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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첫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첫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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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 인사 파동에 대해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에서 장관 인사 파동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이후 첫 확대비서관 회의에 참석, "새 정부의 이념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10년만의 정권 교체를 했다"며 "이 정권이 출발함에 있어 모든 게 순조롭게 될 수는 없다는 예측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이어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 '줄사퇴' 파동을 염두에 둔 듯 "다소 출발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해, 새 정부의 인사가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장관 인사 파동으로) 우리가 며칠동안 정상 업무를 볼 수 없었다"며 "(인사검증 관련)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 점도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이동관 대변인은 전날(28일) 브리핑에서 "참여정부에서 주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보유하고 있던 2만5천여명 분량의 인사파일이 정부기록보관소로 이관됐다"면서 "이를 보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야당으로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사퇴는) 일말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고, 현실적인 정치적 상황들도 우리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런 관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현실을 탓할 게 아니라 극복하려는 노력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서 국민에게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일 잘하는 정부"라며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탄생한 정부다.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하루라도 일을 해나가면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장관 인선 파동과 관련 '책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본인의 인사 방식에 대한 간접 사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라인 등에 대한 경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나와 오래 일 해왔던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이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특별히 말한다. 나와 오래 알았던 사람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며 측근들의 입단속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될 것을 전제로 "오늘 내각 일부가 임명되고 10일 정도 되면 다 된다"며 "그 때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미 시작된 것이다. 확실히 일하라"라고 비서관들을 독려했다.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전문이다.

"나와 오래 알았던 사람들이 더 조심해야"

"반갑다. 표정 밝게 웃으면서 얘기하자. 여기 수석 비서관, 서석 비서관 있는데, 비서관들이 더 고생한다. 아침 일찍 나와서 일한다. 우리 청와대 근무하면서 고생길 텄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고 힘들게 생겼다. 그러나 우리가 힘들수록 이 나라 잘되고 우리가 힘들수록 국민이 힘 덜 든다. 여러분 보람찰 것이다. 일할 때는 항상 창의적으로 일하고 있는가, 형식적이지 않는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창조란 여러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포함한다. 실용은 격식에 묻혀서 형식적인 일에 많은 시간 쓰고 비생산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새 정부가 갑자기 하는 게 아니다. 역사적 세계적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실용주의로 나가고 있다. 실용주의는 매우 현실적이고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을 하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이념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10년만의 정권 교체했다. 이 정권의 출발함에 있어 모든 게 순조롭게 될 수는 없다는 예측을 했다.

다소 출발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우리 며칠 동안 정상 업무를 볼 수 없었다.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 점도 있다. 일말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고, 현실에 정치적 상황들도 우리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현실을 탓할 게 아니라 극복하려는 노력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서 국민에게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야한다. 국민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일 잘하는 정부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탄생한 정부다. 국민들의 기대는 전적으로 일을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하루라도 일을 해나가면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라는 곳이 들어와 보니까 자칫 잘못하면 현장 감각이 잃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매우 위험하다. 국민과 격리되고 현장과 격리된 청와대는 안 된다. 일은 현장적 감각을 잊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해 낮은 자세로 특별히 노력해야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 근무하는 비서관들이 현장 감각이 떨어지지 않고 국민 목소리 안 들리지 않도록 특별히 노력을 해 달라.

이명박 정부는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실용, 변화, 창의적으로 일하는 정부의 관점에서 시작하고 이런 점에서 여러분이 확실히 해 달라. 일하는 과정에서 실천 가능한 액션 플랜을 세워 달라, 추상적 업무 계획은 소용이 없다. 실천 가능한 액션 플랜 수립하는 업무를 해 달라. 우리가 청와대, 국무위원이 어떻게 업무해 왔는지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겠다.

두바이에 갔을 때 세이크 모하메드 국왕과 오랜 시간 국정 철학에 대해 얘기했다. 구체적인 얘기를 했다. 놀라운 것은 장관급을 만났는데 국왕의 액션 플랜을 그대로 똑같이 얘기했고, 더 놀란 것은 하부 공직자, 공기업 공직자도 만나면 국왕과 완전히 얘기가 같았다. 국정철학이 최고 통치자부터 하부까지 똑같이 의사소통이 되고 있었다.

대통령이 추구하는 게 무엇인가 비서관들이 확실하게 꿰뚫어야 한다. 매우 중요한다. 생각이 같아야한다. 그 생각이 국무위원, 공무원을 거쳐서 국민에게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알게 해야 한다. 앞으로 일을 해나가는데 분야별로 비서관 중심으로 일을 할 것이다. 비서관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겠다. 모든 근무자들이 자기 일에 똑같은 의사소통이 돼야한다. 직접 전화하겠다는 것을 유념해 달라. 수석들도 왜 수석을 통하지 않고 직접 비서관과 대통령이 통화하는 지 이해해야 한다. 업무 담당은 비서관이 책임지고 일해야 한다. 분야별로 비서관의 책임이 더 중요하다.

과정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비서, 비서관, 행정직들이 사고가 생긴다. 이해, 인사 청탁, 이해 관련에 참여하고 전화 부탁도 할 수 있다.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일 잘하는 것과 개인 청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 잘하려는 것과 개인 부탁은 명확히 해야 한다.

여러분도 사생활이 있다. 청와대 근무 공직자는 공사 구분을 확실히 해야 한다. 여러분 하는 일은 이해당사자에게 정보도 되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직자로 청와대 오신 분들은 유의해 달라.

공직자 출신들은 잘 알겠지만 언론계 정치관련 비서관들은 자유분방하게 살아서 거스름 없이 말하게 된다. 청와대 내부에서 활발한 의사소통은 좋지만, 외부로 나가는 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의 해달라. 비서관들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유념해야 한다.

사실 여러분들이 말하면 그것이 곧 대통령의 말고 같다. 말들이 모두 대통령의 뜻으로 알려져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여러분 맡은 업무에 대해 최고 프로가 돼야한다. 제너럴리스트 되면 안 된다. 업무를 파악하고 끝까지 철저히 실천될 때까지 추적해야한다.

건국 이래 60년 동안 많은 지침이 내려갔지만 비서관들이 끝까지 추적한 정부는 성공했고 아닌 정부는 말만 요란하고 실질적으로 이룬 게 없었다. 현장 입장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끝까지 추적하고 완성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달라.

여러분 업무 볼 때 가급적 현장에서 업무 보고를 받겠다. 번잡할 수 있다. 경호상의 문제도 있지만 앉아서 보고받지는 않겠다. 어느 정부도 처음에는 나가서 하려다가 2~3년 지나다보면 내부에 묶여서 자칫 청와대가 걱정하는 국민의 소리를 못 듣는 경우가 있다. 여러분이 고생하는 건 다 안다. 국민 기대가 너무 크고 일 잘할 수 있는 거라는 기대가 있다. 창의적인가, 실용적인가, 변화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달라.

끝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를 위한 변화는 안 된다. 행사 하는 걸 보니 억지로 바꾸려고 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못한 경우가 있다. 시대에 맞는 변화가 자연스럽다. 5년 이후 우리 모두 깜짝 놀랄만한 변화를 이뤄야한다. 청와대 비서관 중심이 돼서 격려하면서 해야 한다.

마지막 부탁 드린다. 부서 간 협력을 잘해야 한다. 혼자 독불장군식으로 하면 성과는 못 낸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을 잘해서 수석 간에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왜 간섭하냐, 나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관료주의적 발상은 안 된다. 비서관 99% 잘해도 1%의 협력을 받아야 완성이 된다. 일 잘해도 혼자서 일해 협조를 못 받는 것은 곤란하다.

(경호처장 바라보면서) 경호처장도 있지만 경호 철저하게 해하는 것은 틀림없다. 분단국가에서 경호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경호는 선진 기법,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친근감 있는 경호를 부탁한다. 일하기 위해 경호가 필요한 것이지 경호하기 위한 경호가 아니다. 경호 때문에 일 못하는 건 안 된다. 경호가 중심이 아니라 일이 중심이 돼야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비서관들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일이 있으면 내가 해서 될까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 너무 의도적인 것은 안 되지만 그게 더 효율 적이면 비서관이 직접 하라.

전에 보니까 부속실이 세더라. 이해 못하겠다. 부속실 앞으로 유연해 질 것이다. 권한 휘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장부터 전통적인 생각이 없이 자연스럽게 보고해 달라. 다 같이 근무하는데 못할 게 없다. 비서관들은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필요하면 직접 보고해 달라.

나와 오래 일 해왔던 사람들이 여럿 있다. 이들의 눈치 보는 일이 전혀 없어야한다. 부처 처음 나왔거나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인연 있었던 사람들 때문에 눈치 보는 일 없어야 한다. 나는 일 중심으로 생각한다. 사람 중심이 아니다. 친 불친 중요치 않다. 서울시장 기업체를 거치면서 친불친 중요치 않다. 내가 기업에 있는 분을 잘 부탁해서 모셔왔다. 친분 때문에 신경 쓰지 말라.

특별히 말한다. 나와 오래 알았던 사람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 성공적인 이명박 정부가 되기 위해서 이 자리 멤버만 잘하면 된다.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출발을 당부한다. 아무 사심 없다. 나라 잘되는 일에 매진하겠다. 여러분도 조금 다른 생각 있으면 연락해 달라. 그런 청와대 됐으면 한다.

오늘 내각 일부 임명되고 10일 정도 되면 다 된다. 그때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미 시작된 것이다. 확실히 일하라. 잘 부탁한다."


#이명박 대통령#장관 인선 파동#확대비서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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