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인 권양숙씨와 함께 25일 오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해 지역주민, 전 각료, 노사모 회원들이 주최한 귀향 환영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인 권양숙씨와 함께 25일 오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해 지역주민, 전 각료, 노사모 회원들이 주최한 귀향 환영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이종호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인 권양숙씨와 함께 25일 오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해 사저에 들어가기에 앞서 예를 올리고 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인 권양숙씨와 함께 25일 오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해 사저에 들어가기에 앞서 예를 올리고 있다. ⓒ 이종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금 특별한 시민'으로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돌아왔다.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고향을 떠나고 나서 32년 만이다. 노 전 대통령은 25일 오후 그를 환영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과 김해시민 등 1만2000명(귀향추진위원회와 경찰 추산) 앞에서 50분간 '귀향신고'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틈날 때마다 이야기했던 '시민참여 민주주의'의 완성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의제가 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민주주의가 될 만큼 됐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인들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자기 이익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시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뒤 "참여민주주의, 그거 한번 합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제 소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들은 특권을 깨기 위해 가지 말라고 해도 계속 갈 것이고, 저도 거기에 동참하겠다"며 "제 홈페이지에서, 나아가서는 민주시민들이 함께하는 시민광장에서 만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매일 매일 정치적 주제를 갖고 어느 당이나 대통령을 공격하거나 치고받는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나아가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역사를 얘기하면 된다"고 말해 정치 쟁점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야, 기분 좋다... 오르막을 넘겨준 최초의 정권"

"제가 맘 놓고 한 마디 할까요"라고 한 뒤, 노 전 대통령은 "야, 기분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5년 전에 제가 국민통합을 이야기했는데 결국은 이뤄내지 못했다"며 "통합을 전국에서 골고루 표를 받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고, 제가 영남에서 얻은 표보다 더 많은 표를 얻게 하는 것인데 그렇게 만들기는커녕 제가 쫓겨나 버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전국적으로 제가 받았던 표보다 많은 표를 받기 어려운 상황 같다"며 "대한민국이 잘 되려면 저보다 전국적으로 골고루 표를 받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이종호

이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잘 이끌어 갈 것으로 보며, 특별히 잘못할 이유도 없다"며 "다만, 이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지 못해 정국 운영에 많은 장애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통합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지역을 갈라서 싸우는 정치를 끝내고,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받는 통합의 지도자가 국정을 이끌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 정부 골치 아프게 안한 것 인정해주셔야"

참여정부 5년에 대해서는 "정권을 넘겨줄 때 오르막을 넘겨준 최초의 정권"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모든 정부의 마지막 시기와 최초의 시기는 항상 내리막이었는데, 저는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사고를 치는 바람에 오르막은 못하고 평평하게 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며 "국민들은 아직까지 (저에게) 안 좋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정부 골치 아프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는 가장 큰 업적을 물으면 '당선된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고향 내려가서 저보고 잘했다고 하는 사람들보고 귀향보고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면서 "제가 당선될 때 받은 표가 전체유권자의 3분의 1인데, 지금 본전 안 잃고 여기서 이렇게 본전 안 잃고 보고할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냐"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이광재 의원이 가족과 함께 방문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참모와 측근 대부분이 모습을 보였으며 노 전 대통령 아들 내외와 딸 내외도 함께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25일 오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귀향 환영행사에서 유시민 의원을 자신과 가장 비슷한 정치인이라고 소개한 뒤, 유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25일 오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귀향 환영행사에서 유시민 의원을 자신과 가장 비슷한 정치인이라고 소개한 뒤, 유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이종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발언 도중 유시민 의원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의 정치가 실패했다고 하는데 '노무현과 정치인'이 있다, 제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다"며 유 의원을 무대로 끌어올렸다. 이어 "자리가 특별하고 않고를 떠나 꼭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유 의원은 제가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쓴소리를 많이 한다"면서 "그런데 제가 어려울 때마다 저를 지켜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울 때 견디는 정치인이 진짜 정치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손을 들어 올려 인사했다. 유 의원은 "난데없이 올라왔다, 노 대통령님과 같은 마음으로, 5년간 일할 기회를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유 의원이 내려간 뒤 다시 마이크를 잡은 노 전 대통령은 "제가 말할 땐 비가 왔는데 유시민이 뜨니까 비가 그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유 의원을 자신의 정치적 계승자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