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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인 남한산성 승려들의 피눈물, 그리고 인조임금의 한이 서린 남한산성은 그 시절의 서글픈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채 고즈넉한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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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 저 멋진 풍경 좀 봐? 오늘 산에 오르지 않았으면 후회가 막심할 뻔했네 그려.”
“하늘이 이번 겨울 마지막 선물로 내려준 눈인 것 같군. 정말 멋진 풍경이야!”

청량산 남한산성의 서문을 향해 오르며 일행들이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은 우리 일행들의 정기산행일이다. 그런데 전날부터 내리던 눈이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비가 아닌 것이 다행이었지만 눈길을 두려워하는 일행들이 과연 선뜻 등산에 나설 것인지가 문제였다.

 흰눈 덮인 성벽과 소나무 숲
 흰눈 덮인 성벽과 소나무 숲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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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의 차량운행 담당 일행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눈길 운행이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본래 산행 계획은 충북 지방에 있는 100대 명산 중의 하나였지만 산행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르게 된 산이 서울 송파와 경기 하남, 성남과 광주시에 걸쳐 있는 청량산 남한산성이었다. 산행은 서울 마천동 쪽에서 시작하였다. 산 입구에 들어서자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자락 위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발등을 덮는 눈을 밟고 오르는 산길은 그야말로 겨울 낭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소나무와 잡목가지 위에 수북하게 쌓인 눈이며 멀리 가까이 바라보이는 전경이 하얗게 채색되어 있어서 동화 속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고즈녹한 성안풍경
 고즈녹한 성안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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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그리 높지 않아서 쉽게 오를 수 있었다. 곧 목표했던 서문에 도착하여 성안으로 들어섰다. 성안도 눈 속에 묻혀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성벽을 따라 걷기로 했다. 해발 606미터 높이의 청량산 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쌓은 남한산성은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성이다.

산성의 역사는 멀리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 우리들이 보는 모습의 산성은 1624년 인조 2년에 쌓은 것이다. 당시 축성공사에 동원된 인력은 승려들이었다. 당시의 지배계급이었던 양반 사류들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피폐한 국고와 민생을 돌본다는 구실로 힘겨운 축성을 승려들에게 몽땅 떠넘긴 것이다.

성을 쌓기 위해 전국의 각 사찰에서 동원된 승려들은 자신들이 먹고 입을 양식과 옷가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며 힘겨운 노역을 감당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승려들이 질병과 부상으로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엄청난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남한산성은 승려들의 피와 눈물과 땀, 고통으로 쌓은 성인 것이다.

 눈 쌓인 등산로
 눈 쌓인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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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이 끝나고 선조의 뒤를 계승한 군주는 광해군이었다. 이 무렵 중국대륙에도 엄청난 세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명나라가 쇠퇴하고 새롭게 등장한 청나라가 넘치는 힘으로 중원을 석권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교에 능했던 광해군은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국익을 찾았다.

그러나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폐위되고 뒤를 이어 즉위한 인조는 달랐다. 명분과 명나라에 대한 사대사상 그리고 만주족을 오랑캐라고 업신여기던 당시 지배계층의 뜻대로 청나라를 배척했다. 드디어 인조14년인 1636년 겨울, 그 해 겨울도 요즘처럼 많은 눈이 내렸었다.

청나라 태종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선을 침략했다.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47일간을 항전했다. 그러나 성은 겹겹이 포위당하고 고립무원이 되었지만 그들을 구해줄 힘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인조임금은 결국 항복하여 참담한 수모를 겪으며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인질로 끌려가는 치욕을 당한다.

 남문풍경
 남문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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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에서 항전하던 그 47일은 너무나 끔찍했던 기간이었다. 견고한 성벽과 지형을 이용하여 청나라 군대는 막을 수 있었지만 양식이 떨어진 성안 백성들과 군졸들의 삶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 참담했던 역사의 현장, 남한산성은 가는 겨울이 아쉬웠던지 밤새 내린 하얀 눈이 수북이 덮여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철#남한산성#인조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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