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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옹기를 만들고 있는 정윤석 옹
▲ 전통옹기 전통옹기를 만들고 있는 정윤석 옹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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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의 쇠락으로 뱃길이 끊긴 강진 칠량 봉황마을. 갯벌에는 어선이 여기저기 한가롭게 드러누워 있다.  ‘칠량봉황옹기’라는 간판이 내걸린 이집만이 유일하게 옹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마당 한가운데는 옹기에 쓰이는 점토가 떡하니 버티고 서서 주인행세를 한다.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에는 술을 내리는 고조리가 양쪽에 배치되어 있다.

바람벽의 옹기 파편 담장에는 소박한 멋이 깃들어있다. 집안에는 온통 옹기가 가득하다.  담장과 전시장에 가득한 생활옹기들, 옹기 하나하나에 다 장인의 혼이 깃들어있다. 한번 시선이 닿으면 한동안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옹기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져온다.

항아리에 물을 10시간 담아놓으면 정수가 된다고 한다. 건조중이다.
▲ 항아리 정수기 항아리에 물을 10시간 담아놓으면 정수가 된다고 한다. 건조중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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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평평한 전라도 옹기

햇살은 자꾸만 구름 속으로 숨어든다. 주인은 어디 갔을까. 집은 텅 비어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말고 한동안 구름에 가린 태양과 술래잡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한참 만에 그가 집으로 돌아왔다. 작업장으로 향한 옹기장은 흙 작업을 해둔 점토를 ‘쉬이~ 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내치기를 반복한다. 옹기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전라도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쳇바퀴 타래미 기법이다. 물레를 돌려가며 넓게 평평하게 늘려간다. 기다란 다른 지역의 옹기와는 달리 전라도 옹기는 넓고 평평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때 옹기마을로 이름을 날렸던 칠량 봉황마을은 현재 정윤석(67.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옹만이 유일하게 전통옹기를 만들고 있다. 칠량 봉황에서 태어난 정 옹은 어려서부터 옹기를 만들었다. 전남지역에서만 성행하는 전통기법인 쳇바퀴 타래미(판 뜨기) 기법과 전통도구를 사용하여 옹기를 만든다.

옹기는 그늘에서 48시간을 건조시켜 표면에 유약을 골고루 2번 바른다. 잿물과 약토를 4:3의 비율로 배합 희석해서 사용한다. 가마에 불을 넣고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5일간 구워내면 숨 쉬는 생명체인 옹기가 탄생한다.

강진 칠량 봉황마을
▲ 강진 칠량옹기 강진 칠량 봉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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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는 온통 항아리가 가득하다.
▲ 항아리 집안에는 온통 항아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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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와 화목
▲ 가마 항아리와 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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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장들이 다 떠나간 마을, 뚝심으로 홀로 지켜

“70~80년대 까지만 해도 저희 마을 여러 집에서 옹기를 만들었는데 인자는 혼자서 만듭니다. 좋은 옹기를 만들려면 첫째 점토 흙이 좋아야 합니다.”

옹기를 만드는 그의 작업장에서 흥겨운 유행가가 들려온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제일먼저 라디오를 켜면, 작업이 끝날 때까지 라디오는 그의 벗이 되어 함께 한다.

“심심 한께,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좋아요.”

옹기를 경험에 의한 눈짐작으로 어림잡아 만들어도 신기할 정도로 크기가 일정하다. 주문받은 항아리 정수기를 만들고 있다. 항아리에 물을 10시간 담아놓으면 정수가 된다고 그는 말한다. 옹기는 뚝배기가 가장 인기 있으며 그 다음으로 항아리를 많이 찾는단다.

-항아리에 손자국이 났네요.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게 매력이에요.”
-하나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작품에 따라 다른데 보통 30분이면 완성돼요. 큰 항아리는 2~3시간 걸립니다.”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나요?
“처음에는 잘 안돼요. 잘 만들려면 오랜 세월이 필요하죠. 기운도 있어야 하고, 크면 클수록 무거운께 힘이 많이 들어서 물레 돌리기도 힘들어요.”

옹기는 주로 주문생산을 한다. 셋째 아들이 대를 이어 그의 가업을 이어 가고 있다. 많은 후계자를 양성하고 싶은데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어 아쉽다고 한다. 힘이 들어서일까? 도자기 배우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인데 옹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다.

생활 속에서 옹기가 점차 사라져가는 데도 그는 숱한 세월동안 점토를 손에 쥐고 여태껏 놓지 않았다. 판로를 잃어버린 옹기장들이 다 떠나갔지만 그는 홀로 지켜왔다. 52년째 오직 한길, 외길을 걸어온 옹기 장인이다.

덧붙이는 글 | 3일 다녀왔습니다.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옹기, #강진 칠량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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