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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의 '칼레' 발언이 분위기를 달궜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4세기 영국이 프랑스 칼레를 점령했을 때 다른 시민들을 대신해 사형당할 6명을 뽑자 부유한 상인과 법률가가 먼저 손을 들어 영국 왕비와 왕을 감동시켜서 모두 살아났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사실상 통합민주당의 지도부와 간판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를 요구했다.

 

그 직접적인 대상은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 후보, 강금실 최고위원 등이었다.

 

정동영 "이번엔 내가 당을 도울 차례"... 관악을 출마설

 

이 중 정동영 전 후보가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7대에 이어 18대까지도 원외가 될 경우, 이후 활동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월 5일 손학규 대표와의 공개회동을 통해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정 전 후보는 이미 지역구 출마 쪽으로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정 전 후보는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대선 때 후보인 내게 '올인'해주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당을 도와줘야 할 차례"라면서 "당과 상의해 곧 결정하겠다,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그의 한 측근은 지난 주말 수도권 출마 문제와 관련해 "몇 군데 넣어서 검토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관악을 지역구 출마설에 대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않는) 자세를 보였다.

 

'관악구 출마 유력'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이번 주초에 정 전 후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당과 협의가 끝난다면, 이번 주안에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정 전 후보 쪽은 관악을 외에 구로을·동작을 지역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각각 이해찬 전 총리, 김한길 의원, 이계안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으로, 상대적으로 통합민주당이 강세인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도급 인사들이 최전선의 격전지로 가야 할 상황에서, 편한 길을 찾는 게 아니냐(정태호 관악을 예비후보)"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손학규·강금실 "전체 상황 보며 천천히"... 김효석 "서울출마 마다 않겠다"

 

손학규 대표와 강금실 최고위원은 조급하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손 대표 쪽의 한 관계자는 "당 전체 상황을 보고 가장 마지막에 결정하게 될 텐데, 이후 일정을 볼 때 3월 중순까지는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 대표는 경기도 시흥이 고향이고, 경기도가 그의 정치적 거점이라는 점 등이 맞물리면서 수도권 출마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체 선거 지원이라는 점에서 비례대표 15번 정도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강금실 최고위원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는 점에서 서울지역 출마가 점쳐지고 있으나, 자신은 "왜 이렇게 급하게 이 문제가 부각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강 최고위원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도부 거취는 총선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기 때문에, 빨리 공개되는 것은 전략상의 손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당의 결정에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 나름의 생각도 있는 것 아니냐, 당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강 최고위원은) 비례대표를 선호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효석 원내대표가 서울지역 출마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전남 담양·곡성·구례에 공천신청을 한 김 원내대표는 2일 공천심사위원회 면접을 마친 뒤 "내가 먼저 서울 지역 출마 문제 얘기했다"면서 "당이 결정하면 맹수와 같은 마음으로 출마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보성에 공천을 신청한 박상천 대표는 박 공천심사위원장의 요구를 마뜩치 않아하는 분위기다. 다른 사람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자신은 고향이 고흥·보성에서 4선을 했기 때문에 수도권 출마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박 대표가 2일로 예정돼 있던 공천면접을 하루 늦추게 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쪽 관계자는 "당 대표로서의 위상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공심위는 "방문면접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박 대표는 결국 3일 오후 면접을 치렀다.

 

'수도권 12곳 조사에서 민주당 6곳 우세'... 한나라당도 "선수 보고 전략공천"

 

개별인사들의 상황을 떠나 당 전체로는 '수도권 전진배치' 분위기다. 수도권 12곳에 대한 조사에서 6곳에서 민주당이 우세(<중앙선데이> 2일자)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간판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인수위의 잇따른 헛발질과 이명박 정부 초대내각의 재산문제 등이 겹쳐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이들이 총선 전체판을 좌우할 수도권에 집중할 경우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간판들의 출마예상지를 비워놓고 공천을 하고 있다. 상대선수가 확정되면 전략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크게 보면 영남과 호남에서의 승패가 이미 예견된 상황에서, 수도권에서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태그:#정동영, #손학규, #강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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