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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가 현실에 맞지 않는 법 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해 주민 150여 명한테 과태료를 부과해 말썽을 빚고 있다.

 

29일 ‘함께하는 거창’(공동대표 이성호․신용균)은 “거창군청이 행정편의주의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 단체는 ‘부실 행정’의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긴 것이라며 거창군을 강하게 비난했다.

 

거창군은 지난 2월 13일 부동산 거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주민 151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많게는 3000여만원까지 부과 받은 주민이 있으며, 과태료 총 금액은 2억원으로 추정된다.

 

거창군이 과태료를 부과한 근거는 ‘공인중개사의업무및부동산거래신고에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은 부동산을 사고 팔 때는 계약을 한 날로부터 30일 안에 기초자치단체장한테 신고하도록 했다. 이번에 과태료를 받은 주민들은 기존의 거래 관행대로 기한을 넘겨 신고했다.

 

그런데 이 조항은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애매하고 모순이 많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시행 1년도 되지 않아 바뀌었다. 신고 기간을 30일에서 60일로 늘린 것이다. 그러면서 과태료 부과 기준도 개정됐다.

 

개정 전에는 “계약서를 작성한 때에는 계약한 날로부터 30일 이내”라고 되어 있었다. 이 조항대로 하면 거래 관행대로 먼저 계약을 하고 한 달 뒤에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르면서 계약서를 작성했을 경우 법을 어긴 것이 되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었다.

 

건설교통부는 2006년 자치단체의 부동산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연수를 하면서 “계약을 한 날이 아니라 계약서를 작성한 날을 기준으로 삼아야한다”고 알렸다.

 

그런데 거창군은 건교부의 지침대로 하지 않고 구두 계약한 날짜를 계약일로 해석해 과태료 처분을 내린 것이다.

 

 ‘함께하는 거창’은 “거창군은 존재하지도 않는 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하는가하면 사전 통지서에서 예고한 금액과 실제 부과한 과태료 금액이 다른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거창군이 과태료를 부과한 대상은 2006년 1월부터 2007년 6월 28일까지 부동산 거래를 신고한 주민들이다. ‘함께하는 거창’은 “과태료 부과 대상자를 분류만 해 놓고 해당 주민에게 전혀 알려주지도 않고 있다가 2년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과태료를 일괄 부과한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주민 가운데는 이의제기를 해 법원으로부터 승소한 사례도 있다. 장아무개(거창읍 가지리)씨 등 2명은 군청에 이의제기를 했으며,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라 법원은 지난 19일 ‘과태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함께하는 거창’은 거창군에 해당 주민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창군청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단체는 “거창군은 ‘25일 안내문을 보내겠다’고 했다가 돌연 태도를 바꿔 ‘과태료 처분 통지서에 의견이 있으면 제출하라는 문구가 있으니 따로 안내문을 보낼 필요가 없다’거나 ‘이의 신청 여부는 주민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이번 과태료 처분은 조문 해석을 잘못하고, 기본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거창군의 엉터리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결과로 애꿎은 주민이 피해를 입게 되었는데도 거창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건의 하였으나, 사실상 나몰라라며 손을 놓고 있다.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복지부동의 구태에 안주하려는 관료주의의 전형이다”라고 비판했다.

 

과태료 납부 마감일은 2월 29일이다. 이의 신청은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까지 가능하다. 이 단체 관계자는 “해당 주민들에게 서둘러 이의 신청을 하고, 이미 과태료를 납부한 경우에도 법률사무소 등의 도움을 받아 선의의 피해를 입지 말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창군청 민원실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뀌기도 했고, 최근 경남도로부터 감사를 받은 뒤 지적사항이었다”면서 “일부 과태료 납부자도 있는데 이의신청을 다 받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거창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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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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