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활어운송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답게 요즘은 도시에서도 활고등어를 쉬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조림이나 구이로만 먹던 고등어가 횟감으로까지 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니 우리의 미각은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제주음식전문점에서 맛 본 고등어회. 입안에서 녹아드는 그 맛은 참으로 부드러운 질감이었다. 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식경험 차원에 의미를 둘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올 1월 제주에서 맛 본 고등어회가 아니었다면 난 그게 고등어회의 참맛으로 알고 지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 달 1월, 길촌횟집을 찾은 그날. 4종류의 돔과 갈치, 고등어를 비롯한 몇 가지 해산물까지 횟감으로 상에 올랐다. 그중에 가격이 가장 센 돔에 젓가락이 가는 건 인지상정. 하지만 맛객의 뇌리에 박힌 맛은 고등어회였다.
제아무리 활어운송기술이 발달되었다 한들, 서울의 고등어회가 제주에서 먹는 고등어에 비할 수 있을까?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러운 걸로 알고 있었던 고등어회. 제주에서 대한 고등어회는 역시 달랐다. 육질에 탱글탱글 힘이 느껴져 잇새에서 약간의 긴장감까지 감지된다. 쫄깃함이 광어만 못하지만 감칠맛은 광어보다 한 수 위이니 쌤쌤이나 마찬가지. 이 정도의 선도라면 초밥으로 먹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도우미에게 고등어초밥을 청했다. 잠시 후 고등어초밥이 식탁 위에 놓였다. 도우미가 한 마디 한다. “지금까지 고등어를 초밥으로 만들어달란 손님은 처음이네요.”
주는 대로 먹지 않고 자신의 식성에 맞게 혹은, 재료의 맛을 살리는 방향으로 주문하는 건 자신의 미각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만드는 이 입장에선 다소 성가시기도 하겠지만. 고등어초밥은 금세 동났다. 그날 제주에서 먹었던 활고등어초밥은 나에게 있어 또 하나의 별미 식경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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