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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희귀동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지만 바퀴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그리 친근하지 않은 생김새로 온갖 병균을 옮기는 바퀴벌레는 사람들에게 곤충이 아닌 해충으로 인식되고 있어 개미, 쥐 등과 함께 박멸대상 1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바퀴벌레'를 입력하면 수십 개의 방역업체들이 '바퀴벌레 완전박멸'을 외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핵무기가 터져도 바퀴벌레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엄청난 번식력과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지금도 전 세계 가정의 주방을 위협하고 있는 바퀴벌레는 분명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다.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는 것일까. 백해무익한 줄만 알았던 바퀴벌레도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바퀴벌레들, 목화농장 구하기에 나섰다

한국시간으로 4일 AP통신은 미국 텍사스 남부의 목화농장들이 '바퀴벌레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바퀴벌레들의 흥미로운 활약상(?)을 소개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아시아에서 건너온 '브라텔라 아사히나이'라는 외래 바퀴벌레가 목화해충의 일종인 목화다래나방(bollworm)의 알을 잡아먹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목화다래나방은 목화는 물론 콩, 토마토 등 미국의 주요 작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해충으로서 오래전부터 농가들의 큰 고민거리였다.

USDA의 곤충학자 밥 판넨스티엘 박사는 "바퀴벌레들이 작물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오로지 유충만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바퀴벌레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고 밝혔다.

판넨스티엘 박사는 "실험을 위해 콩 농장의 특정 구역에 바퀴벌레를 투입한 결과 불과 하루 만에 구역 내 목화다래나방 유충의 86%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며 바퀴벌레의 위력을 자랑했다.

1986년 미국 플로리다에 처음 나타난 '브라텔라 아사히나이'는 바퀴벌레 특유의 생존력으로 점차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2006년에는 텍사스에 출현하며 자신들의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밖에도 밤나방의 애벌레인 거염벌레(armyworm)의 유충 등 작물에 피해를 주는 또 다른 해충들도 잡아먹는 것으로도 나타나 USDA는 농가에서 이 바퀴벌레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텍사스 남부에서 목화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미 딕슨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퀴벌레들을 투입한 이후로 작물 피해가 훨씬 줄어들었다"며 "생산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무엇이든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바퀴벌레도 사람들에게 좀더 친숙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쉽지는 않다. 판넨스티엘 박사는 "바퀴벌레가 농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지만 바퀴벌레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태그:#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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