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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너비 50∼70미터짜리로, 인천 중·동구 골목집을 꿰뚫는 산업도로’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난 2006년부터 힘겹게 인천시 정부와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데까지 밀린 가운데, 인천시장 ‘공사 강행 결재’까지 받은 종합건설본부는, 여태껏 주민 목소리를 한 번도 들으려 하지 않은 데다가, 주민대책위원회는 ‘유령단체’라고까지 깎아내리면서, ‘공사 강행 통지서’ 한 장을 보내 왔습니다. 이제까지는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하더니, 공사를 강행한다고 하면서 ‘협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이에 주민들은 산업도로 예정터에 천막을 치고 “산업도로 무효화를 외치는 농성”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이곳 천막농성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날그날 갈무리를 해서 옮겨 봅니다. 개인한테 피해가 갈 수 있으므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 이름은 밝히지 않고 옮겨 적습니다. (글쓴이 말)

 

 

 천막농성 3일째 (2008.3.1.)

 

(06:00∼09:22)

새벽에 일어나 사진기를 챙겨 나오다. 산업도로 예정터 옆에 건물 2/3 토막을 잘라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다.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동네를 사진 몇 장에 담아 보다. 그러고는 곧바로 천막으로. 헌책방 <아벨서점> 아주머니는 벌써 와서 밤샘지기를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금씩 어스름이 풀리고 일곱 시가 넘고 여덟 시. 동네 아주머니 두 사람이 찾아와서 안부인사를 건넨다.

 

- 이제는 여기(천막)에서 살아야 합니다.

- 추워서 어떻게 잤나?

- 침낭에서 잘 잤습니다.

- 어떻게 해? 언제까지 해야 해?

- 뭐, 공식적인 멘트는 끝까지 한다지요.

- 어제 도배집에 갔더니, 북광장 끝에 2년만 있으면 끝이라고 하던데. 좀 있으면 헐릴 거라 하는데? ‘사장님, 산업도로 알아요?’ 하니까, 다 헐릴 거라고 하는데.

- 다 헐릴 거라는데 왜 가만히 있어?

- 주상복합 짓는다고.

- 주상복합 지으면 하나씩 주는 줄 알고. 중앙시장은 어떻게 아는지 알아? 가게 하나 주고, …… 꿈도 많아.

- 다 난리잖아요. 인천 곳곳이.

- 지금 재생사업 늘리는 것 알아요? 창영학교 뒷길까지?

- 나도 들었는데.

- 자기 집 헐리는 걸 2년만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는 게.

- 산업도로가, 이렇게 내고 한쪽은 재생사업 한쪽은 재개발로 한다는 거야. 세멘 공구리로 60층을 올린다는 거야.

- 그 계획들이 실행 안 될 수도 있어요. 그게 경기를 타는 거잖아요. 지금은 경기를 타는 것처럼 보여서 이곳저곳 들쑤시고 있지만, 2∼3년 내 인천이 망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 그러면 이런 것들 다 사라지겠지.

- 아니, 어느 날 꺾이면 확 꺾여요.

- 지역신문에 ‘안상수는 사면초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 아니, 국회의원 나오겠다고 사표 낸다고 하는데, 안상수 시장이.

- 장관으로 나갈려고 할 텐데 나오겠어요?

- 그럴 텐데.

- 인천을 게임방 놀이처럼 (공사판 만들어 뚝딱뚝딱 부수고 허물고) 하는데.

- 서구청장을 잘못 들은 게, 부시장일 수도 있고.

 

- 아, 어떡하냐? 우리 집에 안 덮는 이불 하나 가지고 올까요?

- 바닥은 안 차요.

- 위에 덮는 이불이 많아야 좋아요.

- 내가 냉기를 많이 느끼는 사람인데, 어제 오래 앉아 있었는데 안 차.

- 옛날에 어디 수련회 갈 때 이렇게 했는데, 70년대, 아, 너무 힘들다.

- 공기가 차서 그렇지, 바닥은.

- 아, 심란해.

- 아이, 심란은.

- 그래도 앞으로 날씨가 좋아진다고.

- 그래도 영하 10도보다 나으니까, 그렇게까지 안 할 테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도로는 안 나도 되는데.

- 아니, 시장이, 자기 자신도 이건 별거 아니다 하고 생각해서 분명히 주민의견 수렴하라고, 요기 나와서 했어요. 동구청장도, 저거 철길 밑은 개구멍이라고 했고.

- 사우나(사우나가 7층에 있는 옆 건물)는 ……

- 이거(사우나 들어선 8층짜리 건물, 길 난다고 해서 비뚜름하게 잘라서 지었습니다) 안 지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대로 두면 다시 꾸미기 좋았을 텐데. 길쭉하게.

 

- 일본 같은 데 가 보면, 길에 집에 다 꽃이 있더라고요.

- 오래된 그대로 보이잖아요. 그게 증말, 걸어서만 다니라고 해도 다니겠더라고요. 배고프면 들어가서 아무 데나.

- 아유, 일도 하나도 안 잡혀. 겨우 하는데, 심란해서,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나.

- 이제 딱 일 년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한 지. 먼저 시작한 사람은 일 년 반쯤 되었고.

- 주민대책위원회가 된 건 2월 16일인가 그래요.

- 아냐 아냐, 공식으로?

- 일월달에 저쪽에서 양복점에서 만나서 시작될 때.

- 좀 이르고.

- 그리고 주민설명회 전에, 그달 초에, 2월 초인가 보다.

- 15일날. 설명회를.

- 그래서 플래카드 갖고 섰으니까.

 

- 쪼끄만한 전기장판 하나 사요.

- 장판이 문제가 아니라, 깔아 놓았을 때 관리가 안 되면.

- 그래도 그렇지. 추워서 어떻게 자.

- 전기장판 하나 집에서 가져올 거예요.

- 장판은 집에서 하나씩 다 있을 거야.

- 가져올게요. 2인용이야. 2인용이면 어때, 가져올게요.

- 강성칠 씨 만나야 해. 127동 할머니가 구구절절히 말하는데, 솔빛(주공아파트)만 일어나면 다 해결될 수 있다고.

- 삼일절 행사를 해야 하는데.

- 형님, 오늘 해요. 저녁 여덟 시에 미사 끝나는데, 그때 촛불 들고 한 바퀴 죽 돌면.

- 신부님한테 말씀드렸는데, 갑자기 하기 힘들다고. 적어도 한두 주 앞에 해야 하는데.

- 적게 모여도 하면 좋은데, 한 번 나와도 다음에 안 나오면.

- 월요일 아침에 여섯 시에는 여기 다 모이기로 했어요.

- 아침에?

- 형님 어디 바빠? 새벽기도 가? 밥해 줄 사람 있나?

- 그냥그냥 되시는 대로 하세요.

- 화요일에는 시간 낼 수 있고, 목요일에는 동생 이사 가느라 바빠요.

- 그러면 오늘은 어떡할까요? 내가 오늘 친척이, 내가 웬만하면 결혼식 안 가는데, 그 집은 참 힘들었어, 그 집 아들이 결혼해서, 명동성당 가야 하는데, 오늘이 신학기 절정이에요.

- 결혼을 오늘 해요?

- 토요일이에요. 쉬는 날이고.

- 쉬는 날에 결혼하면 남한테 피해인데.

 

- 누구 여기 시간을. 보통은 시민모임에서 나온다고 했고.

- 어제 말씀드렸는데, 오후 때 시간을 작가회의나 하도록 하고. 오전에는 나오시기 힘들 테고.

- 토요일은 다들 저기 하고, 주민 쪽에서 나와 주어야 하는데.

- 여기를 계속 지켜야 하는 거지요?

- 그럼요, 누군가는 지켜야 하지요.

- 일거리 가지고 여기 와서 하면?

- 일거리 있으셔요?

- 나는 교회 주말성경읽기 채점 해야 하거든.

- 여기 와서 하셔도 되는 거예요. 또, 동생 분은 목요일날 이사하려면 바쁘겠네.

- 그러게, 걔 꼭 같이 데리고 따라다니는데.

- 105동 이사 가서 105동 사람들 다 동원해야지.

- 아이고, 먼저 있던 사람이 텃세만 안 부리면 되지.

- 시간을 짜서 (지킴이를) 해야지요.

- 그게 부담스러워서. 쉽지 않아요. 두 분이 계시면 낮에는 심심하시고.

- 뭐 두 사람은. 혼자 있어도 돼요.

- 이게, 누군가가 어느 시간에서 언제까지는 늘 있다고, 그렇게 하고. 한 사람이 있을 때 시간이 되어서 자꾸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해야지. 정해지기는 해야 돼요. 두 사람 말고 한 사람을, 책을 갖고 와서 읽든 뭐를 하든.

- 시간대를 딱딱 정해 줘야지.

- 정해진 건 정해지고.

- 그 사람이 안 되면 딴 사람을 데리고 오든지.

- 나는 새벽에 와서 지켜 주고 회의 하면, 밥을 먹으러 가야 하거든.

- 내가 아홉 시 사십 분까지는 여기에 있을게. 여덟 시에 회의 하면 아홉 시까지는 있는 거잖아?

- 지금 뭐, 이쪽 사람이든 저쪽 사람이든 배정을 해 줘. 오후엔 작가회의나 시민모임에서 협조가 된다니까 그런 식으로 하고, 아니면 바꿔서 하고 이런 식으로. 주민대책위에서 사실은 한 사람 상주가 되어야 하거든. 그렇게 해 주어야 시민모임이나 작가회의도 돌아가는 박동이 되는 건데. 오전에 한두 시까지. 시민모임 사무국장님이 병헌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오면 한두 시 될 거예요. 그러면 그거만 해 줘도 우리는 엄청 부담을 덜지요. 시간들을 좀좀좀 해서.

- 다음주에 이사를 하니까.

- 바쁠 땐 그렇게 하고, 그런데 여기서 하는 게, 연결고리가 되어야 해. 그렇게 하면 하나도 어렵지 않은데, 그냥 중구난방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거야. 뭐라도 하나 갖다 놓으면 여기서 장난할 수도 있고 해서.

- 소설책이라도 갖다 놓든지.

- 우선 나부터 책상 하나 갖다가 놓을까요?

- 아홉 시 사십 분까지 있을 거야?

- 그러고, 여한 시간에 나오고.

 

 

- 어제 도배집 가니까 2년만 있으면 간다고. 자기는 청라도 간대.

- 이게 청라로 잇자는 길이에요.

- …… 그 사람은 솔빛 터널로 간다고 했어요. 우리는 그것도 안 된다고 반대하는 거예요.

- 지금 거기 상가들 장사 하나도 안 되잖아요. 그게 보상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 목욕탕은 잘 돼?

- 목욕탕은 잘 되는데, 건물이 빈 데가 많아.

- ooo인가 누구인가 얼마나 손실이 많이 돼요. 그거 안 하고 조금만 하면 되거든. 조 밑에 가니 자기들 빨리 보상받기 원한다고.

- 어디요?

- oo.

- 아, 그러니까 oo아파트 상가요? 그런데 oo아파트 상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반대한다면서요.

 

- 이 공사가 한두 시간 해서 해결될 거는 아니니까. 연락이 돌면 한 시간이면 다 되어서 막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공사가 철거하는 게 아니니까, 오늘 몸싸움한다고 해서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고 일 년도 있고, 그래서 벌금 물리는 것으로 가려고 하고.

- 우리한테요?

- 공사 못하게 한다고.

- 누구한테 물려?

- 주민대책위한테 하겠지요.

- 그래서, 어제, 야, 잘못하면 위원장님 감옥 가게 생겼어. 맨날 우리 위협하잖아.

- 그때 윤승렬 씨가 저 안에 들어가자고 하니까, 까만 옷 입은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가 들어갔느냐고, 마음이라고 하는데, 멈칫멈칫 하더라고요. 아주머니 한 분이 또 그러니까 가더라고요.

- 경찰서 형사들, 남부서 형사들.

- 아유, 기도라도 해야지, 기도해.

- 기도해요. 맨날. 성당에서도 맨날 하는데요. 미사 전에.

- 위원장님은 성당도 안 가고 교회도 안 가는데.

- 서강대학교 출신이라 물이 좀 안 들었나?

- 교수 몇 분이 그런 거고, 부활절 있고 하지만, 종교수업이 따로 있지 않고, 예배 행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 점잖구나, 서강대는. 우리 애들은 신학대 아닌데도. 음악학과인데.

- 좀 심하네요. 양심의 자유가 있고, 싫으면 안 들어도 되는 거고.

 

 

- 들어들 가세요?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 토요일은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와.

- 데리고 좀 와요, 여기로.

- 여기 오면 다 놀이인데요.

- 이것도 사회공부야.

- 활동적이라서, 지 할아버지 산소에 가도, 할아버지 봐요, 하고 태권도 발차기를 하고.

- 하나예요.

- 응, 그런데 하느님이 안 주시나 봐. 칠개월 만에 나왔는데 인하대병원에 돈 쏟아부었어.

- 더 똑똑해요.

- 진짜 걔는 이렇게 키웠어. 아유, 걔 때문에 울고불고.

 

- 저도 작년에 아주머니들이 저한테 찾아오지만 않았으면 조용히 사는 건데. (정치인이나 사회인사들이) 다들 그러잖아요. “잘 돼요?” 하고 그냥들 가는데. 허허허.

- 작년에 박영애 씨를 만났어요, 길에서. 우리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니까 전화번호를 딱 주는 거예요. 그러니 아벨 형님이 전화를 먼저 걸고, 우리는 사무실로 찾아갔지. 자그맣고 예쁘장한 양반이 딱, 부러지게 생겼잖아. 어떡해. 성당하고 연결되어서 신부님한테 가니까 더 믿어, 더 믿는 거야. 모든 것을 이야기해도 저분하고 연결을 해서 들어야 한다는 거야.

 

- 신부님도 발령이에요. 고이면 썩는다,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썩는다, 하고.

- 1인시위하러 시청에 갔는데, “권사님 여기서 뭐해요?” 하는 거야.

- 여기, 최기선 할 때 한 거지요?

 

 

(3월 1일 천막 지킴이)

밤샘지기 : 주민대책위 최기수 사무국장

05시 30분∼09시 : 곽현숙 주민대책위 부위원장,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최종규

09시∼10시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최종규, 송현아파트 주민 김영숙

10시∼12시 : 인천작가회의 최종천, 주민대책위 박태순

12시∼16시 : 배다리 시민모임 이성진, 장숙경

16시∼ : 문성진 집행위원장, 박원일 인천연대 사무국장

18시 : 송현아파트 강정임 대표가 저녁밥 준비

19시∼ : 강성칠 솔빛아파트 동대표 부부, 최기수 사무국장

20시 : 통합민주당 박남춘 예비후보의 수행비서 방문 인사

 

 

* 경찰 순찰차가 20분 간격으로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 용역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셋이 승용차 두 대를 세워 놓고 농성장 주변을 감시하고 있기에, 시민모임 장숙경 사무국장이 사진기로 자동차를 찍으니 멀찍이 떨어진 자리로 옮기고, 다른 차 한 대가 와서 짐을 내리고 감시를 이어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 시민모임 인터넷방(http://cafe.naver.com/vaedari)이 있습니다. 이곳 인터넷방에서 여러 가지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는 힘을 북돋우는 말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태그:#산업도로, #안상수, #인천, #배다리, #천막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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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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