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4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언도받고 몇 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해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용공조작사건이며 사법살인의 희생자가 된 고 여정남씨가 44년 만인 26일 모교인 경북대로부터 졸업장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경북대측은 지난달 16일 인혁당 열사 추모사업회와 여정남씨의 조카인 여상화씨의 졸업장 수여요청을 받은 뒤 인혁당사건이 과거사위원회 등의 조사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밝혀진 만큼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한바 있다.
이날 졸업장 수여식에는 여씨의 조카 여상화씨가 고 여정남씨를 대신해 모교로부터 졸업장을 받았으며 여상화씨는 졸업식이 끝난 후 현대공원에 위치한 열사묘역에 자리한 고 여정남씨의 묘역에 졸업장을 바쳤다. 고 여정남씨는 1945년 대구에서 출생, 경북고를 나온 뒤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64학번)에 입학했다. 고 여정남씨는 한국이 일본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적은 차관으로 과거사문제를 덮는다며 ‘6.3 한일회담 반대투쟁’에 나서는 등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3번이나 제적이나 복학을 거듭한 여씨는 4학년에 재학 중이던 74년, 유신정부의 서슬 푸른 공안정국와중에서 이른바 ‘인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었으며 잔혹한 고문과 조작된 증거에 기초한 사법부의 졸속판결로 사형이 확정됐었다. 유신정권은 법원의 판결이 있은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가족에게는 연락도 하지 않은 채 형을 집행해 엠네스티에 의해 대표적인 사법살인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때 함께 구속된 같은 경북대학교 동문인 고 이재문(정치외교학과 졸업)씨는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옥중에서 사망했으며 고 이재형(2004년 사망)씨도 옥고를 치뤘다.
경북대는 여씨에 대한 졸업장 수여와는 별도로 이들 인혁당 관련 동문 3인을 추모하고 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추모조형물과 추모공원을 조성하기로 추모회 측과 합의한 상태이며 고 여정남씨의 사형이 집행된 4월9일,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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