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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사랑을 원한다. 사랑을 하게 되면 활기가 넘쳐나고 역동적으로 바뀐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사랑하는 일이 즐겁고 사랑받는 일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그 어떤 감정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을 얻을 수 있다. 사랑하고 사랑받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홀로 하는 사랑을 짝사랑이라 한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다. 일방적인 사랑은 처연할 수밖에 없다. 사랑은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대상이 있어야 하고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 교감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눈 내린 소나무가 떠오른다. 초록의 나무 위에 하얀 눈이 내린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겨울 색깔인 회색빛에 내린 하얀 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 것이 일방적으로 통하는 통로인 반면, 소나무에 내린 눈은 쌍방 소통이었다. 주고받는 감정의 교류로 인해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이고 있었다.

 

  소나무에 내란 눈과 호수의 물빛이 조화를 이루게 되니, 환상적이었다. 마치 꿈속을 거닐고 있는 느낌이었다. 선녀들이 구름을 타고 다니는 선경이란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반짝이는 물빛에 초록 위에 그려진 하얀 눈 그림은 그 어떤 모습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한 폭의 수채화가 더욱 더 빛나는 것은 시기였다. 살금살금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여 내린 눈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우뚝해지고 있었다. 봄이 그냥 그렇게 쉽게 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아무런 대가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아름다운만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시련이 없는 사랑은 가지게 되는 행복도 그 크기가 작아지는 것이다. 넘어야 할 고갯길이 높으면 높을수록 가지게 되는 상쾌함이 크듯이 사랑도 마찬가지다. 극복해야 하는 아픔이 크면 클수록 그 것을 이겨내고 얻게 된 사랑의 환희도 비례해서 커지는 것이다.

 

  하얀 눈이 내린 소나무가 마음을 빼앗아가는 것처럼 아픈 사랑은 그만큼 더욱 더 절실해지는 것이다. 사랑이 아픈 이유는 다양하다. 사랑하는 사람마다 그 독특한 성품에 따라 모두 다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달라지고 사랑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에 따라 다양한 아픔을 겪게 되는 것이다.

 

  아픔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사랑이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서툴다는 점이다. 사랑이 설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에 능숙하지 못하고 서툴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서툰 마음으로 하는 사랑이기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게 되고 필연적으로 아픔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무딘 마음으로 하는 사랑이다. 무덤덤한 느낌으로 인해 사랑의 경이로움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오래 하게 되면 망태사랑이라고 하였던가? 무딘 마음으로 하는 사랑에는 설렘은 없다. 그러나 미적지근한 아랫목처럼 편안함은 있다. 무딘 마음으로 하는 사랑은 은근하고 따뜻함이 우세한 것이다.

 

  소나무에 내린 눈은 서툰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설렘도 있고 무딘 마음으로 사랑하는 망태 사랑도 있다. 이 둘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묘해진다. 나는 지금 아픈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프지 않은 편안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선뜻 답을 찾을 수가 없다. 호수의 물빛에 하얀 소나무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임실의 옥장호


태그:#사랑, #아픈, #망태, #인생, #아랫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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