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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산반상 관리소 강홍순 소장과 탐라대학교 거린사슴봉사동아리 곽진희 이사와 함께 국내 최악의 기름 유출지역인 충청남도 태안지역, 만리포 해수욕장 봉사활동에 동행하였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100만 자원봉사자가 왔다고 하는 곳이고, 그곳 행정담당자와 이야기 중 태안군청이나 지역 자원봉사센터를 거치치 않는 직접 현장으로 달려온 자원봉사자까지 합치면 150만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모은 금모으기 행사가 생각이 난다.

 

단일민족이라서, 애국심이 뛰어나서, 아니다, 아닐 것이다. 우리 민족은 천성이 남이 아프고 고생하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는 열성민족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큰 재앙인 태풍 ‘나리’가 휩쓸고 간 자리에 허망한 공허함만 남아 있을 때 군부대보다 먼저 우리에게 달려온 사람들이 바로 안면일식도 없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들은 자비로 숙식과 식사도 처리하면서 그들이 몸과 마음이 지쳐나가도 수마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모든 정성을 쏟았다.

 

그들에게 돈이나 영광이 있어서 온 게 절대 아니다. 바로 그들이 스스로 내 이웃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마음이 아팠던 것이고 그들에게 자그마한 손길이라도 내밀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자원봉사활동도 그런 의미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제주도의 재난시 도움을 줬던 그 마음을 국내 최악의 기름 유출 지역인 태안지역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울에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저녁 5시경에 만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북적이던 만리포 해수욕장은 돌림병으로  집만 남기고 모두 이사를 간 촌락같은 분위기였다. 지나가는 동네 개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보이는 것이라고는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자원봉사단체의 펼침막과 ‘유출사고 책임을 묻는 구호’ 현수막 뿐이었다.

 

지역 봉사센터가 문을 닫아 주변 지역을 한번 둘러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몇 시부터 봉사활동이 가능한지 확인한 후 숙소를 정하고 들어왔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한번 바다로 가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기름의 흔적이 없었다. 거의 회생 단계인가 할 정도로 맑아 보였다. 단지 기름 제거를 하기 위해 바다에 던져놓은 흡착포 몇 개만이 바다에 출렁거릴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6시경에 일어나 자원봉사센터에 가보았다. 마침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특히 젊은 친구들, 대학에 들어갈 신입생들이 자진해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젊은 친구들이 어른들보다 낫다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었다.

 

그리고 작업복과 장화를 갖추어 입고 8시경에 현장에 가보니 여기저기 주민들이 주변 정리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자원봉사할 곳에 대해 물어보고, 모래 세척하고 있는 곳으로 가보라고 해서 그곳에 가보았다.

 

처음에는 바다에 뿌려졌던 흡착포 제거를 하고 그 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추려서 다시 바다에 뿌리는 작업을 했다. 어느 정도 기름제거가 되었다는 말만 믿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모래를 20cm만 파니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서인지 기름이 응고되어 단단한 암석과 같이 굳어 있었다.

 

행정당국에서는 이런 사실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서둘러 무마시키려는지 철수할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전히 우리나라 국가기관 관계자들은 탁상공론만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2번이나 포크레인으로 밑 부분을 파서 물과 가름을 제거한 후 다시 깔고 했지만 여전히 기름기는 제거되지 않고 모래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찍고 있는데 주민 한 분이 달려오면서 “당신 보험회사에서 나왔느냐, 아님 행정 공무원인가”하며 살기를 띠며 말하기에 “자원봉사하러 왔다”고 이야기 하자 어느 순간 미안해하시면서 죄송하다며 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할 정도로 사과하고 가셨다.

 

순수한 그들이 이런 살기를 띠게 만든 장본인들은 단지 마음 속의 죄송스런 마음도 없이 보상제도에 맞게 돈으로만 보상하려 하는 그 현실이 무던히도 아쉽고 처절해 보였다.

 

다행히도 1시경이 되자 여기저기서 고등학교, 대학교 봉사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여 오전에 썰렁했던 현장은 사람소리에 그나마 활기찬 바닷가가 되었다.

 

모래 세척작업과 흡착포 제거 등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늦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 어느 누구도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자원봉사를 한답시고 한 행동들이 그들에게 피해를 준 건 아닐까’, ‘그들의 마음을 10분이라도 헤아렸을까’, ‘10년, 아니 100년이 흘러도 원상복귀될지 모르는데 이 정도 시간을 봉사해도 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이곳 현장을, 10%, 아니 1%도 회복되지 않은 이곳에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부부 특별 이벤트를, 연인 간 사랑의 나눔을, 가족 간 단합행사를, 직장과 단체의 행사를 이곳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니 봉사활동이 안된다면 이곳에서 숙식을 하고 식사를 하면서 보내는 것만이라도 지역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살 만한 세상이다”는 기쁨을 주었으면 하는 필자의 자그마한 의견을 개진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 만리포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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