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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휘(왼쪽)씨와 모친 최명순(오른쪽)씨.
장승휘(왼쪽)씨와 모친 최명순(오른쪽)씨. ⓒ 박성규

“가슴이 두근거려요. 저도 이제는 동문이 생기잖아요. 그리고 늦게 시작한 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지난 허송세월을 만회할 거에요.”

‘스물다섯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만학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남 아산시 모종동에 거주하는 장승휘씨. 중학교 졸업 후 8년 만에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고등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것이다. 장씨는 지난 2000년 고교에 입학했으나 잠시 방황의 세월을 보내며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모친 최명순씨는 “당시 약간의 가정문제가 있었는데 그게 승휘가 고교 진학을 포기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안쓰러웠다”고 말하며 인터뷰 도중 한동안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장씨는 이후 사춘기 시절 정신적인 성장통을 겪으며 8년여 동안 후회의 길을 걸어왔다. 한때 검정고시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다시는 검정고시에 도전하지 않았다. 중졸 학력으로 크게 할 일이 없다보니 이 일 저 일 소일거리로 생계를 이어왔으며, 앞날에 대한 비전도 없어 생활이 무의미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해 4살 난 아들(규호)까지 있는 장씨의 머릿속은 항상 복잡했다. 자신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보니 그 상심은 더욱 컸다. 그러던 어느 날, 장씨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겼다. 공익요원 근무를 얼마 안 남긴 시점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그 결과물을 모친 최씨에게 건넸다. 고등학교 입학 합격통지서였다. 순간 최씨의 눈에서는 한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 눈물에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도 씻겨져 내렸고, 장씨의 용기 있는 결단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함께 묻어 나왔다.

무엇보다 4살 난 장씨의 아들 규호군에게 용단을 내린 멋있는 아버지로, 떳떳한 아버지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이 동문을 만나서 반가워하는 것이 부러웠어요. 그동안 부러워만 했는데 이제는 저도 동문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기뻐요.”

장씨에 따르면 친구들이 장씨의 용단에 ‘내 일’처럼 기뻐하며 입학 선물로 교복을 장만해줬다고.

“그동안 학업을 포기한 것을 크게 후회했어요.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장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국문학을 택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은 쑥스러운 듯이 “좋아하고, 제일 자신 있는 과목이 국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그동안 그래 왔듯이 학비와 아들의 보육비는 자신이 벌어 쓸 계획이다.

“그동안 부모님께 상심만 드렸는데 학비까지 부담 드릴 수는 없잖아요.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제 의지를 한 번 시험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밝히는 장씨는 아들 규호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부모님께는 불효하는 아들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피력한다.

장씨는 5일 아들 규호가 보는 앞에서 용화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만학도#장승휘#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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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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