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7개 남짓. 작은 식당 문을 들어서면 웃으며 손님을 맞는 주인장 뒤로 서예작품이 빼곡히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그렇게 벽 한가득 도배한 작품만 40여점. 식당은 삶의 터전인 동시에 개인 전시회장인 셈이다. 직접 쓴 서예작품으로 식당을 도배한 주인공은 양산시 덕계동에서 밀양돼지국밥을 운영하는 송재만(52)씨다. 송 씨는 누구보다 맛있는 돼지국밥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미 지역에서는 서예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송씨가 서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10여년 전이다.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시작했지만 장사에만 묻혀 자신의 꿈을 접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예전부터 좋아하던 서예를 시작했다. 그길로 식당 인근에 있는 일신해 서예원 유숙희 원장에게 사사한 송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덕계동 동일2차 아파트 앞에 있는 서예원에 들러 매일 실력을 갈고 닦는다. "매일 아침 7시면 식당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합니다. 장사준비를 끝내고 아내가 가게에 나오면 9시 0분부터 서예원에 들러 12시까지 글을 쓰죠." 송씨는 서예의 매력을 마음의 수양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는 고민과 번뇌가 많지만 글을 쓰면서 잡념이 없어지고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송씨는 지역에서 이미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이름이 나 있다. 양산지역에서 유일하게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시상하며 권위를 자랑하는 관설당서예대전에서 2회 입선을 비롯해 각종 크고 작은 대회에서 특선과 입선 경력을 가지고 있는 실력파다. 송씨의 서예 실력이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지난달 21일 정월대보름 행사 때는 평산동 만장기에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송씨는 아직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운 실력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서예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 호도 ‘숨은 계곡’이라는 뜻의 ‘은곡(隱谷)’이라고 지었다. 송씨는 어떤 예술분야든 10여년을 하면 이제 남은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서예에 더욱 정진해 누가 보더라도 정말 잘 썼다고 평가할만한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젊은 사람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송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긍지를 가지고 준비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믿고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서예를 좋아하고 서예에 매진하고 있지만 송씨 자신도 국밥 하나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 있다며 본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 하루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송씨의 식당에서 구수한 국밥 한 그릇 먹으며 송씨의 서예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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