진실 밝혀라"

지난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비서관 내정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비서관 내정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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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도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일보>의 기사 누락 사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정론직필과 권력감시를 본령으로 삼는 언론이 권력 핵심부의 부도덕성과 범죄행위를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논문 표절 의혹 취재가 <국민일보>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면서 기사 누락을 옹호하는 것은 조민제 사장의 언론관이 얼마나 천박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국언론노조는 기사 누락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대통령 측과 순복음교회 측에 대해서도 "언론을 적대시하지 않겠다며 '프레스 프렌들리'를 강조한 속내가 결국은 정권 입맛에 맞는 기사만을 취재보도하는 것을 암시했단 말인가"라며 "순복음교회 역시 정당한 취재를 방해한 점을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전국언론노조는 "조민제 사장도 언론사 사장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외압 과정을 명백히 밝히고 언론인으로서 본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언론, #논문표절,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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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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